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폭력을 당하는 배우자의 인격과 삶을 파괴할 뿐 아니라 가정까지 무너뜨리는 처참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정폭력 끝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로 인해 입양된 양부모 가정에서 사기까지 당하는 기구한 운명을 겪은 한인 김민호씨의 스토리(본보 20일자 A1면 보도)는 가정폭력이 어떤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정폭력 상담 전문기관인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정)와 아태여성센터(소장 김동조)를 통해 한인 가정에서 대수롭지 않게 벌어지는 가정폭력의 실태와 해결 방법을 2회에 걸쳐 긴급 진단해 본다.
한인 상담 한달 10여건… 아시안 중 최다
딸 신고로 체포·셸터생활·대인기피증도
■실태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인해 한인가정상담소에서 상담 및 교육을 받은 한인은 113명에 달하며 아태여성센터에 접수된 한인 가정폭력 상담을 신청은 한달 평균 10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들 기관에 따르면 LA카운티 내 접수된 가정폭력 케이스 중 한인 가정 사례가 아시아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례 1
한국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 이민을 온 한인 김모씨는 지난해 부인과 말다툼 도중 신체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이를 목격한 큰 딸이 911에 신고해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법원은 가정폭력 가해자 치료 프로그램과 부모 교육에 참석할 것을 명령했다. 부인과 딸은 셸터에서 지내게 됐다. 김씨의 두 딸은 이 과정에서 학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사례 2
지난 1990년대 말에 미국에 온 한인 정모씨는 몇 번에 걸친 사업실패 후 도박과 술에 중독돼 부인과 두 딸들에게 매일 욕설을 하며 정신적 학대를 일삼아왔다. 언어장벽으로 고생하던 어머니와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하던 큰 딸은 아버지의 도박빚을 받기 위해 매일 집에 찾아오는 채권자들과 아버지의 폭언 및 인격모독으로 인해 쾌활하던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하는 등 학교 성적도 엉망이 돼버렸다. 정씨의 부인과 두 딸들은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가장을 피해 셸터에서 숨어 살았고 인신매매와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발급되는 U비자를 받는 등 새로운 보금자리와 일자리를 구했다.
▲사례 3
한인 여성 신모씨는 지난 2005년 아들이 있는 이모씨와 재혼한 뒤 결혼 초기에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으나 갑자기 폭력적으로 돌변한 이모씨로부터 몇년간 육체 및 정서적 폭행을 당하다 2010년 이모씨를 경찰에 신고한 뒤 아들과 함께 셸터에서 지내고 있다. 이씨가 아내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보고 자란 아들은 대인기피증을 겪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전한 증상을 보였다.
■문제점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이 이를 당하는 배우자의 피해뿐 아니라 가정폭력으로 인해 자녀들이 이에 노출되는 악영향이 모두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 카니 정 소장은 “가정폭력에 노출된 한인 아동들은 학업중단, 우울증, 자살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이 가정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태여성센터 로렌 서 상담가는 “현재 아태여성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셸터에서 한인 가정은 20%를 차지하는 등 한인사회 내 가정폭력이 심각한 상태”라며 “이민자 비율이 높은 한인사회에서 가정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타인종들에 비해 가부장제도가 강한 한인 가장들이 이민생활에서 언어장벽이나 신분제약으로 인해 가장들이 자신들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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