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제 핑계 짧게는 4부작 종영... 6개월내 트렌드 확 바뀌는 추세
▶ 다매체로 시청자 피로도 높아져... 다양한 시도로 시청률 눈치보기... 제작 비용도 커져 방송사 부담 커
‘동상이몽’
‘레이디액션’
● 짧아진 방송 횟수 ‘파일럿 예능’ 증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 횟수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하 파일럿), 시즌제라는 명칭 아래 10부작에서 짧게는 4부작으로 방송이 종영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상파의 파일럿이나 프로그램 편성 이동 등은 주로 명절이나 봄·가을 개편 때에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특정시기와 상관없이 파일럿이 선보이고 방송 시간 변경 등 개편 역시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다양한 아이디어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무분별한 프로그램 신설로 방송사가 제 살을 깎아 먹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 파일럿·시즌제 프로그램의 범람
현재 가장 많은 파일럿을 선보이고 있는 건 KBS다. 4부작으로 방영돼 지난 1일 종영한 KBS 2TV ‘두근두근 인도’는 아이돌 스타들이 인도에서 특파원으로 활약하며 겪는 일을 보여줬다. 동방신기 최강창민, 슈퍼주니어 규현, 샤이니 민호, 엑소 수호, 인피니트 성규, 씨엔블루 종현 등 한류 아이돌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이며 방송 전부터 화제를 샀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자아 성찰 콘셉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KBS 2TV ‘나를 돌아봐’역시 4부작 파일럿으로 편성돼 지난 8일 종영했다. 조민수 김현주 손태영 이시영 등 6명의 여자 연기자들이 액션연기에 도전한 KBS 2TV ‘레이디 액션’도 2부작으로 편성돼 시청자들을 만났다. KBS 교양국도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강력 미제사건을 재조명하는 범죄전문 프로그램 ‘공소시효’를 2부작 파일럿으로 방송했다.
지상파 최초 시즌제 예능 KBS 2TV ‘나는 남자다’는 20부작으로 방영됐다. 시즌제를 표방했지만 시즌2 제작은 현재 불투명한 상태다.‘나는 남자다’후속으로 방영된 ‘용감한 가족’역시 10부작으로 종영을 했다. 시즌3로 방송됐던 MBC ‘나는 가수다’는 처음부터 10부작 내외로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MBC ‘일밤’이 한 코였던 ‘애니멀즈’는 10부작으로 종영했다. SBS 역시 지난 3월 유재석, 김구라 MC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1회 파일럿으로 내보냈고, 정규 편성을 확정 지었다.
▥ 변화하는 방송 환경
김영도 KBS 예능제작국 책임프로듀서는 현 추세에 대해“트렌드가 예전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청자들은 1~2년, 길게는 5년이 넘는 프로그램도 식상해하지 않고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볼 것들이 너무 많아졌고, 6개월 안에 트렌드가 확 바뀌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매체 시대에 한번 유행을 탄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여러 매체에서 보여짐에 따라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한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파일럿을 선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입장.
SBS 이창태 예능국장은 “본방사수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TV를 보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TV를 보는 유통의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콘텐츠의 내용 역시 달라져야 할 것”이라며 “현재 지상파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과거에 비해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그만큼의 반응으로 오지는 않는다.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도 대중의 반응은 필수적이다. 때문에 지상파가 여러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케이블과 종편의 비약적 성장도 이러한 변화를 부추겼다.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한 프로듀서는 “종편과 케이블채널이 빠른 속도로 지상파 시청률을 잠식하고 있다. 중장년층은 TV조선이나 MBN 등으로 이동했고 젊은 시청층은 tvN 등을 많이 시청하고 있다. 또 젊은층이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TV를 많이 접하고 있어 ‘본방 사수’의 개념 역시 많이 흐려졌다. 예능 프로그램 중 6~7%가 동시간대 1위인 상황을 보며, 지상파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다”며“어떤 식으로는 지상파의 변화는 예고돼 있었던 일”이라고 전했다.
▥ 우려의 목소리
정규 편성이 불투명한 한시적인 프로그램의 범람은 모두 시청률과 연관이 돼 있다. 과거 지상파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면 반응이 즉각적으로 왔지만, 다매체 시대에서 그런 반응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때문에 여러 파일럿 편성을 통해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몇몇 방송 관계자는 쉽게 사라지는 일회성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나오는 분위기에 우려를 제기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정규로 편성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규 편성 후 폐지가 쉽지 않다. 때문에 파일럿이 많아졌지만 이는 방송사가 제 살을 깎아먹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력 구성 등 프로그램 하나가 만들어지면 여러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 프로그램이 1~2년씩 가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은데 금세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그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기 때문에 방송사로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국장은 “지상파가 방송 환경의 변화라는 과도기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성공과 실패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통해 판단의 경험과 기준치를 쌓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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