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 디지털환경서 중요 콘텐츠..심의제는 구시대 발상
"이제 해외 진출은 우리가 문을 두드려서 하는 게 아닙니다. 노크 소리가 들리면 우리가 문을 열어주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YG엔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싸이가 프로모션 한번 없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한편으로 해외에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 듯했다.
그는 14일 인터뷰에서 "특히 미국 시장은 세븐 등 많은 가수가 문을 열려고 두드려도 안 열리던 시장"이라며 "그런데 싸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뮤직비디오 한편으로 해외에서 반응이 왔다"고 ‘껄껄’ 웃었다.
이어 "싸이의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아 공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할 계획은 없지만 이제는 안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문을 열어주는 상황이 온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대가 변한 것은 유튜브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 디지털 미디어의 힘이란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 일찌감치 양 대표가 가장 신경 쓴 콘텐츠는 뮤직비디오였다.
양 대표는 "과거 전 세계 팬들은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춤을 따라 추고 감동받았다"며 "디지털 미디어 기반에서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 대중과 소통하는 중요한 홍보 콘텐츠다.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접근해야 음악이 빛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 출연보다 세계 선뵐 뮤비에 공들여" = 그로 인해 그는 빅뱅과 투애니원 등 소속 가수들의 방송 출연을 줄이는 대신 뮤직비디오에 수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 배경에는 나름의 소신이 있었다.
"지금은 TV가 주입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이 정보를 선택하는 열린 시대예요. 그래서 전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에서 3주 연속 1위를 한 것보다 대중이 선택하는 온라인 음원차트에서 열흘간 1위를 하고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높은 게 더 기쁩니다."
그는 이어 "많은 제작자가 뮤직비디오에 공들이지 않고 방송 출연에 치중하지만 우린 반대 전략을 펼쳤다"며 "덕택에 국내외에서 소속 가수의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지난달 유튜브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외 유튜브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K팝(K-POP) 동영상’에는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가 1위, ‘블루(Blue)’가 2위, ‘배드 보이(Bad Boy)’가 4위, ‘몬스터(Monster)’가 6위 등 10위권에 빅뱅의 뮤직비디오가 네 편이나 포진했다.
또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나가’ 뮤직비디오는 14일 유튜브 조회수가 약 5천만 건에 육박했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도 팝스타 저스틴 비버를 키운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이 트위터에 "내가 어떻게 이 친구와 계약을 안 한 거지(How did i not sign this guy!)"란 글을 올리고 티-페인, 로비 윌리엄스 등의 해외 팝스타들이 거론하면서 SNS에서 파급력을 가졌고 유튜브 조회수가 2천700만 건을 돌파했다.
양 대표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코믹한 영상, 셔플 댄스 열풍을 일으킨 엘엠파오(LMFAO)처럼 신나는 음악에 중독성 있는 ‘말 춤’, 싸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가미돼 해외에서 호응을 얻었다"며 "저스틴 비버의 기획사에서 음원의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하고 싶다고 만남을 제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뮤비 심의제, 국가대표 절름발이 만드는 제도" = 그는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에서 오는 18일 시행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 심의 제도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강한 문제 제기도 했다.
그는 "K팝이 해외에서 흥하는 이유 중 하나가 퀄리티가 높아진 뮤직비디오"라며 "지상파 방송사의 심의를 강화한다면 납득되지만 지금껏 뮤직비디오로 인해 모방 범죄가 일어나는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했나. 설령 문제 소지가 있는 뮤직비디오가 있다 해도 0.01%도 안될 텐데 대다수가 불필요한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K팝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 팬들이 보는데 국내 기준의 등급을 붙이는 것"이라며 "게다가 음악 콘텐츠는 드라마와 영화보다 수적으로 많은 탓에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이 대략 10여 일 걸리는데 음원 발표 일정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힘들다. 이 제도는 국가대표를 축구 경기에 내보내면서 한쪽 다리를 부러뜨려 절름발이로 뛰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또 해외에 서버를 둔 유튜브 등의 해외 사업자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편법이 생겨날 허점 있는 제도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만약에 마돈나, 레이디 가가의 미국 기획사에서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릴 경우 영등위가 제재하지 못하지만 국내 네티즌은 찾아볼 수 있다"며 "이들의 음반을 국내에 유통하고 홍보하는 직배사가 수일이 걸려 심의를 받은 뒤 뒤늦게 국내 사이트에 올리면 누가 보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국내 대형 기획사들도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니 다른 방법으로 뮤직비디오를 공개할 판로를 고민할 것"이라며 "오히려 영세한 기획사들만 더 고충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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