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바비킴(본명 김도균ㆍ38)의 목소리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내지르기보다는 읊조리고 다듬어졌다기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다.
그래서 그가 처음 MBC ‘나는 가수다’ 무대에 섰을 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딘지 어색해 보였다. 잔뜩 굳은 그의 표정과 태도도 한몫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장수한 가수 대부분이 풍부한 성량과 화려한 기교, 넓은 음역을 자랑했기에 그의 조기탈락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예상을 보란 듯이 뒤집었다. 7라운드 1차 경연 1위, 2차 경연 2위라는 성적을 보면 의외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난 5일 을지로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나도 놀랐다"고 했다.
"운이 좋았어요. 제가 즐기는 모습을 관객들이 좋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곡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원곡을 살리되 변화를 주면서 바비킴 꺼로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노래할 때 창법에 변화를 줄 수도 있었는데 누구를 흉내내는 척하면 티가 나잖아요."
그러면서 "큰일 날 뻔했다"며 "첫 라운드에서 긴장한 채 탈락했다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무대를 못 보여줘서 평생 후회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비킴은 자신의 말대로 지난 8월 말 ‘나는 가수다’에 처음 등장했을 때 지나치게 긴장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샀다. 첫 경연 결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못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바비킴은 "무대 전후에는 긴장하다 무대에 올라가면 긴장을 안하는 편인데 그때는 무대 위에서도 긴장했다"고 돌아봤다.
"티가 날 정도로 긴장했어요. 버라이어티다 보니 대기실에서 긴장해서 눈 깜빡거리는 것까지 찍으니까 사람들이 정말 긴장한 걸 느꼈죠. 무대 위에서도 긴장하는 바람에 제가 부르고 싶은 스타일이 안나왔어요."
그는 "긴장 안 하는 척 즐기는 척해도 청중평가단에게는 그게 다 보이는 것 같다"며 "그래서 긴장할 때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밝혔다.
처음 참여한 6라운드에서는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했지만 7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시작했다.
1차 경연곡인 ‘골목길’은 ‘음표를 타고 오선지를 날았다’는 극찬을 받았고 ‘추억 속의 재회’도 ‘바비킴다운 무대’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선전은 그에게는 덤이다.
그는 이미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동네 아주머니부터 꼬마까지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공연 관객 연령층도 더 다양해졌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세상에 다시 나올 용기를 얻었다는 것.
지난 4월 추락 사고로 충격에 빠졌던 바비킴은 "’나가수’가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다"며 "’나가수’가 너무 고맙다"고 힘줘 말했다.
"전에는 아주 밑바닥이었어요. 추락 사고로 노래를 못 부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거든요. 갈비뼈가 부러져서 숨쉬기조차 어려워 노래 부르기가 힘들었어요. 우울증에 빠져 있었죠. 추락사고 전에 섭외가 와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입원하면서 ‘나가수’를 열심히 보다보니 꼭 나가고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이제 그는 ‘나가수’의 팬을 자처한다.
"이런 거대한 무대에 최고의 장비가 있고 세션맨들도 최고에요. 순위를 매긴다는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있어요. 그만큼 가수가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제작진이 가수의 입장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인터뷰에서 마음대로 얘기하라고 하는 것도 너무 고마워요. 그냥 노래 부르고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라 그런 인터뷰를 통해 노래와 인생관을 1시간 안에 다 담아내요."
가장 마음에 드는 ‘나가수’ 무대로 첫 무대를 꼽는 이유도 출연 자체가 영광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긴장은 많이 했지만 훌륭한 가수들과 함께 하게 돼서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바비킴은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골목길’로 첫 1위를 차지한 후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MBC 관현악단 출신의 유명 색소폰 연주자였다.
"아버지는 좋아하는 티를 안 내세요. 처음에 나간다고 했을 때는 순위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해서 니 꺼를 보여주는 기회로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지금도 열심히만 하라고 하지 별말씀이 없으세요."
바비킴은 사고로 중단했던 전국 투어를 최근 재개했고 이달말 자신이 속한 힙합그룹 부가킹즈의 4집 발매도 앞두고 있다. 앨범 발매 후 부가킹즈 공연도 계획 중이다.
"부가킹즈로는 3년 만에 나오는 앨범이라 곡 하나하나에 포인트를 주자 하다보니 7곡 정도만 넣게 됐어요. 그렇지만 노래 색깔이 다 달라요. 예전 앨범이랑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템포가 빠르고 신나는 곡들이 많아졌어요."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육체적으로 힘든 스케쥴이지만 그는 즐기면서 하니까 괜찮다며 웃었다.
추락 사고 후 살아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그는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모험적인 인생을 살면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내일 고민 안 하고 그냥 가자’는 생각이에요. ‘나가수’에서도 할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싶어요. 목적은 저의 모든 모습을 다 보여주자는 거에요. 명예졸업을 하게 된다면 저한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그는 최근 자신의 공연장에서 부가킹즈 멤버 주비트레인이 공개 청혼을 하는 광경을 지켜보기도 했다.
아직 인연을 기다린다는 그는 "가장 하고 싶은 게 노래이고 그 다음으로 하고 싶은 게 연애"라며 "노래는 지금 하고 있어서 괜찮은데 연애는 좀 됐다. 이제는 부모님이 뭐라고 하신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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