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도 교육환경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훼어팩스와 몽고메리 카운티 등 워싱턴 지역에 한인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교육계에도 한인 파워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워싱턴 지역 초, 중, 고등학교 한인 교장은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이광자 교장(클락스버그 초등)과 김영미 교장(웨이사이드 초등) 2명이다.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버지니아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아직 한인 교장이 배출되지 않았으나 조은주 교감(화이트옥스 초등), 신지훈 교감(트웨인 중학교), 정백 교감(훼어팩스 고교) 등 3명의 한인 교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밖에 교육청 재정국(Dept. of Financial Services)에 한인 2세 수잔 퀸 부국장(Assistant Superintendent)이 근무 중이다. 특별히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지난 11월 교육위원 4선에 성공한 문일룡 변호사가 있다.
워싱턴 지역 최초의 한인 교장인 한인 1세 이광자 교장과 1.5세 김영미 교장을 27일 본사 회의실에서 만나 21세기가 요구하는 리더의 조건, 교육 트렌드 등 한인 학부모가 귀 기울여야 할 사안에 대해 들어봤다.
정영희 기자
▲요즘 교육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이광자: 한마디로 정의하면 ‘협동, 협력(collaboration)’이다. 즉 개인만의 우수성 보다는 개개인의 다양한 장점들을 모아 1+1=2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유도하는 흐름이 대세다.
-김영미: ‘스마트한 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 열심히 노력해서 스마트 해지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다양성(diversity)을 중시하는 ‘21세기가 요구하는 리더형’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한인 학생들의 강점과 약점을 꼽는다면
-이광자: 이중언어 구사 능력과 이중 문화에 대한 경험 및 이해가 강점이다. 반면 한인 학생들은 독립된 환경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만 상호협력이 필요한 그룹 세팅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김영미: 한인 학생들이 개개인으로 보면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재능도 뛰어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동 프로젝트나 팀워크를 중시하는 그룹 속에 들어가게 되면 잘 어울리지 못한다. 이런 점은 어릴 때부터의 가정교육에 기인 한다. 즉 한인 가정의 경우 대부분 집에서 어머니가 주도하는 교육에 자녀를 맞추려하는데 반해 미국식 교육은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바른 결정을 유도하는 차이점이 있다.
▲21세기가 원하는 리더는 어떤 스타일인가
-이광자: ‘공부만 잘하는 우등생’이 아닌 인격적으로 성숙되고 협동심, 사회성이 뛰어나 남을 이끌 줄 아는 인재를 요구한다. 미국 교육은 나만 잘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다 잘 되는 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협동심과 사회성, 창의적 리더십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의 바른 시민교육과 공중도덕, 준법정신 교육은 자녀가 자신감을 갖게 되고 발표력, 표현력, 협동심을 길러준다. 이런 점은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영미: 주류사회에도 글래스 실링(Glass Ceiling), 뱀부 실링(Bamboo Ceiling) 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틀을 깨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Open Mind)과 관계(Relationship), 즉 사회성을 잘 갖춘다면 소수계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바람직한 학부모 유형을 꼽는다면
-이광자: 많은 부모들이 ‘자녀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데 이는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해결사’ 보다는 ‘조언자’가 되어야 문제를 더 잘 해결해 줄 수 있다. 아이 스스로 열정을 발견하고 부모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김영미: 지난 봄 자녀들을 혹독하게 양육하는 교육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기도 한 ‘타이거 맘’이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도 있고 헬리콥터형 등 여러 유형의 부모가 있다. 부모는 경기장 밖에서 조언하는 코치나 자녀를 격려하는 응원단장의 역할로 자신의 위치를 분별력 있게 제한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말해달라
-이광자: 지난 여름부터 몽고메리 카운티 3개 초등학교에 서머 스쿨 및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으로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운영중이다. 현재 클락스버그와 웨이사이드 초등학교 애프터 스쿨 한국어 클래스에서는 30여명씩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 프로그램이 다른 학교로 확대되고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영미: 한국어 클래스에서 공부한 타인종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주치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 오기도 한다. 한인 학생들 역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됐다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을 볼 때 흐뭇하다. 타인종 학부모들 역시 한국과 한인 학생을 보는 눈이 달라짐도 느낀다.
▲한인 2세들의 교육계 진출은 어느 정도인가
-이광자: 한인 사회의 이민 역사가 길어지며 우수한 한인 2세들의 교육계 진출도 훨씬 활발해질 전망이다.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청에만 해도 100여 한인이 근무한다. 새해 봄에 워싱턴 지역 한인 교장 및 교감 등 교육 행정가들과 교사들의 모임을 주선할 계획이다. 교육계 전반에 걸친 사안을 토론하고 교육 관계자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교장, 교감과 교육청 행정관들, 교사들이 함께 모여 정기모임을 갖고 교육계 발전방향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광자 교장은
워싱턴 지역 최초의 한인 교장으로 지난 2009년 개교 100주년을 맞은 클락스버그 초등학교를 15년째 이끌고 있다. 이 교장은 또 통합(버지니아, 메릴랜드)한국학교를 운영중인 한미교육재단 이사장으로 2세들의 민족교육과 미국 학교 내 한국어 도입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한국정부의 유공 재외동포 포상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한국 외국어대 졸업 후 72년 도미, 메릴랜드 대학과 조지 메이슨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청에서만 38년째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김영미 교장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8세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1.5세. 메릴랜드 대학(칼리지파크 캠퍼스)졸업 후 부이(Bowie) 대학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현재 메릴랜드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이며 이 대학 ‘코리안 아메리칸 컬처 소사이어티’ 강좌에 출강하고 있다. 몽고메리 카운티 온리 초등학교와 그린 캐슬 초등학교 교감을 거쳐 2005년부터 메릴랜드 포토맥 소재 웨이사이드 초등학교 교장에 임명돼 7년째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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