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별세 소식에 많은 이들이 그랬듯 나 역시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녀는 침팬지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과학자이자, 평생 환경 보전에 헌신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구달의 삶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면, 그녀의 연구 방식과 개인 재정관리 혹은 투자 철학 사이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두 영역 모두에 필요한 핵심 자질은 규율, 인내, 그리고 꾸준한 관찰력이다. 그리고 구달이 우리에게 남긴 수많은 교훈 중, 투자자에게 가장 소중한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내의 힘’이다.
제인 구달의 연구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그녀의 끈기와 관찰력은 단지 침팬지 연구에 그치지 않고, 종을 넘어선 사회적 행동의 이해로까지 확장되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미 ‘시간이 필요한 관찰’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네 살 때 닭이 어디서 알을 낳는지 궁금했던 구달은 4시간 반 동안이나 닭장 안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였어요. 나는 기다리는 법을 배웠죠.” 구달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인내와 호기심이 결국 한 과학자를 만들어준 거예요.”
1960년 26세의 구달은 영국을 떠나 당시의 탕가니카(지금의 탄자니아)로 향했다. 그녀는 곰베 국립공원에서 처음 몇 달 동안 침팬지들에게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동물들은 그녀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달은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조용히 숲 속에 앉아 침팬지들의 행동을 기록했다. 그렇게 몇 달, 몇 해가 지나자 침팬지들은 그녀의 존재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 복잡한 사회적 관계망을 가진다는 점,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모든 것은 오랜 시간의 인내와 관찰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성공적인 투자는 구달의 연구와 같다. 짧은 시간의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오랜 기간 한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는 이 원칙이 더 중요하다. 시장의 변동성은 피할 수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한다면 일시적인 하락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된다. 구달이 수십 년간 현장 연구에 몰두했듯, 투자자 역시 수십 년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최근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주변에서 금 투자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 불확실한 시기마다 금이 ‘안전 자산’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이 반드시 ‘안전한 투자’인 것은 아니다. 가격은 언제든 급락할 수 있고, 실제로 전문가들과 금융 당국은 금이나 귀금속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연방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금과 귀금속은 변동성이 매우 크며, 과거의 성과는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 사지 않으면 늦는다’는 식의 과장된 영업 방식은 사기의 전조일 수 있다.”
투자에서 지름길을 찾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2021년 ‘게임스탑’ 주식 열풍을 기억하는가. 개인 투자자들이 레딧을 중심으로 뭉쳐 공매도 세력에 맞서 주가를 폭등시켰지만, 결국 많은 개인이 주가 폭락과 함께 손실을 봤다. 잠시의 열풍은 사라지고, 남은 건 냉정한 교훈뿐이었다.
암호화폐 열풍도 마찬가지다. ‘혁명’이라는 말에 가려졌지만, 암호화폐는 내재적 가치나 배당이 없는 고위험 자산이다. 오로지 ‘다음 사람’이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이라는 믿음에 의존한다. 이런 자산보다는 저비용 인덱스 펀드 같은 꾸준한 투자 방식을 택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인내의 결실은 실제 숫자로도 증명된다. 투자회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401(k) 퇴직연금 계좌의 잔액이 100만 달러를 넘긴 가입자 수가 59만5,000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20%나 증가한 수치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30년 가까이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했다는 것. 시장 상황이 좋든 나쁘든, 일정한 비율로 투자했고, 장기적인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들은 풍요로운 은퇴를 맞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1년 TED 인터뷰에서 “어떻게 그렇게 인내심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구달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나는 그냥 그렇게 태어났나 봐요. 태어날 때부터 인내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타고난 인내심이 없을지라도, 그녀의 삶을 통해 배울 수는 있다. 구달이 6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자연을 관찰했듯, 우리 역시 재정적 목표를 향해 꾸준히 기다릴 수 있다. 단기적인 유혹이나 시장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느리지만 단단한 길을 걷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인 구달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투자 조언이다.
결국, 투자란 돈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구달이 평생을 통해 증명했듯, 인내는 언제나 가장 강력한 보상으로 돌아온다.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은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숲속의 구달을 떠올리자.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기다린 사람만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
미셸 싱글테리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