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고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시한을 10여시간 앞둔 2일(현지시각) 오후 간신히 법적 절차까지 마무리했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경고는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기대했던 실물 경기의 둔화는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위기감은 증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다운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65포인트 넘게 급락, 심리적 저지선인 12,000 선이 무너지면서 더블딥(경기 회복 이후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상황)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부채협상 타결에도 신용등급 강등 경고 계속
미국 정치권이 지난달 31일 합의한 부채 관련 협상 타결안은 1일 하원을 통과한데 이어 이날 상원도 통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이 백악관으로 넘어온 즉시 서명 작업을 완료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재앙 수준의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됐던 디폴트라는 급한 불을 간신히 껐다.
하지만, 디폴트 시한에 쫓기며 벌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한계를 드러내 시장의 신뢰를 잃었으며 타결안의 내용도 시장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해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채무 협상 타결에 관계없이 협상 내용이 근본적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일 수 없다고 판단되면 AAA로 최고인 미국의 등급을 내리겠다고 수차례 경고했고 무디스도 이날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됐지만 국가 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정치권의 합의안은 부채 한도를 최소 2조1천억달러 증액하는 대신 앞으로 10년간 2조4천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신용평가사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S&P는 미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간 4조달러의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켓워치도 지난 1일 협상이 타결돼도 미국의 신용등급이 현재의 AAA에서 1∼2단계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부채 협상 타결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지는 알 수 없다"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 실물 경제 둔화 예상보다 심각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실물 경제는 위축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치 1.8%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은 1.9%에서 0.4%로 대폭 하향 조정됐고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 3.1%에서 2.3%로 조정돼 미국 경제 상황이 이전에 발표됐던 지표보다 더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제조업 지수는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지수는 50.9로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7월 제조업 지수는 전월의 55.3은 물론 시장의 전망치 54.5에도 미치지 못했다.
ISM 제조업 지수는 50에 미달하면 위축을 의미해 7월 지수는 제조업 경기가 위축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역시 2년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6월 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2% 줄어 2009년 9월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 0.1%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했다.
◇ 금융시장 불안감 증폭..더블딥 우려도
이런 위기감은 증시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S&P,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모두 2% 이상 급락했다. 특히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265.87포인트(2.19%) 떨어진 11,866.62에 거래를 마쳐 12,000 선을 지키지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소비심리에 이어 제조업 경기와 소비지출까지 위축되고 있지만, 미국이 경기 둔화를 해결할 마땅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부채 협상 이후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 경기는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뉴욕타임스(NYT)도 부채 협상으로 정부 지출이 감소하면 저성장과 고실업률에 시달리는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통화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 이미 두차례 실시한 양적완화 정책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다시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을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또 이미 두 차례 실시된 양적완화 정책이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도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준의 찰스 플로서 총재는 "신중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생산과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일시적 경기 침체)가 아니라 더블딥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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