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키드’서 호흡 과시한 정선아·박혜나 콤비도 눈길
호소력 짙은 목소리인 ‘꿀성대’로 통하는 클래식 발성의 홍광호, 쇳소리가 단단한 박힌 고음의 메탈적인 창법을 선보이는 한류그룹 ‘JYJ’ 멤버 김준수. 고급스러우면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일품인 홍광호는 방어하는 ‘라이토’, 가슴을 찌르는 파고드는 가창인 김준수는 공격하는 ‘엘’ 역에 안성맞춤이다. 일본 동명 만화(원작 오바 츠구미·작화 오바타 타케시)가 원작인 뮤지컬 ‘데스노트’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살인을 할 수 있는 ‘데스노트’로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고교생 라이토 그에 맞서는 탐정 엘의 대결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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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 톱스타 홍광호와 김준수가 투톱으로 동시에 무대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은 게다가 이 작품에서 듀엣곡도 부른다.
김준수는 1일 오후 서울 반포동 플로팅 아일랜드에서 열린 ‘데스노트’ 기자간담회에서 “예전부터 남자 투톱 극을 하고 싶었어요. 여성과 듀엣도 좋아하지만, 제 목소리를 스스로 느꼈을 때 남자 목소리에 더 오롯히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고 말했다.
“제 목소리가 남자로서는 좀 독특한 소리죠. 이 소리가 광호 형의 클래식한 소리에 더 잘 어울릴 거 같았죠. 더욱 좋았던 건 클래식 한 소리들 가지고 분들 중에서 그루브(리듬) 감을 놓치는 보컬이 있을 수 있는데 광호 형은 그것까지 겸비했어요. 정말 연습하면서 너무 깜작 놀랐죠."
아이돌 중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지닌 가수에서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보컬이 된 김준수는 “나름 그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데스노트’에도 출연하는 뮤지컬스타 정선아를 보고 “주눅이 들었었다"고 했다.
“선아 누나에게 말했죠. 광호 형을 보고 누나에게 느꼈던 것처럼 주눅 들었다고요. 광호 형의 우직한 클래식 소리와 저의 메탈적인 소리가 어우러졌을 때 에너지를 느끼셨으면 해요. 광호 형이랑 남자 투톱 뮤지컬을 해서 제가 도움이 되고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준수가 출연한 뮤지컬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를 보고 그의 가창에 소름이 돋았다는 홍광호는 “그 이전에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공연을 본 뒤 그 친구가 괜히 저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준수 씨 팬들 때문에 공연도 빨리 매진이 되고. 정말 대단하고 느끼고 있어요."
김준수는 “형 팬들도 많다면서 기존 (자신의) 관객들로만 매진이 안 되죠. 모든 출연 배우들로 인해 매진이 된 겁니다"라고 쑥스러워했다.
홍광호는 자신과 김준수의 조합에 대해 김문정 음악감독도 큰 기대가 걸고 있다고 했다. “저도 준수 씨와 연습을 하면서 무서울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대단한 가수였구나, 대단한 배우였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하고 있어요. 귀가 행복한 정도가 아니라 온몸으로 그 에너지를 느끼고 있죠."
고전 뮤지컬에 많이 출연한 만큼 클래식한 발성과 대사를 주로 선보였는데 ‘데스노트’에서는 평소 말하는 것처럼 대사를 치려고 한다고 했다. “음악도 록적이라서 노래 발성도 다르게 하려고 노력 중이죠."
아무래도 김준수, 홍광호에게 관심이 쏠리지만 ‘데스노트’는 또 다른 뮤지컬스타들인 정선아와 박혜나도 빼놓을 수 없다. 각자 전작인 ‘킹키부츠’와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에서도 조연이었지만 이들은 내로라하는 작품에서 주연급을 맞는 톱배우들이다. 게다가 2013년 말과 2014년 상반기 최대 화제 뮤지컬이었던 ‘위키드’에서 ‘글린다’와 ‘엘파바’로 호흡을 맞췄던 그녀들이다.
