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상흔’ 지우고 축제의 장으로... 기노완시 등 3곳서 레드카펫 진행... 코미디 중심 16편의 영화 특별초청
▶ 국내에선 주원 주연 ‘패션왕’ 참가... 그룹 초신성 개막식서 축하공연
오키나와 영화제 포스터
[오키나와 국제영화제]
아주 특별한 영화제가 일본 최남단의 휴양지 오키나와에서 열렸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제 7회 오키나와 국제영화제(Okinawa International Movie Festival)가 오키나와현 곳곳에서 펼쳐졌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오키나와 지역 주민들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릿한 날씨에도 쨍쨍한 햇빛이 비추는 무더운 날씨에도 영화제에 참여하는 이들의 열정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도시 곳곳이 한가했다.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했다. 손으로 뻗으면 닿을 듯 낮고 청명한 하늘은 고요함에 힘을 보탰다. 그렇다고 조용한 영화제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한적했던 도시가 터질 것 같은 에너지의 장으로 변모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왜 웃음과 평화에 초점이 맞춰졌나?
오키나와 영화제는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요시모토흥업이 주최하고 있다. 요시모토흥업의 오사키 히로시 대표는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개최는 칸 영화제에 방문한 뒤 아시아에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제가 개최되길 바랐다.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 때 일본에서 유일하게 전쟁터가 된 장소이기에 이곳에 ‘웃음’과 ‘평화’를 메시지로 지난 2009년부터 영화제를 개최 중이다. 요시모토흥업이 6,000여명의 코미디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오키나와 영화제 주제가에는 ‘내가 웃음을 드릴게요’ ‘웃는 얼굴을 내게 주세요’ 등의 가사가 있다. 그만큼 웃음은 영화제의 핵심이다.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 당시 24만명이 희생되는 아픔을 지닌 땅이다. 미군과 일본군은 물론 오키나와 주민의 4분의1이 희생당했다. 그 중에는 징병징용당한 한국인 역시 포함됐다. 오키나와는 아직도 전쟁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다.
도시 도처에는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동굴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태평양 전쟁 이후 설립된 미군 기지는 오키나와 사회의 깊은 갈등의 골로 자리 잡고 있다. 무거움보다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성격을 띠게 된 이유는 이에 기인한다.
▲ 세 번의 레드카펫, 그 이상의 즐거움
오키나와 영화제는 각 해마다 내거는 슬로건이 있다. 이번 해에는 ‘섬 곳곳에서 커다란 축제’를 내걸었다. 때문에 지난해부터 두 번으로 늘린 레드카펫을 이번 해에는 세 번으로 늘렸다.
개막식 당일에는 기노완시에서, 28일에는 오키나와시, 29일에는 오키나와현의 중심지라 불리는 나하시에서 레드카펫이 열렸다. 총 1,000명이 넘는 유명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았고 이를 현장서 지켜본 관객 수는 10만명이 넘어간다. 1회 때부터 오키나와 영화제에 대한 조언과 자문을 아끼지 않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레드카펫을 세 번으로 늘렸는데 다른 시에서도 레드카펫에 대한 문의가 상당하다고 하더라”라며 “그 어떤 축제보다도 지역 주민들의 환호가 높다”고 전했다.
실제 영화제가 7회까지 성황리에 개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제가 시민의 삶 속으로 한 발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특징은 레드카펫에서 가장 잘 찾아볼 수 있다. 잘 차려입은 턱시도와 우아한 드레스만이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아님을 보여준다. 인기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유명인부터 평범해 보이는 여고생, 오키나와 전통 춤을 선보이며 레드카펫을 행진하는 등 유명인과 일반인의 구별이 없는 유쾌한 행진은 오직 오키나와 영화제에서만 살펴볼 수 있는 색다른 모습이었다.
▲ 오키나와에서 찾은 한국
2013년 진행된 영화제에서는 한가인 엄태웅 주연의 ‘건축학개론’과 주지훈 주연의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경쟁 부문인 ‘평화’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당시 김현중은 ‘럭키가이’뮤직비디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역시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와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 고’가 초청됐다. ‘수상한 그녀’는 ‘평화’부문 그랑프리를 거머쥐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른 해보다 한국 영화의 활약이 다소 적었다. 이유는 있다. 이번 오키나와 영화제는 경쟁작 수상을 없애고 코미디 영화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16편의 영화를 ‘특별초청’(Special Invitation)했기 때문. 일본을 비롯해 러시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의 영화가 초청된 가운데 주원 주연의 ‘패션왕’(감독 오기환)이 이름을 올렸다. ‘패션왕’은 영화제 둘째날인 26일 일본 예비 관객들을 만났다. 이른 아침에 이뤄진 유료 시사였지만 극장 객석의 60%를 채웠다. 4월 11일 일본에서 정식 개봉하는 ‘패션왕’이 흥행을 이룰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룹 초신성은 영화제 개막식에서 축하 공연을 맡아 영화제의 열기를 더했다.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답게 그들이 레드카펫을 지나가고, 공연을 펼치자 관객석에서는 열광적인 환호가 쏟아졌다. 이 외에 아직 한국에서 데뷔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이뤄진 다국적 그룹 비셔플은 특별초청된 영화 ‘하라주쿠 데니어’로 영화제를 빛냈다.
<조현주 기자=오키나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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