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부터 ‘금토드라마’ 편성... 초호화 캐스팅 ‘불금’ 시청자 유혹... 주말밤 9시 가족프로그램 전환
▶ ‘혁신적 편승’vs‘케이블 따라하기’... 시청자, 전문가들 평가 엇갈려
지상파의 위기는 더 이상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비지상파 채널이 참신한 기획과 새로운 시도로 시청층을 잠식해 나갈 때 지상파는 다소 안일하게 대처했다. 드라마는 구태의연한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예능 프로그램 역시 진일보하지 못했다. 위기의식을 확실히 느낀 지상파 3사가 독한 개편에 들어간다. ‘혁신적 편성’이라는 평가와 ‘케이블 따라하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두 가지 평으로 나뉘고 있다.
▲ 금토드라마부터 주말극 폐지까지 ‘혁신’
KBS는 이르면 5월부터 금토드라마를 편성한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뜻하는 속어)이 안방극장의 새로운 시청률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KBS는 금요일에 선보이는 이렇다 할 킬러 콘텐츠가 없는 것이 사실. SBS는 수년째 ‘정글의 법칙’을 금요일 오후에 편성해 시청률적인 면에서 수확을 얻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은 나영석 PD가 선보이는 ‘꽃보다’시리즈와 ‘삼시세끼’ 등을 연속으로 선보이며 크게 성장했다. tvN의 성장을 이끌었던 ‘응답하라’시리즈(이하 응답하라)부터 ‘미생’그리고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은 모두 금요일 방송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KBS는 제작진부터 출연진까지 초호화 캐스팅으로 ‘불금’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현재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김수현부터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 등 환상의 드림팀이 탄생했다. 이들은 KBS 2TV가 선보일 ‘프로듀사’출연을 확정했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프로듀사’는 오는 5월 KBS가 선보일 금토드라마로 오후 11시에 방송될 예정이다. 예능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는 드라마로 KBS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직접 제작한다. ‘개그 콘서트’‘1박 2일’등을 성공리에 이끌어온 서수민 PD와 ‘내조의 여왕’‘넝쿨째 굴러온 당신’‘별에서 온 그대’등 히트작만을 집필해 온 박지은 작가가 뭉쳤다.
SBS의 변화도 눈여겨볼만하다. 현재 9시대와 10시대, 주말극을 두 편 연속 방영하고 있는 SBS는 9시대 주말극을 완전히 폐지하고 그 시간에 예능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토요일에는 이경규 조재현 등 스타 아빠와 딸의 관계를 관찰해 관계를 개선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를 일요일에는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편성했다. SBS는 “그 동안 이른바 ‘막장 드라마 시간대’로 전락해버린 주말 밤 9시를 건강하고 유쾌한 가족 프로그램 시간대로 전환하는 개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MBC는 눈에 확 띄는 개편은 없지만 색다른 포맷으로 호평을 얻은 설 특집 프로그램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정규편성한다. 현재 시간대를 조정하는 중으로 편성이 확정되면 기존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을 폐지시키거나 시간대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 의도가 눈에 빤히 보여? 케이블 의식한 편성 ‘지적’
일각에서는 지상파의 이러한 변화가 케이블 따라하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금토드라마는 tvN이 가장 먼저 신설한 편성대로 2013년 방영된‘응답하라 1994’를 시작으로 ‘응급남녀’‘갑동이’‘연애 말고 결혼’‘미생’등으로 이어지며 확고한 시간대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프로듀사’는 예능 PD가 만드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응답하라’와 닮아 있다. ‘응답하라’는 KBS 2TV ‘남자의 자격’을 연출한 신원호 PD의 첫 드라마 연출작인만큼 시선들이 곱지만은 않다.
여기에 스타 캐스팅과 연출진으로만 승부를 보려는 것 같다는 안타까운 시선도 섞여 있다. 한상덕 문화평론가는 KBS의 금토드라마 신설에 대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여겨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요일 시청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인식하고 만들 수 있냐의 문제다.
시청자들의 요구와 니즈(needs)에 의해서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더 이상 스타 캐스팅이 드라마의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데‘프로듀사’를 보면 KBS가 그걸 못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금토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현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스타들과 유명 제작진으로 선점을 누리려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안일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KBS가 오는 4월 첫 선을 보이는 ‘어 스타일 포 유’(A Style For You) 역시 그룹 EXID 하니, 씨스타 보라, 카라 구하라 등 아이돌스타들의 스타일을 다룬 다는 점에서 온 스타일의 ‘스타일 로그’등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다.
▲ 그럼에도 지상파가 ‘변해야 하는’ 이유
‘케이블 따라하기’라는 굴욕적인 평가에도 지상파는 새로운 프로그램과 편성을 시도하는 대수술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한 프로듀서는 “종편과 케이블채널이 빠른 속도로 지상파 시청률을 잠식하고 있다. 중장년층은 TV조선이나 MBN 등으로 이동했고 젊은 시청층은 tvN 등을 많이 시청하고 있다. 또 젊은층이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TV를 많이 접하고 있어 ‘본방 사수’의 개념 역시 많이 흐려졌다. 6~7%가 동시간대 1위인 상황을 보며 지상파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당연히 위기로 보고 있다”며 “지상파의 대수술은 이미 예고돼 있었던 일”이라고 전했다.
박중민 KBS 예능국장은 “케이블의 영향이 일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대대적인 변혁은 지상파의 자각에 의해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시청자들의 시청패턴이 많이 변화했다. 평일 시청률은 많이 떨어졌지만 금요일과 주말은 아직 살아있다. 때문에 이 시간대에 신상품을 많이 넣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안 해봤던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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