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형부’ 온화한 이미지 대신 ‘광기’의 연산군 역에 푹 빠져
▶ 여자 후배들 앞에서 ‘알몸’ 노출... ‘미안?’하고 부끄럽고
[‘간신’ - 김강우]
한결같다.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 제작 수필름) 개봉 직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강우는 성실함 그 자체였다. 10여년 동안 쉼없이 보여준 연기활동만큼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신뢰감이 들었다. 화려하게 빛나지 않았지만 연기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 현란한 형용사가 필요치 않은 배우 김강우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설명이다. 영화 ‘간신’은 폭정이 극에 달했던 연산군 11년, 왕의 환심을 사기위해 1만 미녀를 강제로 징집했던 간신 임숭재(주지훈)와 쾌락에 빠진 왕(김강우) 그리고 천민에서 조선 최고의 기녀로 거듭나려는 단희(임지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 배우로서 로망, 연산군
김강우는 ‘간신’에서 궁에서 쫓겨나 사약을받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미쳐가는 연산군 역을 드라마틱하게 소화해낸다. 러닝타임 내내 내면의 상처 때문에 쾌락에 몰입하다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제어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연산의 비극을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대학시절 연극으로 햄릿을 연기하면서 한계를 느꼈던 그에게 연산군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단다.
“연산군만큼 우리나라 실존 캐릭터 중 드라마틱한 인물이 있을까요? 지난해 드라마 ‘골든크로스’를 끝냈을 때 출연제의를 받았는데 정말 흥분됐어요. 너무 세서 이런 게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감정의 끝까지 파고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었던 점은 연산군의 감정의 파고를 처음부터 쌓아가면서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 극대치에 영화가 시작된 점이에요. 간신이 주인공이고 연산군은 그 배경에 등장하는 인물이죠. 한마디로 잽이 없고 스트레이트만 있었어요. 수위를 내가 잘 조절하지 못하면서 굉장히 전형적인 연기가 되거나 오버로 보일 수 있기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 힘겨웠던 몰입의 시간
사실 김강우가 연산군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국민형부’란 별명이 있듯이 훨훨 타오르는 불보다 잔잔한 물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화내기보다 꾹 참고 티 나지 않게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선량한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연산군이 돼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 집에서 나와 따로 숙소를 마련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면에 광기를 끌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사실 시작 전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심정으로 차별화된 역할 만들기 과정을 거쳤어요. 혼자 방을 구해 햇빛이 안 들어오게 하고 밥보다 술만 먹으면서 지냈어요. 이미지적으로도 사나운 동물의 그림이나 행위예술을 계속해서 봤죠. 정말 힘들었어요. 예민해지고 불면증이 오더라고요. 그런 힘든 감정의 상태를 촬영장까지 가져갔죠. 그 감정이 깨질까 봐 일부러 집에 가지 않았어요. 아이들과도 놀지 않았고요.
내면에 폭력성이 튀어나올까 봐 무서웠거든요. 그런 과정을 이해해주고 묵묵히 지원해준 집사람이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 처음 만나고 14년 동안 한결같은 사람이에요.”
# ‘간신’, 광란의 석 달
영화 ‘간신’에서 김강우의 연기는 폭발하는 화산 같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쾌락의 절정을 향하면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많은 사람들 앞에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알몸으로 등장하는 등 그의 광기 넘치는 연기는 관객들을 소름 돋게 한다. 김강우는 촬영 기간 내내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함께 출연한 후배 배우들과 일부러 거리를 뒀다.
“(노출연기는) 내가 잠깐이라도 머뭇거리면 역할이 우스워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과감히 내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았죠.(웃음) 사실 남배우보다 여자배우들이 힘들죠. 임지연과 이유영이 정말 힘들었을 거에요. 다른 작품이라면 내가 챙겨줬을텐데 가까워지면 화면에 그 티가 날 거 같아 처음부터 친해지지 않았어요. 정말 미안해요. 둘 다 너무 고생했는데 영화를 보니 진짜 잘했더라고요. 정말 선배로서 뿌듯합니다. 주지훈은 ‘결혼전야’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났는데 코드가 잘 맞는 친구예요. 후배라기보다 의지할 수 있는 동료였어요.”
# ‘실종느와르 M’를 통해 현실로
김강우는 ‘간신’ 촬영을 마치자마자 곧장 현재 OCN 토요드라마 ‘실종느와르 M’에 투입됐다. 힘든 촬영에 휴식시간을 가질 법하지만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에 반해 출연을 결심했다. ‘간신’의 연산군이 내면의 감정을 모두 분출한다면 ‘실종느와르M’의 특수실종전담팀팀장 길수현은 내면에 꾹꾹 눌러 담은 캐릭터다. 짧은 시간 안에 두 캐릭터를 오가면서 온화한 느낌의 인간 김강우로 돌아왔다.
“쉬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어요? 그러나 배우란 직업에 대해 행복감을 느낀 지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근래 작품 쉬지 않고 하는 건 연기를 하는 게 갈수록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가장 절실하게 재미가 있을 때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실종느와르M’출연을 결심했어요. 또한 미드처럼 몇 년 간 연기할 수 있는 시리즈물의 캐릭터를 갖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어요. 길수현은 잔잔한 물결 같은 인물인데 나름 연산군만큼 표현해내기가 어려워요. 시청률이 잘 나와야 다음 시즌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열심히 해야죠 뭐. 두 작품 모두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최재욱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