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빌은 어떤 동네인가?
워싱턴 D.C.에서 승용차로 40-50분 거리인 센터빌에 마을이 들어선 건 1760년대부터다. 초기에는 ‘뉴게이트(Newgate)’로 불렸으나 1792년 센터빌로 이름이 바뀌었다. 알렉산드리아, 덤프리스, 미들버그 등을 사이에 둔 중심 마을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것이다. 한국말로 치면 ‘중앙동’인 셈이다.
루트 29번이 동서를, 28번은 남북을 가로지르는 센터빌의 총 면적은 9.7평방마일. 가구 평균소득은 8만3천달러에 이르며 18살에서 24살 사이의 젊은 층이 44%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신도시라고 할 수 있다.
센터빌은 2011년 버지니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 조사는 부동산 전문 기업 모보토(movoto)가 버지니아주내 도시를 대상으로 인구당 편의시설, 물가, 범죄율, 고학력자 비율, 평균 가정소득, 부동산 가격, 다양성 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다. 센터빌은 고급 싱글 홈 및 타운 홈 빌리지가 구성돼 있고 샤핑센터, 영화관 등 각종 편의시설이 많은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센터빌은 또 2014년 버지니아 주내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곳 5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노동 가능 인구와 일자리, 소득 성장 등 3개 부문을 기초로 한 조사결과였다. 또 주민 중 20%가 정부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53.1%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로 구성돼 있다.
<2> 특징과 과제-전망
◎-애난데일과 다른 점은
애난데일이 워싱턴의 코리아 타운을 상징해 왔다면 애난데일에서 20분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센터빌은 2000년대 불기 시작한 부동산 열기를 타고 형성된 신흥 한인타운이다. 그리고 애난데일이 비즈니스 타운이라면 센터빌은 주거 타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센터빌에는 한인 유흥업소가 발달하지 않은 것이 두 한인타운 사이의 차이를 명백히 입증한다.
애난데일은 1980년대 말부터 한인 업소와 각종 오피스들이 들어서면서 한인 비즈니스의 유일한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불경기의 장기화와 함께 2000년대 말부터 점차 활력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센터빌에 상당 부분 상권을 빼앗기고 있다.
한인 상권의 일부가 센터빌로 옮겨간 데는 애난데일이 주거환경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점도 지적된다. 1990년 23%에 불과했던 애난데일의 소수계 인구는 현재 50.4%로 소수계 거주비율이 높아졌다. 이는 버지니아 내 가장 높은 인종적 다양성 4위 지역이다.
메가 부동산의 제임스 차 에이전트는 “애난데일은 점차 라틴계 거주자들이 늘고 소수계들이 많아지면서 백인들이 타 지역으로 이주하고 슬럼형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재개발이 미뤄지게 되면 애난데일은 한인 타운으로서의 위상이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센터빌은 범죄율이 버지니아 주 평균 보다 58%나 낮아 안전하고, 가구당 평균소득이 주 평균 보다 78%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새로운 한인 비즈니스의 진원지
한인 타운으로서의 센터빌이 애난데일과 차별되는 또 다른 점은 새로운 비즈니스 문화의 진원지라는 점이다. ‘스파월드’가 한국식 찜질방 문화를 미국사회에 처음 선보인데 이어 유러피언 스타일의 빵집인 ‘뚜레쥬르’와 한국식 무제한 고깃집인 ‘철기시대’ 등은 최첨단의 독특한 인테리어로 기존의 한인 업소 이미지를 혁파하고 있다.
2013년 5월에 문을 연 뚜레쥬르의 에리카 유 대표는 “센터빌은 한인 비즈니스에서 과감한 혁신의 바람이 불어오는 새로운 문화의 유입지”라며 “한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고객시대는 이미 끝났기에 새로 창업되는 한인업소들은 새로운 개념과 인테리어 등으로 다문화 고객들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한국 비디오 대여점 ‘홈 시네마’는 지난해 결국 문을 닫았다.
“애난데일과는 다른 특성 가진
한인타운으로 발전해 나갈 것”
한인만을 고객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물론 센터빌의 한인업소들의 고객의 상당수는 아직 한인들이다. 하지만 백인 등 다양한 소비자들이 한인 업소를 찾고 있다.
스파월드는 2008년 문을 연 이래 점차 한인 고객 수가 줄어들며 요즘은 80% 이상이 사우나 문화가 발달한 북유럽과 러시아 등 출신 이민자들이라 한다. 흑인 고객들도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다는 소식이다. ‘꿀돼지’와 포장마차식 주점인 ‘식객’, ‘BBQ 치킨’ 등에는 저녁이면 고유의 한국식 술 문화를 즐기려는 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레 베이커리 카페와 신라제과에도 한국식 빵 문화를 접하려는 미국인들로 북적댄다.
메가 부동산의 제임스 차 에이전트는 “고기 굽는 문화와 한국식 빵, 치킨, 술 문화 등 센터빌은 한국식 문화를 미국사회에 파는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센터빌 한인타운, 어디로 가나
센터빌이 신 한인타운으로 급성장하면서 미 주류사회에서도 인식이 달라졌다. 밥 맥도넬과 테리 맥컬리프 전현직 버지니아 주지사는 선거운동 기간 센터빌에서 한인 소상인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마크 워너 연방 상원의원,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도 선거 때마다 센터빌의 중앙장로교회나 한인마켓을 찾아 한인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만큼 센터빌의 한인이 갖는 정치적 위상이 달라진 것을 보여준다. 또 센터빌의 한인타운은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는 등 지역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센터빌 한인들의 낮은 지역사회 참여도와 시민의식은 한계로 지적된다. 설리 디스트릭트 마이클 프레이 수퍼바이저는 “한인사회와 센터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해 가고 있다”며 “다만 한인들은 자신들만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지역사회 참여도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한인 수가 급증하면서 각종 꼴불견도 속출해 주류사회의 눈총을 사고 있다. 센터빌 주민인 윤성현 씨는 “밤늦은 시간에 샤핑 몰에서 삼삼오오 모여 떠들어대는 취객들, 도서관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 등 몰상식한 한인들이 많아 창피스럽다”며 “한번은 헬스클럽인 라이프타임에 60대 한인이 공용 수건으로 자기 구두를 닦는 모습을 보고 행여 다른 미국인들이 볼까 조마조마했다”고 그간 목격한 꼴불견 상을 털어놓았다.
센터빌의 한인타운은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아직은 애난데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애난데일과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진 한인타운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란 전망에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박혜자 메트로시티은행 센터빌 지점장은 “애난데일이 D.C.와 메릴랜드의 한인들까지 포괄할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을 지녔지만 센터빌은 지리적 반경은 좁아도 공간적으로 집약되고 인구 측면에서 밀집된 한인들의 타운이라는 강점을 가졌다”면서 “한인들의 주거와 샤핑의 중심지로서의 그 역할은 더 커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잔 오 뉴스타 부동산 대표는 “센터빌은 한인 커뮤니티 촌으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춘 편의성 때문에 그 고양된 가치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한인들만의 동네가 아닌 미국인들과 함께 어울려 산다는 성숙한 의식과 문화가 뒷받침 된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