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미국 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입장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 같은 논란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3일 뉴욕에서 동성애 성향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가진 대선자금 모금행사 연설을 통해 동성결혼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새삼 이슈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동성커플은 이 나라의 다른 모든 커플과 똑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관중석 한쪽에서 "결혼, 결혼"이라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함성이 터져나왔고 난처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분들의 말을 들었다"면서 "전통적으로 결혼은 주(州) 정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뉴욕에서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피해갔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까지 동성 커플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혔으나 결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단한번도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개인적인 입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당분간 동성결혼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계속 고집할 경우 자신의 핵심 지지계층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는 동성애자들로부터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날 행사의 참가비가 3만5천달러에 달하는 등 선거자금 모금 측면에서도 동성애 지지자들의 역할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갤럽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동성 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53%로 반대 의견(45%)보다 많았다. 이는 갤럽이 1996년부터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찬성이 반대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버몬트, 뉴햄프셔, 아이오와 등 5개주와 워싱턴 D.C.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돼 있는 상태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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