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은 자신의 과거 잡동사니를 몽땅 팔아치우면서 새 인생을 찾는다.
현재 상영 중인 코미디 드라마 ‘몽땅 팝니다’(Everything Must Go)에서 자신의 과거가 묻은 물건들을 집 앞마당에 내다 놓고 야드세일을 하면서 새 삶을 찾는 술꾼 전직 세일즈맨으로 나온 키다리 코미디언 윌 페럴(43)과의 인터뷰가 지난 4월29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원작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당신은 왜 춤을 안 추나요?’(Why Don’t You Dance?) 짧은 머리에 말끔한 정장 차림의 페럴은 눈초리가 깊고 매서웠는데 평소 갖고 있던 와일드 코미디언이라는 인상과는 달리 상당히 정중하고 침착했다. 그는 질문에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답하면서도 코미디언의 기질은 못 버려 멀쩡한 표정을 지으면서 위트와 유머를 섞어 농담을 하는 바람에 인터뷰 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당신이 영화에서처럼 야드세일을 한다면 당신의 과거로부터 무엇을 처분하고 싶은가.
-70년대에 입었던 흉측한 옷들과 어릴 때 탄 야구와 축구 트로피들이다 .
*당신은 영화에서 하루 종일 맥주를 마시는데 실제로 하루에 맥주를 몇 깡통이나 마실 수 있는가.
-두 깡통 정도 마시면 졸음이 온다. 더 이상 마시면 미친 짓 할까 봐 안 마신다.
*당신은 정기적으로 집안의 잡동사니를 처분하는 편인가 아니면 그런 것들에 매어달리는 스타일인가.
-물건을 처분하면 다음 날 그것을 다시 필요로 할까 봐 못 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잡동사니들을 처분하는데 그러고 나면 기분이 아주 좋다.
*당신은 인기 웹사이트 ‘퍼니오어다이’(Funnyordie)의 고안자인데 이 사이트처럼 우습지 못하면 죽기라도 하겠는가.
-아니다. 죽을 생각 없다.
*영화에서 마당에 내놓을 물건을 고를 때 당신 의견도 참작이 됐는가.
-대부분은 댄(러시-감독)과 미술 담당자들이 골랐다. 그런데 댄이 내게 내 옛날 물건들 중에 내놓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묻기에 내가 갖고 있는 야구 글러브를 골랐다.
*당신은 영화 처음에 직장 상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 선물로 받은 주머니용 칼로 상사의 차바퀴를 찢어놓는데 그런 일이 현실로도 많다고 보는가.
-그 칼은 현 미국 직장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졸지에 직장을 잃으면 연금을 비롯해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린다. 현 미국의 근로자들은 보호 장치를 잃어 버렸다. 평생을 바쳐 일한 직장에서 고작 받는다는 것이 기념품 칼이다. 그러니 상사의 차바퀴를 찢어놓는다는 것은 아주 사실적인 반응이다.
*영화의 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야드세일을 하는 남자에 관한 특이한 작은 관찰이다. 이 남자는 야드세일을 하면서 아예 집 마당에서 생활도 하는데 글에선 그 이유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다. 세일에 젊은 한 쌍이 찾아와 옛 레코드를 뒤적이다가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세일하는 남자는 이들을 아랑곳 않고 술만 마신다. 이게 글에서 얘기되는 전부다. 댄은 여기서부터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이 영화는 코미디라기보다 드라마다. 영화는 현재 미국의 실상과 함께 알콜중독자의 재생의 얘기라고 보겠는데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여러 방면으로 얘기하고 있어 해석도 여러 측면으로 할 수 있다. 직장 내 회사 문화의 범주 안에서 현재 미국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한 논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과 수시로 변하는 경제에 관한 얘기다. 그리고 크게 말해서 세계 질서 안에서 우리가 자신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묻고 있다.
그러나 간단히 말해서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자신을 소유물로부터 해방시키는 얘기라고 하겠다. 이로 인해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새 사람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을 관찰하고 있다.
*최근 멜 깁슨이 극심한 우울증 환자로 나오는 ‘비버’와 이 영화를 비롯해 어두운 영화가 여러 편 나오고 있는데 이를 사회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보는가 아니면 우연인가.
-둘이 모두 약간씩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 일들은 시대정신에 따라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연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댄은 사실 영화를 2년 전에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 때 내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있어 이제야 만들어진 것이다.
