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 스티븐스는 롤러스케이터를 타고 링크를 누비는 롤러더비의 ‘여전사’다. 롤러더비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링크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상대방 선수들에게 태클을 가해 쓰러뜨리거나 트랙 밖으로 밀어내는 조금 “사나운” 경기다. 그녀의 팀 ‘데드우탄테스’(Deadutantes)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유일한 롤러더비 리그인 ‘리버리전 롤러걸스’에 소속되어 있다.
팀의 캡틴이기도 한 그녀는 일단 링크에 서면 좀비를 뜻하는 소속팀의 이름에 걸맞게 으스스한 인물로 변신한다.
자폐증-스케이트는 ‘예측불허’공통점 지녀
자유 스포츠 통해 규범으로부터 출구 제공
롤러더비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링크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상대방 선수들에게 태클을 가해 쓰러뜨리거나 트랙 밖으로 밀어내는 경기다.
미국 남부지역을 휩쓸고 다니며 ‘용명’(勇名)을 떨치는 베테런 롤러스케이터답게 리라가 연출하는 분위기는 음침하고 무서울 정도로 과격하다. 온몸으로 뿜어내는 ‘포스’(foce)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더비는 그녀가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붓는 대상이다. 리라에게 더비는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감정의 찌끼를 시원스레 날려주는 ‘스트레스 제거기’이기도 하다.
더비는 재미있지만 간단치 않는 스포츠다. 그녀는 링크에 들어설 때마다 부상을 당할 각오를 한다.
경기장에 서지 않을 때 그녀는 다섯 살된 아들 스웰에게 무섭게 몰입한다. 두 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들을 대하는 리라의 태도에서 트랙을 돌며 보여주는 치열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자폐증은 인생의 첫 3년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는 발달장애로 사교적 기술과 소통기능을 담당하는 두뇌의 정상적인 발달에 영향을 준다. 최근의 자폐증에 걸리는 어린이들은 110명 가운데 한 명 꼴. 1%도 안 된다.
리라는 스웰을 A. 스케이트 파운데이션이 주관하는 스케이트보딩 치유 클리닉에 등록시켰다.
A. 스케이트 파운데이션은 앨라배마주 브리밍검에 소재한 자폐증 어린이 지원기구다. 이 기구의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월리는 자폐증에 걸린 아들을 둔 엄마다.
A. 스케이트는 자폐아들에게 개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폐증 어린이들에게 단체운동의 사회적 역학은 아무리 잘해 봤자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다.
이 기구의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A. 스케이트는 미 전역을 돌며 자폐아들을 위한 무료 클리닉을 개설하고 스케이트보드 장비를 제공한다. 자폐아 가족에게 이 질환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고 스케이트보드 산업에 관해 교육하는 것이 이 기구의 주목적이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자폐증은 스케이트보딩과 마찬가지로 예측 불허인데다 종종 통제 불능이다.”
웹사이트는 이어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자폐증의 부분들을 포용하고 자폐아들에게 규정이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출구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스웰은 엄마가 소녀시절 사용하던 스케이트보드를 즐겨 탄다. 자신의 질문에 또 다른 질문으로 대답하는 경향을 보이는 그의 세계는 끝없는 호기심으로 채워져 있다. 그에겐 대화라는 게 없다.
요즘 스웰은 ‘상태’가 좋다.
리라는 글루틴과 콩, 카세인이 함유되지 않은 음식의 덕이라고 믿는다. 스웰에게 자폐증 진단을 내린 뒤 의료진이 추천한 식단이다. 카세인은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이다.
글루틴과 콩, 카세인을 함유하지 않은 음식을 구하기란 쉽지도 않을 뿐더러 돈
도 많이 든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 들어 이같은 먹거리를 취급하는 점포와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리라는 그녀의 일과 가운데 대부분을 집에서 스웰과 함께 보낸다. 함께 놀고, 배우고, 치료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리라는 아들이 필요로 하는 관심을 베풀어주며 이제는 제법 대화다운 대화를 이어간다.
스웰의 끊임없는 질문을 단 한 번도 건성으로 넘기지 않는다. 진지하게 듣고 진지하게 대답해준다.
스웰은 자폐증 진단을 받기 전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다. 기초적인 언어습득 이전부터 끊임없이 중얼대고 웅얼댔다.
리라는 자폐증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마치 ‘토끼 굴’에 빠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 굴로 들어가 새로운 경험을 하듯 완전히 딴 세상으로 빠져든 느낌이라는 뜻이다.
자폐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는 제일 먼저 말을 잃었다.
그리고는 세상과의 접속이 끊겼다.
그는 동물 장난감을 블락과 마찬가지로 다룬다. 돼지, 소, 양과 동물 장난감을 상상 속에서 서로 연결시키지 못한다.
동물 장난감을 이용한 놀이라는 것도 이들을 하나하나 자신의 머리 뒤로 던지는 게 전부다. 모두 던지고 나면 돌아서서 그들을 주워 모은다. 그리곤 다시 던지기 시작한다.
그는 장난감을 이상한 장소에 기이한 배열로 매달아 놓는다. 그러다 잃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마음을 접속하지 못하는 그는 눈도 맞추지 못했다.
이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해준 것이 ‘뜀망’이었다. 트램폴린을 이용해 허공으로 솟구쳐 오를 때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말도 많아졌고 감정도 살아났다.
리라는 글루틴과 카세인관리가 효력을 낸 것인지 스웰, 콩을 끊은 지 2주 만
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스케이드보딩과 식단은 사람들과 주변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 낯선 사람을 볼 때마다 “이름이 뭐야” “우리 만난 적 없지”라고
묻는다.
최근 롤러더비 연습에서 리라는 오른쪽 정강이에 6인치 길이의 찰과상을 입었다. 동료의 스케이트 롤이 스치고 지난 자국이다. 그녀의 무릎 위쪽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스웰이 마루에서 블락을 갖고 놀다가 그의 엄마를 올려다보고 물었다.
“아직도 아파?” 그의 손가락이 리라의 상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 아직도 아파.” 그녀가 부드럽게 대답한다.
“괜찮아?” “그래, 정말 괜찮아.”
리라는 그를 가까이 끌어당기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에게 부드럽게 입맞춤했다. 엄마와 아들의 마음이 ‘접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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