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양부모에게 사기당한 돈을 되돌려받은 김민호씨가 19일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14세때 부친이 모친 살해하는 장면 목격
아버지는 종신형, 포스터홈 맡겨졌지만
양부모가 보험금을 착복… 뒤늦게 찾아
눈앞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을 목격해야 했던 것도 모자라 양부모에게 생명보험금 사기까지 당한 기구한 운명의 한인이 뒤늦게 잃었던 보험금을 되찾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인 한인 김민호(25·미국명 마커스)씨는 19일 연방 검찰 플로리다 중부지구의 로버트 오닐 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에게 돌아올 모친의 생명보험금을 착복한 히스패닉 양부모로부터 41만여달러를 되찾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김씨와 검찰에 따르면 5세 때이던 1990년대 초 부모와 함께 이민 온 김씨의 비극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가정폭력을 휘두르면서부터 시작됐다.
김씨가 14세이던 지난 2000년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다 아들 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아버지는 그로부터 한 달 후 집 앞에서 출근을 하던 아내를 칼로 찔러 사망케 한 뒤 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어머니는 살해되고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가면서 외아들이었던 김씨는 졸지에 고아가 돼 포스터홈에 맡겨질 운명에 처해졌다.
어머니 김지숙(당시 39세)씨는 사건 당시 맨해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아들을 수령인으로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어린 나이에 끔찍한 어머니의 죽음과 거액의 보험금 수령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 김씨는 18세가 넘으면 보험금을 수령 받는 조건으로 포스터홈을 운영하던 히스패닉 양부모에 입양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양부모인 오로페자 부부는 “보험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더 큰 액수로 돌려주겠다”며 김씨를 속인 뒤 자신들의 명의로 플로리다주에 부동산을 구입해 렌트를 주는 등 김씨의 돈을 가로챘다. 수상함을 느낀 김씨가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때 마다 이들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김씨를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양부모의 집을 떠나 플로리다 공연 무대관리 등 일을 하면서 혼자 살아오던 김씨는 지난 2008년 하워드 탤런펠드 변호사에게 억울함을 토로하며 도움을 요청했고 탤런펠드 변호사가 연방 검찰에 대형 사기사건이 있다고 제보하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3년여에 걸친 검찰 수사 결과 양부모 오로페자 부부는 사기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당국은 이들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방법으로 김씨에게 40만9,662달러를 돌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건을 맡았던 오닐 검사는 “김씨는 대단히 운이 좋은 경우”라며 “보통 김씨와 같은 보험 사기가 발생할 경우 처벌은 가능할지 몰라도 보험금을 되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이 돈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면서 “이번일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진정한 사랑과 우정의 힘”이라며 그간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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