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적 ‘무례하다’ 인상 바꾸기 캠페인
▶ 세계 관광객 아시아 등지로 빼앗기면서 기분 좋은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멕시코에서 온 여행객들이 파리의 한 식당에서 메뉴를 살펴보고 있다. 프랑스, 특히 파리가 관광객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이미지가 강하자 프랑스 관광위원회가 이를 없애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리베리오 가족이 테이블에 앉아 서툰 프랑스어로 떠듬떠듬 주문을 하자 웨이터는 영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굴렸다. 결국 주문한 음식 대신 엉뚱한 음식이 나왔고, 그 음식을 바꿔줘야 한다, 안 된다로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사람들은 꽤 친절하고 도움이 된다”고 리베리오는 말한다. 파리에서의 가족여행은 즐거웠다는 것이다. 문제의 웨이터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 식당에서의 경험으로 “프랑스 사람들이 무례하다는 평판이 왜 나왔는지를 상기하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빛의 도시, 파리에서 해묵은 논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프랑스인들은 전형적으로 무례하다는 주장은 정당한 것인가, 아니면 이는 단순히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여행객들의 이해 부족으로 생기는 일인가.
그에 대한 탐구가 좀 색다른 곳에서 시작되었다. 파리 관광위원회이다. 관광위원회는 프랑스, 특히 파리가 여행객들에게 친절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관광위원회는 카페, 호텔, 가게, 택시 등에 팸플렛 2만부를 돌리고 있다. ‘당신은 여행객의 말을 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이 팸플렛은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지를 적은 지침서이다. 지난 7월 3만5,000부를 모두 돌리고 추가로 더 돌리는 것이다.
지침서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퍼스트네임으로 불려지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인들은 매사에 안심을 할 필요를 느낀다. 스페인사람들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친절하기를 바란다. 미국인들에 대해서 안내책자는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미국인들은 아이폰 등 개인 기기에 매달려 있고 저녁식사를 일찌감치 6시쯤 먹고 싶어 한다. 6시의 저녁식사는 전형적 파리 시민들에게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나쁜 평판에 맞서 싸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파리에서 받는 대접의 질을 개선하려는 것입니다.”관광위원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프랑솨 나바로의 말이다. 연간 3,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파리는 전 세계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도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나바로는 말한다.
얼마나 관광객을 늘릴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뒤에 자리 잡은 한 유명 식당의 주인인 폴 카프는 관광위원회의 지침서를 보고 어깨를 들썩한다. 모든 것이 프랑스사람들은 고집불통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 측면이 있지요. 하지만 캠페인 한다고 해서 불친절하던 웨이터가 바뀌지는 않아요. 그들의 멘탈리티는 ‘내가 일하는 중에는 참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프랑스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 하는 시점에 관광 캠페인은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 프랑스 호텔 및 식당 연맹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올해 관광수입은 1년 전과 비교해 10% 하락했다.
파리가 직면한 더 큰 어려움은 아마도 점점 심해지는 경쟁이다. 전통적 관광 라이벌인 런던, 뉴요, 바르셀로나만이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관광지로 부쩍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여행객들의 20% 이상은 휴가지로 아시아를 찾았다. 아시아는 국제 관광 수입으로 3,240억달러를 벌었다. 전 세계 관광수입의 30%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유엔 세계관광기구의 보고에 의하면 미국의 관광수익은 1,260억 달러이고, 프랑스는 540억 달러로 중국이나 스페인보다도 낮다.
“세계 관광의 수도들 사이에서 엄청난 경제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나바로는 말한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주요 관광지는 60군데 정도였지만 지금은 600군데나 된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프랑스 관광위원회가 친절 캠페인까지 펼치며 들이는 노력은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어쨌거나 수많은 방문객들은 무례의 경험 없이 프랑스의 수도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기분 좋게 파리를 떠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애틀랜타에 사는 폴 생어(74). 그는 지난 50년간 100번 이상 파리를 방문했다. 그의 기억으로는 한번도 불쾌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
“많은 미국사람들이 프랑스인들은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데 그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분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요.”파리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들이 돌아다니기에 편하다. 영어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파리의 젊은 세대 웨이터들은 영어를 제2의 프랑스어인듯 쉽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쓴다. 손님들의 말에 외국인 액센트가 있으면 곧바로 영어로 말한다. 아울러 관광산업에 고용되어 있는 60만 파리시민들은 친절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프랑스식 콧대가 과거의 유물로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도 파리 등 대도시 시민들 특유의 시민정신 실종은 유명하다. 툭하면 새치기를 하고 애완견의 개똥을 치우지 않는 등이다. 그리고 정부가 이미지 개선을 장려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5년에는 ‘봉주르(안녕)’ 캠페인을 벌이며 시민들이 관광객들을 기분 좋게 대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비슷한 캠페인이 여러 번 있었다.
물론 관광객들이 무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미국인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인사를 안 하고는 오히려 프랑스인들이 무례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목소리를 낮추며 참을성 있게 서브를 기다리면 기분 좋은 관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프랑스어로 ‘안녕하세요’나 ‘실례하지만’ 정도는 배워두면 보다 친절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프랑스에서 웨이터들이 사근사근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에서는 웨이터가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고 팁을 위해 일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웨이터가 일을 못한다고 함부로 해고할 수가 없다. 말쑥한 복장에 대단히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반면 손님이 계산서 달라고 소리를 질러도 들은 척도 안하는 것이 프랑스 웨이터들이라고 한 식당 주인은 귀띰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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