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린 9·11 테러 10주년인 올해 뉴욕 경찰이 가장 신경 쓰는 곳은 단연 `지하철’이다.
역(驛) 465개, 전체 길이 약 1천287km, 평일 하루 평균 승객 520만명(작년 기준)에 달하는 뉴욕 지하철은 반(反)인륜적 대량 살상을 꿈꾸는 테러범들 눈에 최적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9·11 이후 미국 밖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테러 가운데 지하철을 표적으로 한 것들이 적지 않았다. 2004년의 마드리드 테러(191명 사망·1천800명 이상 부상)와 2005년 런던 테러(52명 사망·700여명 부상), 올초 벨라루스 민스크 테러(12명 사망·200여명 부상) 등이 지하철 이용객들을 노린 것이었다.
실행단계에서 저지되긴 했지만 테러 세력들이 뉴욕 지하철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미국의 자생적 이슬람 테러리스트인 나지불라 자지는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러시아워 때 맨해튼의 지하철역에서 테러를 자행하려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2003년 알-카에다가 뉴욕 지하철에서 청산가리 테러를 하려 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2004년 맨해튼의 헤럴드 스퀘어 역에서 테러를 시도하려는 음모가 뉴욕 경찰국에 포착됐다.
이런 까닭에 9·11 10주년을 맞는 뉴욕 경찰국(NYPD)의 대테러 노력 중 상당 부분이 `지하철’에 집중되고 있다.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5월 미군에 의해 사살되고, 알-카에다가 보복을 예고한 터라 경계수위는 더 높아졌다.
NYPD는 우선 2천500여명에 달하는 경관들에게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 등을 식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왔다. 경찰관들은 지하철역에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거나 땀을 흘리며 혼잣말을 하는 사람을 특히 주시하라고 교육받는다.
또 고도의 훈련을 거친 폭발물 탐지견 30마리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내 환기구에는 인명살상용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경보시스템을 설치·가동하고 있다.
아울러 주요 역 곳곳에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으며, 역 구내에서는 연간 수만차례에 걸친 무작위 가방 수색이 이뤄진다. NYPD는 또 수제 폭탄에 잘 쓰이는 과산화물(peroxide)이나 질산염(nitrate) 등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정밀 장비를 교통안전청으로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또 수시로 경찰관이 직접 지하철에 탑승, 승객들에게 수상한 물건들을 유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경계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행동에 나선 테러리스트에게 포기를 유도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테러를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 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실제 지하철 테러가 발생한 런던과 마드리드 등지에 수사관들을 파견, 대비 태세를 학습하고 있다. 런던 테러 이후 영국 정부는 교통경찰관 일부를 총기로 무장시키고 있으며, 마드리드 테러를 겪은 스페인은 CCTV를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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