3년 만에 돌아온 가수 장재인(24)은 10일 오후 서울 사당동 영화관에서 열린 새 앨범 기자간담회에서 수차례 "리퀴드(liquid)하다"고 말했다. ‘흐르는 액체’라는 의미로 ‘유동적인’이라는 뜻도 담긴 이 단어는 장재인이 11일 발매하는 새 미니앨범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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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긴장이상증으로 앨범 발매가 늦어진 그녀는 이 병에 대해 “난치병이라고 수식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계속 데리고 가야할 부분"이라고 말한 것처럼 인생 전체를 ‘유동적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했다. 지속적인 근육수축으로 신체 일부가 꼬이거나 반복 운동 또는 비정상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의 증상을 앓고 있다.
“앨범이 빨리 준비 안 될 것 같아서 (회사에) 죄송하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근데 노래를 안 안하고, 음악을 안 하려고 하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건강 회복에 집중했죠. 설레죠. 노래를 다시 하게 된 것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의미에요(웃음)."
이번 앨범은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와서 처음 내는 앨범이다. 윤종신과 음악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특히 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그가 병을 “그냥 받아들여라"고 조언해 줘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병 때문에 엠넷 ‘슈퍼스타K 2’ 출연 당시부터 자신의 상징과 같았던 기타를 이번 앨범에서는 “내려놓았다"고 전했다. “기타로 한 두곡을 연주하는 건 가능한데 무리가 와요. 당분간 내려놓은 것과 마찬가지죠."
앨범에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타이틀곡 ‘밥을 먹어요’(작곡 윤종신)를 비롯해 ‘나의 위성’(작곡 정석원), ‘클라이막스’(작곡 조정치) 등 6곡이 실렸다. 남녀 간 사랑 방식을 담았는데 사랑 역시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 무엇보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리퀴드 러브’에서 영감을 받았다. 불안과 위험이 흐르는 ‘유동적 현대’(Liquid Modernity)에 대한 책이다.
“쉬는 동안 요즘의 관계들에 대해 생각했죠.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액체처럼 유동적이더라고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흐름에 맡기는 게 삶에서 가장 행복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죠." 인간 관계에 대한 그런 생각을 자신과 음악의 관계로 치환해도 괜찮은 지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작사·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장재인이 이번 앨범 수록곡 중 단 한곡도 작곡을 하지 않은 이유다. “잠시 멈춰 곡 스타일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음악을 멜로디컬하게 만들고 싶다고 할까요. 편곡도 공부하고 싶고요. 제가 추구하는 음악은 사실 조금 달라요. 피오나 애플, 조니 미첼처럼 감동의 소용돌이가 있으면서 심오한 음악을 하고 싶죠. 다시 작곡을 하고 편곡을 해서 앨범을 내는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대신 이번에 6곡은 모두 작사만 했다. 윤종신이 자신의 가사에 대해 “재능이 있고 날이 서 있다고 칭찬을 했다"고 즐거워했다. 실제 미리 6곡의 가사를 살펴본 결과 장재인의 이번 가사에는 물에 빠진 예쁜 수건을 막 건진 것처럼 감수성이 적당히 배어 있었다. “치마 끝 젖어오는 날씨에 / 코 끝이 찡해오는 기억 하나",“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어떤 장면의 순간을 생각하고 그 것을 몇 백번이고 다시 생각했죠. 그 순간 찰나의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한 것을 높이 사주신 것이 아닌가 해요."
가사를 비롯한 앨범 전체에 흐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성숙. “내몸에 배인 낯선 향에 코를 킁킁대며 확인해봐 / 물 흐르듯 흘러간 어제를"(밥을 먹어요)이라는 가사에서 보듯 성적인 행위가 암시되는 표현도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수성 어린 섹시함으로 잘 풀어낸다.
앨범 재킷도 상의를 다 벗은 채 머리카락으로 중요한 부분만 가린 사진을 택했다. “제가 제안했어요(웃음). 앨범 재킷이라는 것이 가사, 소리 등 모든 콘셉트와 잘 어울려야 하는데 이 컷이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죠. 성장한 여자라는 걸요(웃음)."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장재인의 앨범에 대해 ‘프렌치 포크’라는 수식을 달았다. 세련된 기타 사운드와 시크(멋있는)하고 자유분방한 감성이 어우러졌다고 설명했다. 거기에 ‘섹시한 킨포크 스타일’이라는 수식을 더해도 될 법하다. 미국 포틀랜드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킨포크’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연 친화적이고 감각적인 감수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을 가리키는데 요즘 트렌드인 식문화를 자연스레 녹여낸 ‘밥을 먹어요’라는 곡에 하룻밤을 흐름에 맡긴 남녀 사이를 그린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더한 점이 그랬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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