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구의 사랑’ 속 착한 남자 강호구... ‘대한민국 대표 호구남’ 인기몰이
▶ 성실하고 화낼 줄 모르는 우직함...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에 끌려
●‘나쁜 남자’ 지고 ‘착한 남자’ 뜬다
여자를 울리던 ‘나쁜 남자’의 시대는 갔다. 여주인공의 허물을 감싸주고, 화가 나는 상황에도 그저 웃는 호구 캐릭터들이 TV 드라마 속 대세로 떠올랐다.
‘여자는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가’라는 책 제목처럼 그동안 안방극장 속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나쁜 남자였다.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 같은 모습은 뭇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무엇보다 나쁜 남자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지성이 연기한 일곱 개의 인격 중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과격하고 난폭한 신세기에 열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까칠하고 무심한 나쁜 남자에 시청자들이 지치기라도 한 걸까? 현재 여심(女心)은 나에게 헌신하고, 내가 도망가도 언제든 날 받아줄 것만 같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바로 ‘호구’에게 쏠려 있다.
▲ 오직 너만 보여!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극본 윤난중·연출 표민수) 속 강호구(최우식)는 ‘대한민국 대표 호구남’이다. 스물여섯 평생 호구처럼 여자들에게 잘해줬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첫사랑인 도도희(유이)가 나타났고, ‘밀당’‘썸’등과는 거리가 먼 지고지순한 순정을 바치고 있다. 만삭의 임산부가 된 도희에게 호구는 아빠의 정체를 묻지도 않고 보호자를 자처했다. 갈 곳 없는 도희의 은신처를 마련하고 아이의 육아까지 성심성의껏 돕는 그의 순정을 단순히 ‘호구 같다’고만 표현할 수 없다. 호구의 사랑에 도희 역시 ‘이젠 내가 도호구’라며 마음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자신과 자식까지 버린 여자를 받아줬다.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극본 김사경·연출 윤재문)에서 이장우가 연기하는 박차돌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다. 대학시절 연인이었던 백장미(한선분)와 딸 박초롱(이고은)을 낳았다. 그러나 장미는 산후우울증이라는 이유로 아이와 차돌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차돌은 초롱을 위해 분유를 훔치는 도둑질까지 하며 홀로 아이를 키웠다. 미국에서 돌아온 장미를 외면하는 듯했지만 차돌은 그를 용서했고, 부모들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사랑을 지켜가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슈퍼대디 열’(극본 김경세·연출 송현욱) 속 서준영 역시 한 여자만 바라보는 ‘우직남’이다. 싱글맘인 차미래(이유리)만 바라보는 닥터 신으로 열연하는 그는 풍선 프러포즈부터 기습 키스 시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거절을 당해도 굴하지 않는다. 싱글맘이라도 꿋꿋이 한 여자만 바라보는 그의 순정이 아름답기까지한 이유다.
▲ 쉽게 분노하지 않아! 캔디 뺨치는 ‘참을성’
반듯하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성실함은 갖췄지만 썩 좋지 못한 학벌 때문에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다. KBS 2TV 주말극‘파랑새의 집’(극본 박필주· 연출 지병현) 속 김지완(이준혁) 이야기다. 그는 면접관들의 무시 발언에도 주먹을 한번 꾹 쥐고 마는 참을성 강한 남자다. 자신을 낙하산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아버지를 들먹거리는 장태수(천호진)의 발언에 욱하기도 했지만 결국 가족을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너 아들인 장현도(이상엽)의 들러리 취급을 받고 그가 한 실수의 뒤처리를 떠맡아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그는 최선을 다한다. 욕하고 화낼 시간에 자신이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닌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했다면 너 스스로 당당해도 된다”는 엄마 한선희(최명길)의 조언은 그에게 큰 힘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 연출 최병길) 속 명성고 신임 국어교사 박노아(지현우)는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고 방긋 웃는다. 우월한 허우대와 잘생긴 외모를 지닌 그지만 사람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2% 부족한 어수룩한 매력 때문에 ‘호구 교사’라 불린다.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정작 학생들은 그를 잘 따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믿는 순수한 영혼이다. 학생으로 잘못 오해한 조강자(김희선)가 술을 먹으려 해 이를 저지하다가 욕을 듣고, 멱살이 잡히는 등 온갖 수난을 겪지만 무한한 인내와 사랑으로 학생들을 감싸준다. 요령 없고 답답해 보이지만 우리가 한번쯤은 꿈꿔온 선생의 모습이다.
▲ 우리가 ‘호구’에게 끌리는 이유!
어수룩하고 순수한 ‘착한 남자’ 호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현우는 앞서 진행된 ‘앵그리맘’ 제작발표회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쁜 남자가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도 싸가지 캐릭터로 활동했었다. 호구 역할이 어떻게 보면 매력이 없게 느껴질 수도 공감을 못할 수도 있다. ‘왜 저렇게 답답하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서도 “작품을 통해 순수해지는 느낌이다. 보다 보면 시청자들 역시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매력을 밝혔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그 현실 기반에 판타지를 안기기도 한다. 사랑하는 것조차 벅차고 힘든 어려운 현실인 만큼 오로지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순정을 바치는 착한 남자들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뒤 “주눅 들고 기를 펴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세상과 부딪치는 모습 역시 시청자들에게 힘을 안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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