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다니기에 지쳤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퓰리처상 수상 경력의 유명 특종기자가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밝혀지면서 그의 스토리가 미국 내 불체자 자녀 구제법안인 ‘드림법안’의 의미를 상징하는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7년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 보도로 영예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 기자(30·사진)가 ABC 방송과 한 인터뷰는 많은 미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최고 권위지인 워싱턴포스트에서 숱한 특종을 터트린 그가 유명 기자이기 이전에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굴곡진 삶이 시작된 것은 엄마에 의해 고향 필리핀에서 캘리포니아 할아버지 집에 보내졌던 12세 되던 해였다. 하지만 불법체류 사실은 4년 뒤에 알게 됐다.
운전면허를 신청하러 갔다가 자신이 갖고 있던 영주권이 가짜로 들통 난 것이었다. 귀가한 그는 할아버지에게서 영주권이 가짜이고 다른 증서도 돈으로 샀다는 얘기를 접했다.
그때 직감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것은 “괜찮아. 뭐 어때. (필리핀) 액센트부터 없애야겠네”였다고 사전 녹화된 ABC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스스로 미국인이란 사실이 아니라고 할 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학교성적도 우수해 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그의 고민을 접한 고교 교장과 지역 교육감이 멘토이자 대리인으로 나서면서 ‘가짜의 삶’은 본격화됐다. 성적 우수자로서 장학금을 받아 샌프란시스코대에 입학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지역 유력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인턴기자를 시작으로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를 거친 뒤 워싱턴포스트에 자리를 잡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취직 때 신원증명서로 요구하는 것이 운전면허증 정도다. 바르가스는 멘토들의 도움으로 발급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오리건주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고 제출, 관문을 통과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그는 속칭 잘 나가는 기자가 됐다. 불법 면허증을 이용, 백악관 만찬을 비롯해 수도 워싱턴 DC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를 취재했다.
2006년 워싱턴 내 에이즈 확산에 관한 시리즈 기사가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나올 정도로 반향이 컸고 지난해에는 페이스북 창업주인 마크 저커버그의 프로필도 썼다.
결국 견디다 못해 사내 멘토인 피터 펄 워싱턴포스트 현 교육담당 디렉터에게 자백했고, 이는 바르가스가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그는 가장 최근에 허핑턴포스트에서 편집담당 수석 에디터로 활동했으나 8년인 오리건주 운전면허 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압박을 느끼고 1년도 안 돼 사직했다. 워싱턴주의 면허증을 손에 넣어 앞으로 5년 동안 거짓된 삶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접었다.
그는 대신 의회에 드림법안 통과를 촉구하는데 힘을 쏟을 각오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법안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정착해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하거나 미군에 입대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불법체류자에게도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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