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80세 가까운 할머니가 남자 간호조무사가 자기 몸을 씻기는 게 싫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병원에는 간호사가 있고 간호사를 도와주는 간호 조무사가 있다.
간호 조무사는 주로 오전에 환자들 몸을 씻는 일을 한다. 스스로 손발을 움직여서 화장실에 걸어갈 수 있으면 혼자 몸을 씻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침대 위에서 환자복을 벗기고 씻겨야 한다. 병동 특성상 침대 위에 씻어야 하는 환자들은 나이가 많은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날 할머니의 몸을 씻기는 일은 남자 간호조무사의 일이었고, 다른 여자 간호조무사와 환자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에게 남자 간호 조무사와 같이 제
가 할머니를 씻기면 괜찮겠냐고 묻고 할머니가 제가 있으면 괜찮다라고 했기 때문에 최대한 환자 할머니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목욕을 시켰다.
그 뒤론 천사같은 마음씨를 가진 나는 남자 간호조무사가 나의 여자환자를 씻겨야 하는 경우라면 항상 같이 환자를 씻겼다. 80세나 되신 환자분들, 70세에 의식이 없어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 60세에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환자 분들이 부끄러워 할 거라는 생각조차 안 할 수 있다. 또한 병원에서는 그런 배려를 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 하지만 남자한테 자기 몸을 씻기는 것이 부끄럽다 라고 말을 한 이상, 그것을 무시 할 수는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을 수 있지만, 대형 종합병원에서 환자 6명을 돌보는 일반 병동 간호사가 일일이 환자 몸을 씻는 것을 도와준다면 12시간 근무시간 안에 일을 다 끝낼 수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심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뛰어다니면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일했던 나를 황당하게 만드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한 여자아이의 엄마라는, 법을 공부하셨다는, 그리고 국회의원이셨다는 서울 시장 후보라는 분이 12살짜리 장애를 가진 남자아이를 발가벗겨서 남들이 다 보는데서 목욕을 시키고 그것을 전문 사진사를 불러서 인증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사진에 대한 댓글의 내용이었다. ‘이게 뭐가 문제인데’ 라는 식의 댓글에 머리가 아파온다.
거동을 못하는 나이드신 환자분들을 맡아 그 분들 목욕시키는데 나의 시간을 사용함으로써 나는 조금 과장해 숨도 쉴 틈 없이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하루종일 일을 해야 한다. 가끔 ‘이 미련탱이야, 왜 일을 사서 하나.’ 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한쪽에서 들려오지만 저는 같은 여자로써 할머니의 부끄럽다란 말을 도저히 머릿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세상은 남들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장애아를 보면서도 그저 별게 아니라고 하는데 치료받으러 온 병원 안에서 단 한 명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상황을 걱정하는 환자를 도우려고 사서 고생을 한 내가 오바 했나? 아마 내가 바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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