*올해도 가족과 함께 여름을 스웨덴에서 보낼 예정인가.
-아내(스웨덴 여자 비베카 폴린)와 세 아들과 함께 스웨덴에 구입한 집에서 5주를 보낼 예정이다.
*휴가 때는 전연 일을 하지 않는가.
-보통 안 한다. 우리 가족이 모두 세상일을 떠나 쉬는 시간이다. 하루에 한 번 정도 블랙베리를 체크할 정도다. 물론 각본이 전달돼 이것저것 읽기는 하나 본격적인 영화 일을 하진 않는다. 모든 것을 차단하는 때인데 정말 좋다.
*어두운 인물인 주인공을 어떻게 코미디에 주입시켰는가.
-주인공은 글에서보다는 영화에서 더 우습게 그려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억지로 우습게 만들려고 하진 않았다. 우리는 그저 솔직하게 얘기를 하려고 했다. 코미디는 자연스럽게 거품처럼 표면으로 올라오도록 했다. 본격적인 코미디와 달리 명상적이며 또 농담을 해야 한다는 것에 신경을 안 써도 돼 좋았다.
*댄 러시는 이 영화로 데뷔했는데 그와 일한 경험은.
-첫 작품으로선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데뷔 감독의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내게 영화에 나올 의향을 물었을 때 우리는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 나는 달에게 나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배우가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노”라고 대답했다. 그는 내가 드라마틱한 면을 해낼 수가 있고 또 주인공을 동정적으로 표현할 수가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당신은 스포츠 트로피가 여럿 있다고 말했는데 어떤 운동을 했는가.
-축구를 많이 했다. 야구 트로피는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다섯 개 정도는 축구 트로피다. 그러나 나는 주로 형편없는 팀에서 뛰어 대부분이 참가선수 트로피다.
*당신은 영화에서 진짜로 웃기는 연기를 잘 하는데 실제로도 그런가.
-내 아내는 내가 집에서도 노상 웃기면 진짜로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다. 늘 사람들은 날 보고 “난 당신이 이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정상적이냐”고 말하곤 한다. 영화 속의 나는 실제의 나와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득하기가 쉽지가 않다.
어쩌면 그래서 난 연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밖으로는 나와 다른 사람을 탐구하고 개인생활에서는 본연의 나를 지킬 뿐이다. 그런데 내 아이들은 코미디에 대해 엄격한 심판관들이어서 내가 웃기는 짓을 해도 웬만해선 우습다고 평결을 내리지 않는다.
*당신은 자신의 물건에 매어달리는 편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성공한 지금에도 당신의 배우로서의 생애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가.
-배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약간씩 신경과민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생활을 오래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인기 있던 많은 작가와 감독과 배우들이 삽시간에 사라지는 것이 이 직업이다. 그래서 영화계 종사자들은 누구나 항상 언제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이 작업이다. 그러나 난 그런 걱정 하느라고 밤잠을 설치진 않는다.
*당신의 다음 영화는 라티노 배우인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디에고 루나와 공연하면서 당신도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액션 코미디 ‘카사 데 미 파드레’(Casa de Mi Padre)인데 그 것에 대해 얘기해 달라.
-난 언제나 스페인어 영화에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난 영화 내내 스페인어를 쓴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간에 디에고와 나는 형제다. 현재 배급사를 물색 중인데 정말로 포복절도하게시리 미친 영화다.
*당신은 여러 영화에서 야구와 피겨스케이팅을 비롯해 스포츠를 우스꽝스럽게 조롱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스포츠를 코미디의 상대로 삼을 생각인가.
-어느 스포츠든지 모두 코미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난 너무 많은 스포츠를 비꼬고 풍자한다고 비판까지 받았다. 그러나 내가 나온 그 영화들은 사실 모두 스포츠 영화는 아니어서 그런 비판은 공정치가 않다. 골프와 테니스 등 모든 스포츠가 코미디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
*당신은 스타와 제작자로서 영화를 만들 때 해외 관객의 반응도 고려하는가.
-스튜디오들은 늘 그 문제를 논의한다. 그들은 국내와 국제적으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작품을 찾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 그보다는 하나의 예술가로서 재미있고 우스운 영화를 만들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것이 국내에 이어 국제적으로도 성공하면 금상첨화가 되는 셈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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