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세 영국 여성, 선상 통화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마이크와 앤 코리앰 부부가 딸이 일했던 ‘디즈니 원더’ 크루즈 선박이 샌페드로 항에서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비디오 테입은 선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와 앤 코리앰 부부는 딸의 모습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바지와 깃 달린 셔츠를 입은 딸은 매주 멕시칸 리비에라로 항해하는 964피트의 거대한 크루즈 선박 ‘디즈니 원더’호 복도에 있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레베카 코리앰은 선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 한동안 이야기한 후 울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한 남자 승무원이 잠시 멈추어 서서 레베카에게 괜찮으냐고 물었다. 레베카는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지나갔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디즈니 크루즈회사에 취직되어 미국으로 왔던 밝고 통통 튀는 24세 영국 아가씨 레베카는 그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석 달 지났으나 아무 단서 못 찾아
애타는 가족 “바다만큼 깊은 상실”
비디오는 지난 3월22일 오전 5시45분에 녹화되었다. ‘디즈니 원더’는 항해 중이었다. 다음날 푸에르타 발라르타에 도착하여 거기서 다시 카보 샌 루카스로 갔다가 샌페드로로 귀항하는 일정이었다.
그날 아침 레베카는 자신의 임무 교대시간에 나타나지 않았고 디즈니사는 영국 체스터에 거주하는 그녀의 부모에게 레베카가 사라졌다고 전화로 알렸다. 회사 측은 부모가 선박이 도착할 때 쯤 LA로 와서 회사 측과 만날 수 있도록 그들을 초청했다.
부모는 배가 들어온 후 승객들을 만나 물어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날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도착했을 땐 이미 승객들은 다 돌아가고 다음 항해의 승객들이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리앰 부부는 배에 올라 녹화된 비디오를 보고 레베카를 알던 승무원들과 이야기 한 후 딸의 옷가지와 사진·묵주 등 소지품들을 챙겼다.
영국으로 돌아가려고 LA공항에 다시 왔을 때 그들은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대체 누가 관심을 갖기나 하는 걸까” 의구심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마이크(57)와 앤(51) 부부는 막내딸 레베카로부터 적어도 1주일에 한번씩은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었다. 늘 생기발랄했던 레베카는 ‘디즈니 원더’의 어린이 활동 카운슬러로 일하는 ‘모험’과 새로 사귄 친구들, 크루즈가 들르는 각 지역의 목가적 풍경 등에 대해 부모에게 생생하게 전하곤 했다.
여행이 하고 싶어 지난 6월 디즈니 크루즈사에 들어간 레베카는 리버풀 호프대학에서 신학과 아동기 연구를 전공했으며 3종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선상의 부모들과 어린이 승객들에게 인기가 높아 ‘베키’ 혹은‘벡스’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웃기 잘하는 레베카는 자신의 삶과 아이들, 디즈니와 아메리카를 정말 사랑했습니다”라고 어머니 앤은 말한다.
레베카는 디즈니 크루즈사와 3번째 계약에 서명했고 2개월의 정기 휴가를 갔다 오면 밴쿠버-알래스카 코스에서 일하기로 되어 있었다. 부활절에 집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낸 후 언니 레이첼과 함께 파리의 디즈니랜드로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런 계획을 들려준 후 레베카는 전화를 끊으면서 말했다 - “내일 전화할께요, 엄마”
다음날 전화벨이 울렸다. 밤 11시, 그러나 디즈니 크루즈사 대변인의 전화였다. 레베카의 실종을 전한 그는 배 전체를 수색했지만 레베카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들 부부는 남가주에 도착한 후 호텔 ‘크라운 플라자’에서 바하마 경찰의 폴 롤리 총경을 만났다. ‘디즈니 원더’는 바하마에 등록한 회사이기 때문에 선상에서 발생한 사건의 수사는 바하마 경찰 소관이었다. 롤리는 사건의 개요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그에겐 아무런 뚜렷한 해법이 없었고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코리앰 부부는 레베카가 그날 선상 복도에서 구내전화로 통화했던 친구도 만나 보았다. 그러나 그 여성은 정신적으로 너무나 지쳐보였고 레베카가 굉장히 혼란스러워했으나 나중엔 차분하게 전화를 끊었다고만 말했다.
디즈니 관계자들이 동석했고 그녀는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가족들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니, 물을 수가 없었다. 자세히 물을 수 없는, 물어서는 안된다는 느낌이 줄곧 이들을 불편케 했다.
관계자와 함께 배 전체를 돌아보았다. 플립-플랍스 슬리퍼 한 켤레가 발견된 5층 갑판에도 가 보았다. 레베카의 것으로 추정된다지만 아무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디즈니사의 대변인은 선내 설치된 CC-TV의 숫자와 위치는 보안 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레베카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는 코리앰 가족은 웹사이트 www. rebecca-coriam.com을 설치하고 누구라도, 어떤 정보라도 알려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크루즈 선상에서의 실종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국제 크루즈 희생자 협회’라는 단체가 있을 정도다. 수많은 크루즈 선박들이 ‘평생의 꿈’같은 휴가를 약속하며 세계의 대양들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나 승무원이든, 승객이든 항해 중인 크루즈 선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희생자’들의 남겨진 가족들에게 이 비극의 해답을 찾는 일은 마치 끝이 없는 고통스러운 미로와 같다.
‘코리앰의 스토리’와 그들 가족들이 휩쓸려 들어간 이 알 수 없는 세계는, 남겨진 가족들의 입장을 말해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도리스 맛수이 캘리포니아 주 연방하원의원은 말한다.
“특히 관할 소속의 애매한 경계가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게 한다”고 맛수이 의원은 설명한다. 그는 크루즈 선상에서의 미국적자 관련 실종과 범죄는 크루즈 회사가 FBI나 해양경비대에 의무적으로 보고 하도록 하는 법안의 공동제안자다. 그러나 이 법안은 내년부터 시행되며 레베카 코리앰 같은 영국 국적자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크루즈법 전문 변호사인 짐 워커는 실종된 승객이나 승무원에 대한 수사는 흔히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가족들은 크루즈회사와 외국 수사당국 사이, 아무데에도 속하지 않은 무인·무법지대에 떨어지는 셈이지요. 만약에 범죄가 관련된 사건이라면 실제로 바하마에서 범인을 잡아 기소할 가능성은 제로와 기도 사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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