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푸드뱅크 시스템 대폭 혁신… 급식·배급시간 획기적으로 줄여줘
▶ 중소기업들에도‘도요타 모델’전수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티 기부”
뉴욕시 푸드뱅크는 전국에서 가장 큰 기아퇴치 자선기관이다. 매년 이곳에서 먹이는 사람만 150만명에 달한다. 이 기관은 다른 자선기관들처럼 기업들의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타깃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델타 항공, 뉴욕 양키스 등이 이 기관을 후원하는 기업들이다.
이 가운데는 도요차도 들어있다. 하지만 도요타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도요타는 수표 대신 ‘카이젠’을 제공했다. 끊임없는 개선노력을 뜻하는 일본어인 카이젠은 도요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자 성공 요인이라고 도요타는 설명한다. 이것은 끊임없이 작업을 촉진하는 방식들을 찾아냄으로써 흐름과 제품의 질을 최적화 하려는 노력이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외부의 관점에서 생각함으로써 작은 변화를 통해 큰 결과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효율에 중점을 둔 이런 도요타의 방식은 푸드뱅크 운영을 바꿔놓았다. 할렘의 한 급식소에서 도요타의 엔지니어들은 저녁식사를 위한 대기시간을 90분에서 18분으로 크게 단축시켜 놓았다. 스테튼 아일랜드 급식소에서는 직원들이 푸드백을 채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11분에서 6분으로 단축시켜주었다.
허리케인 샌디 피해자들을 위한 보급품을 포장하는 브루클린 부시윅 창고에서는 한 박스 포장에 걸리는 시간을 종전 3분에서 단 11초로 줄여주었다. 도요타는 “우리가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는 방식에 혁신을 가져다주었다”고 푸드뱅크 책임자인 마가렛 퍼비스는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도요타가 이런 제안을 했을 때 푸드뱅크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할렘 급식소의 배식책임자인 대릴 포리스트는 “그들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다. 우리는 급식소를 운영한다”며 “이것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요타가 입장을 굽히지 않자 포리스트는 한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급식을 기다리며 서 있는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기니 이것을 줄여달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도요타의 엔지니어들은 즉시 작업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오후 4시 저녁 시간이 시작되면 통상 한 번에 50명을 앉혀 식사를 제공했다. 일단 자리가 전부 차면 사람들은 밖에서 줄을 서 기다렸다. 포리스트는 10명이 들어 올 공간이 생기면 새로이 사람들을 입장시켰다. 그러다 보니 1시간 반 이상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도요타는 3가지를 변화시켰다. 한번에 10명이라는 시스템을 없앴다. 한자리라도 생기면 사람들을 앉혔다.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곧바로 식판을 집어들 수 있는 내부에 대기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안에서 빈자리를 발견하는 즉시 바로 사람을 채우는 전담직원을 지정했다. 이런 조치들을 취하자 평균 대기시간은 18분으로 줄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급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 푸드뱅크 관계자가 문화 교류라고 표현한 도요타와 푸드뱅크의 파트너십은 기업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후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UC버클리 하스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전문가인 데이빗 포겔 고수는 “이것은 기업 자선의 한 형태이다. 그러나 돈을 주는 대신 이들은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나눈다”며 “대단히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연방과 지방정부로부터의 후원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비영리기관들은 이전보다 더 현명하게 비즈니스관련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빌라노바 대학 마케팅 교수인 로널드 힐은 “비영리 기관들은 운영개선을 위해 기업들의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초 도요타는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부품 생산업자들과 제한적으로 나눴다. 그러나 도요타의 효율성 본부인 생산시스템 지원센터는 도요타 모델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것을 확인하고 비자동차 생산업체들과 비영리 기관들에 컨설팅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재 생산시스템 지원센터는 약 40개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은 소액의 수수료를 내는 중소 생산업체들이고 나머지는 푸드뱅크 같은 비영리 기관들이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물론 무료이다. 지원센터 매니저인 제이미 보니니는 “수많은 분야들이 도요타의 생산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작업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기회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뱅크에 대한 도요타의 지원은 이 기관이 경기침체로 급식수요가 급증하던 시점에 이뤄졌다. 퍼비스는 “식당과 은행, 항공사 등 업체들은 우리에게 돈을 지원한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와서 ‘이것은 우리 회사를 성공시킨 모델이다. 이것을 당신들과 나눠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말했다.
푸드뱅크 네트웍의 하나인 스테튼 아일랜드의 프로젝트 호스피탤러티 배급소에서 도요타 엔지니어들은 픽업 과정을 신속화 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 이들은 선반을 식품 그룹별로 재정리 하고 곡물과 야채, 과일, 단백질 식품 등을 구분하기 위해 컬러 테입을 사용했다. 고객들이 이곳에 와 식품을 받아 가는 시간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와 비슷하게 푸드뱅크는 허리케인 샌디 후 바빠진 산하기관인 메트로월드 차일드를 도와달라고 도요타 엔지니어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생산직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인 리사 리처드슨은 자원봉사자들이 브루클린 창고를 돌아다니며 식품을 포장하는 것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녀는 어셈블리 라인을 만들고 자원봉사자들이 지나가는 박스에 식품을 담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그러자 박스 하나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분에서 11초로 단축됐다.
그러나 리처드슨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박스의 크기까지 바꿨다. “박스 안에는 여전히 빈 공간이 많이 남아있었으며 이것은 트럭의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12평방인치 크기의 스탠다드 박스를 16×8×8 크기의 박스로 바꾸자 박스 안은 꽉 차게 됐으며 트럭은 더 많은 물품을 싣고 떠날 수 있게 됐다.
퍼비스는 “우리가 엔지니어들을 필요로 하게 될지 몰랐다”며 “우리 세계에서는 식품이 왕이지만 카이젠이 여왕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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