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silica of the National Shrine of the Immaculate Conception
지하에 있는 소 예배실‘crypt’. 초기 교회인 카타콤을 연상시킨다. 오르간 독주나 성악 앙상블을 하기에 좋다(왼쪽). 3천500석의 연주홀을 겸한 성당 내의 오르간(오른쪽).
기둥-벽화-천연보석-금빛과돔에 울리는 그윽한 음향...
보고 듣는게 모두 예술작품!
워싱턴 D.C. 가톨릭 음대 대학원에서 학위를 마친 해에 대학 선배를 따라 방문한 곳이 ‘내셔널 슈라인’이다. 9년이란 긴 세월 동안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학교 캠퍼스 안, 바로 지척에 명소를 두고도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것은 내심 또 다른 이유들이 있어서였다. 항상 문앞에 유니폼을 입은 경비가 지키고 있어 가톨릭 신자만 출입할 수 있는 통제된 곳인가 하는 오해가 하나의 이유였고 더 큰 이유는 금빛 나는 둥근 첨탑에 형형색색의 이슬람 사원 같은 외형이 많이 낯설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연상 ‘내셔널 슈라인’은 가톨릭 성당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여덟 번째, 미국 내에서는 최고로 커서 ‘미국 가톨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곳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선배에게 이곳은 워싱턴 ‘관광 목록’ 제 1호였음은 당연한 일이었고 이곳 지리에 능숙한 내가 용기를 내어 동행하게 되었다. 무척 무거워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화들짝 놀랐다. 고풍스런 미가 자랑이지만 오래되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가톨릭대학 건물들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세계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비교적 단조로워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건물 내부가 온통 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아니 예술작품이 아닌 부분이 없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건물의 축을 이루고 있는 기둥들과 플로어는 다채로운 색조를 가진 옥돌, 마블, 그레나이트 등 천연 보석들이었고 벽면에는 금 조각을 가득 새겨 넣은 수십 개의 벽화들로 꽉 차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부분은 돔 천정이었는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예술품들과 돔에서 어우러지는 음향효과가 신비스럽고 아름다웠다. 그 후 이곳을 ‘최고 종교 예술작품들’과 완벽한 어코스틱이 어우러진 음악당이라는 시각에서 이해하고 접근하면서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이곳에 걸 맞는 음악회를 기획해 보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비잔틴과 로마네스크의 조화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한 유럽 여행 선전문구들 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글귀가‘아름다운 예술품들, 위대한 건축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다. 유럽에서 가톨릭과 성당을 제외하면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특정시대 건축 양식을 가진 성당은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로마네스크-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워싱턴 D.C.의 ‘내셔널슈라인’은 ‘현대 종교 예술작품’으로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1913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건축 승인을 받아 1920년에 건축가 John McShain에 의해 시공한 후 1959년 11월에 완공되었다.
석재의 아름다움 ‘로마네스크 예술’과 모자이크가 만든 ‘비잔틴 예술’의 만남이 절묘하다.
선명한 색조의 모자이크, 스테인드글라스를 타고 들어오는 빛, 윤기 나는 대리석들, 돔 천정의 빛나는 조명 등 반짝 반짝 광채로 가득 찬 성전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임재하심’을 표현한다고 한다.
슈라인 내부의 가장 대표적인 비잔틴 양식 예술작품은 대 성전 제대 위 천정에 위치한 ‘Christ in Majesty’로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수님 형상이다. 존 드 로젠의 작품으로 4천개 이상의 색채가 들어갔다. 슈라인 건물 전체에 사용된 모자이크 양이 총 7만5천545스퀘어 피트의 엄청난 면적이라는데, 3천6백 스퀘어 피트의 면적에 3백만 개의 타일 조각을 사용한 이 작품이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대 성전의 벽화 중 1970년 그린 메리 리어든의 모자이크 화인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유명한데 ‘최후의 심판’에는 현대적 모티브인 DNA의 모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민자 나라를 상징하듯 중국, 아프리카, 멕시코 등에서 기증한 소성전의 이색적인 모자이크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지하 1층에는 초기 그리스도교 카타콤을 연상시키는 작은 예배실 ‘Crypt’이 있고 슈라인을 창건한 토마스 샤한 주교의 유해를 모신 묘가 있다. 내부 벽면에 특수한 표기처럼 기증자 명단을 새겨놓은 아이디어도 초기 그리스도교 작품다운 모습이다.
