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는 동안 중국 북서부의 인구 50만 도시 셴주 만큼 더 빨리 급성장한 도시는 거의 없었다. 이 도시 중심가의 호화 의류상점들은 잘 나가던 시절 하루 최고 50만달러의 매상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고급 식당의 자리들은 몇 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였다. 시의 비즈니스 엘리트들을 겨냥해 새로 오픈한 포춘 가든 클럽은 무려 100만달러짜리 마호가니 침대를 갖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고통스러운 신용위기가 이 도시와 인근 도시들로 확산되고 있다. 수천개의 비즈니스들이 문을 닫았으며 고급 BMW 압류사태가 늘고 있다. 도심에서는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구 패션의 전달자였던 지역은 황폐해졌으며 식당의 월매출은 97%나 줄었다. 포춘 클럽의 대리석 입구는 닫혔으며 이 도시의 자동차 딜러 가운데 단 하나만 빼고는 모두가 문을 닫았다.

이 도시의 최대 보석상 업주는 최근 경찰에 체포됐다. 수백만 달러와 보석들을 빼돌려 도주하려다 채권자들에게 발각됐기 때이다. 최고급 식당도 아주 최근 폐업했다. 그리고 주인은 도시를 떠났다. 포춘클럽을 비롯한 많은 업체들의 관계자들도 도시를 이미 떠났다.

셰무와 인근의 오르도스와 푸구 같은 도시들은 중국의 전체 경제를 괴롭히기 시작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들이다. 중국 전역에 걸쳐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성장 둔화로 인해 대출연체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전통적인 금융권 밖에서 이뤄지는 대출의 경우 더욱 그렇다. 석탄과 철강생산 같은 산업의 과잉투자도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대출에 힘입어 급등해 온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들의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붕괴의 조짐은 사채금융시장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해안도시 웬주같은 곳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웬주는 지나 25년 동안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라 불리는 사채 시장이 지배해 온 곳이다. 가격급락의 영향이 큰 상품과 깊이 연계된 도시들의 타격이 특히 심하다. 연체율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경제적으로 다변화 된 대도시들은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이곳에서도 중소 업체들은 비공식 금융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산시성 북부지역인 이곳 셴무의 대출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역의 주요 생산품인 석탄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금년 초 일부 채무자들이 연체를 시작하면서 이를 우려한 비공식 금융권 업자들은 중소업체들에 대한 금리를 올렸다. 종전 24~40%였던 금리는 최고 125%로까지 폭등했다. 이런 조치는 연체율 급등을 초래했다. 악성대출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차용증은 대부분 손으로 쓴 것들이어서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기 힘들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건설업자는 “아무도 대출을 해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업자는 자금부족으로 그동안 진행해 오던 프로젝트를 중단한 상태이다.

느리게나마 변화가 도입되고는 있지만 중국 국영 은행들은 아주 오랫동안 인플레율을 겨우 웃도는 낮은 금리를 부과해 왔다. 중국에서 이런 대출들은 거의 대부분 대기업들, 그리고 정부 관리들과 정치적 연계가 있는 개인들에게 이뤄져왔다. 이들은 낮은 금리로 받은 대출을 바탕으로 돈이 필요한 민간부문 중소기업들에 다시 대출을 해왔다.

건설이 중단 된 고층호텔 공사장 앞에서 만난 한 관리는 자신은 은행으로부터 60만 인민폐, 즉 10만달러를 대출받아 이를 사채업자들에게 10.4%의 금리로 빌려줬다고 말했다. 그 차액을 가져가기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돈을 빌려 간 대출업자가 연체를 하면서 자신은 은행돈을 갚느라 고생 중이라고 밝힌 이 관리는 “집을 잃지 않기 위해 친척들에게서 돈을 빌려 조금씩 은행 돈을 갚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빚을 갚는 것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 경제 분석들은 실질성장률만 본다. 실질성장률은 연간 7.5% 정도에 달한다. 그러나 상황능력을 결정해주는 기업들의 판매고와 수익에는 실질성장률이 아니라 명목성장률이 더 중요하다. 명목 성장률은 실질성장에다 인플레율을 합한 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명목 성장률이 연간 16~23%에 달함으로써 민간부문 기업들은 은행의 두 자릿수 금리 대출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명목 성장률이 지난 해 9.8%로 떨어지고 올 초 또 다시 하락함으로써 상환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올 명목 성장률은 8.8%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과잉투자는 과잉생산능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셴무 인근에서 10개의 새로운 광산들이 개발됐으며 기존 광산들도 확장을 해 왔다. 그러나 석탄 의존도가 높은 전기와 철광 수요가 예상보다 느리게 증가하면서 석탄 수요가 급감했다. 석탄가격은 지나 3년 사이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셴무 인근 90개 탄광 가운데 현재까지 운영 중인 곳은 수익을 낼 필요가 별로 없는 국영광산 9개뿐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이 지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이 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전역에서 부동산 가격은 치솟아 왔다. 10년 전 20만달러 미만에 팔렸던 셴무의 1,200평방피트 아파트는 지난 겨울 33만달러까지 올랐다. 부동산 업자들은 셀러들에게 가격을 10% 이상 낮추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아파트를 전문적으로 사고파는 업체들에 따르면 1,200평방피트 아파트는 현재 최저 11만5,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65% 폭락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시위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이곳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 관리들에게 경제 회생을 요구했다. 또 얼마 전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중단으로 발생한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지역 상인은 지난 해 사채의 위험을 경고하는 대형 현수막들을 내걸었던 시정부 관계자들에게 연민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이것은 지역 이슈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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