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전히 평화로운 상태입니다. 미국과 모든 사람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중동 출신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총기로 무차별 공격해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리며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증오 범죄자 마크 스트로먼(41)이 20일 오후(현지시각) 사형 집행 직전에 남긴 유언이다.
경찰과 스트로먼의 변호인에 따르면 범행 당시 스트로먼에게서 찾아볼 수 있던 감정은 증오뿐이었다.
9.11 테러로 여동생을 잃었다고 생각한 그는 ‘아랍인들도 미국 땅에서 미국인이 느꼈던 무력감’을 느껴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혔고, 불법 총기 소지로 적발된 전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총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며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트로먼은 시크교와 이슬람교의 차이를 모를 정도로 무지했고, 그의 손에 죽은 사람은 파키스탄과 인도 출신이었다.
스트로먼으로부터 총격을 받은 뒤 한쪽 눈을 잃고 간신히 살아난 라이스 부이안 또한 방글라데시 태생이었다.
체포된 뒤에도 스트로먼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백인 우월주의자 폭력집단의 단원이라고 주장하는 등 증오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그는 2002년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런 스트로먼이었지만 약 10년의 세월과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은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스트로먼은 최근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며 "증오는 멈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 당시 "슬픔과 분노 때문에 엄청난 실수를 했고 분노와 무지로 인해 피해자들의 가정을 파괴했다"고 참회한 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용서와 이해이며 덜 필요한 것은 바로 증오"라고 말을 이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해자 부이안의 ‘용서’ 또한 스트로먼의 개심에 큰 역할을 했다.
부이안은 이슬람교의 가르침에 따라 스트로먼을 용서한다며 텍사스주 형사법무부(TDCJ)와 텍사스 주지사를 상대로 스트로먼에 대한 사형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또 피해자 구호 기관을 통해 가해자와의 조정을 요구할 권리를 활용하며 스트로먼과 "치유의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스트로먼도 부이안에 대해 "영감을 주는 영혼"이라며 "내가 그런 짓을 저지른 뒤에도 그가 나를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많은 것을 알려주며 나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트로먼의 사형을 막으려는 부이안의 노력은 연방법원과 대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고, 텍사스주는 올 들어 8번째 사형을 스트로먼에 대해 집행했다.
부이안을 도와 소송을 진행했던 미국 시민단체 ‘증오 없는 세상’의 한 관계자는 "복수를 부르짖는 피해자의 말에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만, 자비를 요구하는 피해자의 말은 무시한다"고 한탄했다.
(워싱턴.헌츠빌<미 텍사스주> AP.AFP=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