정선아는 ‘데스노트’에서 라이토의 여자친구 ‘아마네 미사’, 박혜나는 여자사신(死神) ‘렘’을 연기한다. 렘은 결국 미사를 위해 희생하는 역으로 ‘위키드’에서 엘파가 글린다를 위하는 모습도 겹쳐진다. ‘위키드’를 통해 ‘절친’이 된 두 사람은 SNS 방에서 평소에도 안부를 묻는 사이다.
데뷔 때부터 주연을 도맡은 정선아는 “10년 전에는 주인공이 다 인줄 알았죠. 솔로도 멋있게 부르고 싶기도 하지만 마음이 맞는 배우, 스태프들과 좋은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웃었다. “배우라면 한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나온든 적게 나오든 임팩트 있게 큰 에너지를 선사하는 것이 중요하죠. ‘데스노트’도 함께 하는 배우들의 팬이라서 같이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해요."
박혜나는 “위키드와 상황이 비슷하기도 해서 선아 씨와 통화하면서 ‘희생’에 대해 이야기하다 울기도 했다"고 웃었다. 이와 함께 “선아 씨 말처럼 역이 많이 나오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보다 어떤 배우들을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데스노트’의 또 다른 특기할 만한 것은 미국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신작이라는 점.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에서 스타덤에 오른 작곡가다.
홍광호는 ‘지킬 앤 하이드’, 김준수는 ‘천국의 눈물’과 ‘드라큘라’, 정선아도 ‘드라큘라’로 와일드혼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모두 넘버를 드라마틱하게 소화하는 능력과 서정적인 음색을 지니고 있어 와일드혼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혜나는 와일드혼과 작업이 이번이 처음인데, 그녀 역시 넘버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데스노트’에서는 그 드라마틱함에 비정함도 머금고 있어 이들 배우의 더 깊어진 호소력을 기대하게 한다.
김준수는 “프랭크 와일드혼은 너무나 좋아하는 작곡가인데 이번에도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금까지 와일드혼의 음악이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보다 팝스럽고 트렌디한 곡들이죠. 록스런 느낌도 물씬 나고"라고 설명했다. “음악을 들었을 때 노래를 잘하는 뮤지컬배우들이 캐스팅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노래를 잘하는 분들과 함께 하게 돼 기뻐요."
‘데스노트’는 톱스타들에 힘 입어 총 50여회 공연 중 미리 오픈한 22회차 티켓이 10분 만에 매진됐다. 오는 4일 2차 티켓 오픈 역시 미리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솔 풀한 가창력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사신 ‘류크’ 역의 강홍석까지 포함해 주역인 다섯 배우가 원캐스트로 나서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요새 더블·트리플은 당연한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처음 원캐스트로 나서는 김준수는 “더블, 트리플 캐스팅은 대사나 노래 타이밍이 차이가 해석이 달라지거나 관객들이 혼동을 느낄 수 있는데 원캐스트는 공연이 진행될수록 조화를 이뤄 더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아이다’의 암네리스 공주 등 이전에 원캐스트를 여러번 맡았던 정선아 “책임감만 따르면, 좋은 시스템"이라면서 “앙상블, 스태프들 역시 주역이 원캐스트라 한결 마음이 놓이실 거예요. 집중도가 큰 작품이 나올 거라 믿어요."
톱스타들이 대거 나온 만큼 이날 현장에는 뮤지컬 관련 프레스 행사로는 평소 배가 넘는 200여명에 가까운 취재진이 몰렸다.
일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회사 호리프로(Horipro Inc.) 제작으로 지난 4월 일본에서 초연했다.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일본의 거장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맡는다. ‘보니 앤 클라이드’의 이반 멘첼과 ‘몬테크리스토’의 잭 머피가 각본과 작사 작업에 참여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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