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도 산불이 여러 군데서 일어났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큰 탓인지 산불규모도 엄청 크다. 워싱턴주의 한 산자락 동네도 2주일째 계속되는 산불로 초토화 됐다. 가옥 수십 채가 소실됐는데 산불 한복판에서 용케 살아남은 집이 신문에 보도돼 화제가 됐다. 평소 산불을 의식한 주인이 집 주변의 잡목과 풀을 멀찌감치 말끔하게 치워놓은 덕분이었다.
고대 로마군대의 전술은 독특했다. 병사들이 방패로 성벽을 쌓은 듯 일사분란하게 늘어서서 적진을 향해 달팽이 걸음으로 진군했다. 적군은 로마군의 방패벽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여 여유를 가지면도 불퇴전의 로마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결국 로마군은 스트레스로 기진맥진한 적군을, 뱀이 넋 빠진 개구리 삼키듯 쉽게 박살냈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기활성화나 의료제도 개혁 못지않게 소셜 시큐리티(SS: 사회보장 연금) 보완문제가 주요 캠페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소셜 시큐리티가 초래할 재난은 산불보다 로마군대와 더 닮은꼴이다.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산불과 달리 언젠가 반드시 들이닥쳐 나라를 거덜 낼 로마군대와 같다.
잘 알려진 대로 오는 2033년이면 소셜 시큐리티 기금이 고갈돼 은퇴자들이 현재 수준의 베니핏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지난 2008년부터 무더기로 은퇴하기 시작함에 따라 SS 기금이 푹푹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은퇴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 액수를 대폭 줄이거나 근로자들이 내는 SS 세금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소셜 시큐리티는 이미 밑지는 투자다. 1960년엔 3,6000달러를 세금으로 내고 그 8배인 25만9,000달러를 연금으로 받았다. 1980년에도 연금(45만2,000달러)이 세금(19만2,000달러)의 두 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세금(58만8,000달러)이 연금(55만5,000달러)을 앞질렀다. 2030년엔 79만6,000달러를 붓고 고작 69만9,000달러를 받게 된다.
소셜 시큐리티는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한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5년 시작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출현이 시작된 1950년까지도 근로자 16명이 은퇴자 한명을 먹여 살렸지만 1960대 이후 그 비율이 꾸준히 좁혀져 현재는 2.8명당 한명, 2035년엔 1.9명당 한명 꼴로 줄어든다. 쉽게 말하면 젊은이 두명이 노인 한명을 떠맡게 된다.
현재 소셜 시큐리티 수령자는 은퇴연금과 장애연금을 합쳐 총 5,600여만 명이다. 그 숫자가 2035년엔 9.100여만 명으로 거의 곱절이 된다. 현재 은퇴자는 매월 평균 1,235달러, 장애인은 1,111달러씩 연금을 수령한다. 80세 이상 노인가구의 70%가 월수입의 70%를 소셜 시큐리티에 의존한다. 소셜 시큐리티 아니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코앞에 닥친 소위 ‘100세 시대’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지난 1960년 은퇴자(65세)의 예상 잔여수명이 여자 16년, 남자 13년이었지만 2030년 은퇴자들의 잔여수명은 여자 21년, 남자 19년으로 늘어난다. 한국에서도 1958년생의 절반이 98세 이상 산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70세 은퇴 자녀가 100세 부모를 봉양하는 시대가 닥친다는 뜻이다.
소셜 시큐리티 세금을 본전 이상 건지려면 오래 살아야한다. 하지만 SS 기금자체가 바닥난 상태에선 장수가 오히려 재앙이다. 정부도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고 SS 세금을 늘리고 부유층의 베네핏을 줄이는 등 단편적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로 속수무책이다. 올해 같은 선거의 해는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는 탓에 더욱 그렇다.
소셜 시큐리티에만 목을 매달 때는 지났다. 산불이 아니라 로마군대처럼 확실하게 들이닥칠 소셜 시큐리티 재난에 각자 개인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미 소셜 시큐리티를 수령하고 있거나 은퇴가 임박한 이민 1세들도 안심할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계속 살아갈 자녀와 손자녀들에게 무조건, 지금 당장, ‘100세 시대’ 대책을 세우도록 일러야 한다. 그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바람직하다. 노후대책을 탄생과 동시에 시작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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