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역 차지연은 명불허전
▶ 디나’역 ‘베스티’유지 새 발견
6년 만에 재공연한 라이선스 뮤지컬 ‘드림걸즈’는 새삼 뮤지컬에서 노래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R&B 여성 그룹 ‘슈프림스(Supremes)’가 모티브다. 1960년대 흑인 레이블모타운 레코드를 상징하는 팀이다. 당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와 어깨를 겨뤘다. 극중 대사로도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솔(Soul)이 넘실대는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다. ‘원 나이트 온리’ 등 ‘드림걸즈’ 작곡가 헨리 크리거의 빛나는 넘버들은 이를 충실히 재현하며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슈프림스’는 뮤지컬에서 ‘드림스’로 대치된다.
슈프림스 멤버 플로렌스 발라드와 다이애나 로스는 ‘에피 화이트’와 ‘디나 존스’로 바뀐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드림걸즈’(2006)에서는 제니퍼 허드슨이 에피, 비욘세가 디나를 연기했다.
에피는 솔이 가득한 풍부한 성량, 디나는 에피의 힘에 미치지 못하지만 부드러운 음색이 특징이다. 이번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2009년 한국초연에 이어 에피를 맡은 차지연은 명불허전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 관객들의 기를 몽땅 빨아들이는 그녀는 쇼비즈니스 세계에 적응 못하는 에피의 울분을 토해낸다. 이 역을 위해 체중을 10㎏이나 늘린만큼 파워도 실렸다.
디나 역의 걸그룹 ‘베스티’ 메인보컬 유지는 새로운 발견이다. 지난해 ‘풀하우스’로 뮤지컬에 데뷔한 유지는 아직 평범한 대사 톤은 어색하다.
하지만 노래하는 매 순간 발군의 실력이 드러난다. 괴력을 발휘하는 차지연에게 밀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데 자신만의 노래를 시원스럽게 부른다. 외모로 메인 보컬 자리에서 에피를 밀어내는 디나 역은 그만큼 겉모습도 중요하다.
비욘세가 맡았던 역이니 말 다했다. 키가 168㎝인 유지는 베스티 활동 당시 발견하지 못한 ‘여배우’의 얼굴을 찾게끔 한다. 공연 내내 남성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일반 대사 톤과 연기의 세밀함을 다듬으면 새로운 뮤지컬 디바로 거듭날 수 있겠다.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가 펄떡거리는 또 다른 이유는 쇼비즈니스의 잔혹함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드림걸즈’는 1982년 토니 어워드 13개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이 바닥의 세계는 뜨겁지만, 반대급부로 그만큼이나 냉혹하다.
자동차 세일즈맨에서 쇼비즈니스의 미다스 손으로 성장하는 ‘커티스’(김준현)가 이를 가장 잘 대변한다. 드림스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기 위해 갖은 불법을 저지르는 그는 자신을 사랑한 에피와 디나는 물론 당대 최고의 가수 ‘지미’(최민철) 등 주변 인물을 수렁으로 빠져들게 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스스로를 옥죄게 된다.
6년 전 LED(발광다이오드) 패널 5개로 화려함의 정점을 찍은 무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변경됐다. 흰색 네모 모양의 ‘셀’ 66개가 무대 위 공중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꿈과 희망의 밀물과 썰물을 노래한다. 이로 인해 전작보다 인물들의 감정선에 방점이 찍힌다. 쇼비즈니스 세계에서 휘둘리면서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슈프림스 멤버들의 고군분투가 그래서 가슴을 더 파고든다.
현실에서 슈프림스의 끝은 유쾌하지 못했다.
뮤지컬에서도 드림스는 해체되지만, 각자의 꿈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꿈을 주는 뮤지컬에 걸맞은 해피 엔딩이자 제목에 맞는 피날레다. 에피와디나는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장면에서 그 유명한 ‘리슨’을 듀엣한다. "들어봐. 내 마음속에 있는 노래를"
‘드림걸즈’는 배우 뿐 아니라 관객들 스스로 자신의 노래를 듣게끔 한다. 귀와 마음의 황홀경은 이런 것이다.
5월25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에피 박혜나·최현선, 디나 윤공주·박은미, 커티스 김도현.
프로듀서 신춘수, 연출 데이비드 스완, 음악 감독 원미솔,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 조명디자이너 이우형, 음향디자이너 권도경. 러닝타임 170분(인터미션 포함) 오디뮤지컬컴퍼니·오픈리뷰.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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