싸이와 살과의 전쟁 최근 들어 나를 포함한 동네 또래 아줌마들은 중년의 위기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고민하다 단체로 헬스센터 회원으로 가입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살과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서 또 다른 ‘기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했다. 방법을 바꿔서 한번 들어가면 꼬박 한 시간은 빠져 나오지 못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줌바 클래스에 가입했다. 경쾌한 스페인 음악은 우리를 율동에 몰입하게 만들었는데 갑자기 강사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음악을 바꾸었다. 순간 국적,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두들 열광하며 운동의 흥을 돋우었다. 이들은 “왜 동양남자 싸이의 음악을 듣고 열광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의 여지도 필요 없었다. ‘강남 스타일’의 리듬과 곡조는 충분히 그들의 감성을 자극시켰고 유쾌한 에너지를 유발시켰다. 2012년 7월15일 제6집 앨범이 발표된 후 한국 1위, 곧 유럽시장을 석권하고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7주째 2위, 곧 유튜브에서 20억 건의 조회 수를 넘겨 약 845만 건 ‘좋아요’ 추천을 받아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다고 한다. 여기에는 뮤직 비디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한 문화교류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안방 침대 위에서도 컴퓨터나 셀폰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느 곳이든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중세 성당 얘기를 하다가 생뚱맞게 싸이의 ‘강남 스타일’ 홍보냐고 의아해 할 지 모르나 기계문명의 발달 이전에는 어떠한 방법으로 세계 문화가 교류되었는지 알고 지나가면 좋을 듯하다.
모차르트의 연주여행모차르트가 ‘음악의 신동’이라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잘츠부르크의 궁정 음악감독이었던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영국, 런던, 이태리 등 전 유럽 순회연주를 통해 많은 음악인들과 관중들을 만나 문화의 교류를 갖게 했다. 모차르트는 파리 연주여행에서 루이 15세 앞에서 천재적인 연주를 선보였고 런던 음악회를 통해 인기절정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장기여행 허가가 나지 않을 때는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연주여행을 즐겼으나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마차를 타고 움직이는 일이었다함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모차르트의 시대의 문화의 교류는 연주자가 직접 찾아 가서 알리는 것이었다.
문화의 교류에 좀 더 세게 확실히 영향력을 준 것은 민족과 민족이 섞이는 것이다. 330년 형성되어 1453년 터키 군에게 점령당할 때까지의 동로마 제국을 둘러싼 주변상황은 다음과 같다. 게르만 민족 및 여러 민족이 서유럽, 남유럽으로 대이동(4세기에서 6세기 경)을 했고 십자군 전쟁(1095년부터 1270년 경)과 그 후 1517년 종교개혁이 있었다. 로마에 중심을 둔 서로마는 고대 로마문화에 영향을 받았지만 콘스탄티노플(현재는 터키의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에 수도를 둔 동로마는 그리스 헬레니즘과 동방문화에 영향을 받았다. 서남 아시아의 아나톨리아와 유럽 남동부 발칸 반도의 동부 트라크야에 걸친 위치한 콘스탄티노플은 이슬람 문화권에 있었고 동양적 색체가 강했다. 이 비잔틴 문화는 이탈리아와 시칠리아를 정복하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형성에 영향을 주었고 동유럽의 중심지, 특히 러시아로 확산되었다.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부조상2007년 미국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여 미 전역 가톨릭 신자들이 모금해서 기증한 두개의 부조상이 9월 22일 한국의 정진석 추기경이 참석한 가운데 봉헌되었다. 넓이 3.3미터, 높이 2.3 미터 크기로, 한국의 미를 살려 한복을 입은 ‘성모와 한국인 순교자상’과 ‘가나의 혼인잔치’ 두 작품이 성당 본당 입구 양편에 마주보고 설치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총 1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2003년 미국 가톨릭 주교회가 승인함으로서 처음에는 50만 달러 예산의 모자이크로 상을 만들려 했으나 그 후 계획을 바꿔 부조로 바꾸면서 50만 달러가 더 추가되었다고 한다.
3,500석 대성전내셔널 슈라인에서는 해마다 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가톨릭 EWTN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된다. 보통 가톨릭 음대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기도 하고 슈라인에 상주하는 바실리카 콰이어의 연주하기도 한다. 7월부터 8월에는 바실리카 섬머 오르간 시리즈가 있어 독일의 마티아스 볼러트, 마틴 슈메딩, 뉴욕의 제임스 웨젤 등이 와서 연주했다. 한인 연주가로는 현재 바로크 음악의 거장으로 알려진 한국종합예술대학 교수로 있는 오자경 교수가 1983년부터 1984년까지 ‘내셔널 슈라인’의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으며 슈라인 오르간 시리즈에서 여러 번 독주하였다. 대 성전은 3,500석으로 거대한 연주 홀이다. 성당 자체 행사가 많아 쉽지는 않지만 음악회를 하기 위해 렌트가 가능하며 렌트 비용은 그때의 성당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성당의 어느 곳에도 피아노는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연주 관계자가 빌려서 운송하면 사용할 수 있다. 지하의 소예배실 ‘Crypt’는 250명에서 30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좋은 오르겐이 있어 오르겐 연주가 잦은 연주홀이다. 독창이나 소규모 합창 앙상블을 위해서도 적합한 장소이다.
전철역: Blookland-CUA 주소: 400 Michigan Ave NE, Washington, D.C.
글 이성희/미드웨스트 음대 교수, 전 워싱턴음악인협회 회장
사진 황휘섭/한국 사진작가협회, 워싱턴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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