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처블 투어’의 대표 크레이그 알턴이 시카고의 갱스터 투어버스에 관광객을 태우고 있다.
시카고의 3대 관광 매력은‘건축·피자·갱스터’
알 카포네·존 딜린저등 ‘피로 얼룩진 역사’에 강하게 매료
‘언터처블 투어’-갱들의 총격전 현장과 호화주택 버스순방
이번 휴가를 시카고 방문으로 계획하며 루이스 리치가 우선적으로 꼽은 3가지는 : “건축, 피자, 그리고 갱스터”였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온 리치(63)는 시카고의 유명 건축물들을 돌아보는 보트 투어를 했고 방문 2일째에 벌써 두 군데 피자가게에서 식사했으며 갱스터 흔적을 맛보기 위해 1934년 존 딜린저(당시 알 카포네 못지않게 유명했던 은행 강도)가 FBI에게 사살당한 현장인 바이오그래프 디어터도 구경했다. “이번엔 ‘발렌타인스 데이 대학살’의 장소에 들를 것”이라는 리치는 “알 카포네가 한때 살았던 집이 지금도 그대로 있다니 그곳에도 가겠다”면서 “밀매주점 했던 장소를 알면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리치와 3명의 여행 동반자들은 ‘시카고의 갱스터 과거’에 강하게 매료된 관광객들이다. “당시는 상당히 위험한 곳이었겠죠? 우린 늘 영화 속에서만 보아 왔는데 이번엔 직접 맛보려구요”라고 말하는 샐리 웨더포드의 음성은 기대에 차있다.
라스베가스, 세인트 폴, 캔사스 시티 등도 1920~1930년대 어두웠던 갱들의 폭력 역사를 되짚어가는 투어를 활성화하고 있다. 뉴욕엔 아메리칸 갱스터 뮤지엄이 있다. 그러나 아마도 다른 어느 도시보다 갱 역사의 산물을 누리고 있는 곳은 시카고일 것이다.
버스투어는 주류금지법 시대에 술을 팔던 밀매주점들과 갱들이 죽은 장소 등을 방문한다. 홀리네임 커시드럴엔 1926년 갱들 간의 총격전으로 생긴 총탄 자국들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알 카포네의 단골 이발소가 있었던 르네상스 블랙스톤 시카고 호텔은 갱스터 관련 패키지들을 제공한다.
“할리웃이 맞아요. 갱들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아주 익사이팅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내들이었지요”라고 2010년 출판된 책 ‘겟 카포네’의 저자 조나단 아이그는 말한다.
시카고는 1840년대까지 각종 위법행위 성행으로 이름나 있긴 했지만 1919년 알 카포네가 뉴욕에서부터 시카고로 옮겨오고 1920년 금주법이 실시되면서 도박과 술, 매춘이 연계된 갱스터 조직범죄의 온상지로 전국적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당시 시카고의 갱스터들은 ‘아웃핏(Outfit)’이라고 불렸다. 지금도 ‘시카고 아웃핏‘이라고 하면 알 카포네가 이끌었던 시카고 마피아 조직을 뜻한다.
2003년 ‘시카고 아웃핏’을 출판한 일리노이 대학의 존 바인더 교수는 알 카포네의 악명이 시카고의 이미지를 ‘범죄자의 은신처’로 굳어지게 했다고 지적한다. 1년에 네 차례씩 갱스터들의 호화 교외주택 투어를 이끌고 있는 그는 “알 카포네는 역사적 인물에서 ‘빌리 더 키드’같은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나쁜 면은 잊혀지고 매혹적인 측면만 부각되어 관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바인더 교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발렌타인스 데이 대학살의 현장으로 알 카포네의 부하들이 라이벌 갱 7명을 총격 살해한 차고 안이다.
교외지역 힐사이드의 마운트 카멜 천주교 묘지 안에 있는 알 카포네의 무덤가엔 그의 숭배자들이 갖다놓은 위스키 병과 동전, 그리고 발렌타인스 데이 카드들이 자주 놓여 있다. 바인더 교수는 시카고의 피로 얼룩진 역사가 시카고의 명성을 더럽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건 역사입니다. 없어지지 않아요. 시카고의 한 부분입니다”
일리노이주 유적지보존그룹의 회장인 짐 피터스는 시카고는 갱스터 관련 장소를 “기리거나 알리는데 매우 주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때 카포네의 본거지였던 렉싱턴 호텔은 유명건축가들이 설계한 시카고의 유적지 중 하나였지만 1995년 허물렸다는 것. 카포네의 집을 ‘전국 역사적 장소 등록부’에 올리려던 노력도 실패했다.
바이오그래프 디어터 역시 은행강도 존 딜린저 사살 장소이기 때문 보다는 건물 자체의 중요성 때문에 유적지의 지위를 얻었다고 피터스는 설명한다.
시카고 갱스터 관련 장소를 돌아보는 2시간짜리 버스관광 ‘언터처블 투어’의 대표 크레이그 알턴은 24년 전 처음 시작할 때 시에서 라이선스 얻기가 상당히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시의 갱스터 시대는 기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역사이니까요. 이런 일에 평생 동안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알 카포네에 대해선 누구나 뭔가 연관을 느끼는 듯 합니다”
미국을 처음 방문한 29세 동갑내기 일본인 부부 타못수와 유키 하타가 일정에 시카고를 포함시킨 것도 갱스터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대학살 장소엔 택시로 이미 다녀온 이들의 다음 방문지는 바이오그래프 디어터다.
“미국역사에서 이 부분을 우린 ‘사랑’합니다. 영화에서도 너무 많이 보았지요”라고 타못수 하타는 말한다. 아내 유키가 좋아하는 것은 2009년 영화 ‘공공의 적들’과 주인공 딜린저로 나온 스타다. 시카고의 갱들에 관해 유키 하타의 호기심을 가장 끄는 것은 무엇일까? “자니 뎁”이라고 유키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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