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국일보가 창간 42주년을 맞았다. 1968년 개정 이민법 발효로 한인이민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던 바로 그때 창간되어 한인사회와 고락을 함께 한지 42년이 되었다. 창간 당시는 커뮤니티도 신문도 잠재태만 갖춘 신생의 단계였다. 수적으로 몇 안 되는 남가주 한인사회의 뉴스라야 자녀 출산, 병원 개원, 결혼 등의 동네 소식이 고작이었다.
이번 주 본보는 두 가지 의미 있는 ‘최초‘의 뉴스를 보도했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계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미주 한인사회에서 처음으로 한인정치 컨퍼런스가 열렸다는 소식이다. 한인사회는 한국일보라는 정보와 소통의 구심점을 토대로, 본보는 한인사회의 발전을 원동력으로 함께 성장한 상생의 40여년이 이뤄낸 반가운 결실들이다.
이민사회는 30년의 한 세대를 단위로 한 단계씩 발전한다.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던 1세들이 황무지를 개간하는 개척정신으로 삶의 터전을 마련했던 이민의 첫 단계는 지났다.
부모세대의 헌신과 성취를 바탕으로 우리의 2세들이 미국사회 곳곳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이 사회의 자랑스러운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시점이다. 의료계, 법조계, 대기업 등 어디를 가든지 그 조직의 중요한 일원이 되어 제 역할을 다하는 우리 2세들을 만날 수가 있다. 한인사회의 경제력과 2세를 중심으로 한 인적자원을 합치면 우리도 소수계 커뮤니티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이 되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인 1.5세인 성 김 6자회담 특사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은 이런 맥락에서 상징적 의미가 깊다. 한미 양국이 수교한 1882년 이래, 108년 한인이민 역사 동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하고 한국이 정신적 근원인 인물이 주한 미대사로 내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인 이민은 두 개의 조국을 안고 산다. 현실의 조국인 미국과 정신의 조국인 한국이다. 김 특사의 대사 내정은 두 조국을 안고 사는 이민자로서 어떤 바람직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답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인 이민사상 이정표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 미국 두 사회 어느 쪽에서도 주변적 존재가 아니라 주도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있다. 미주 한인사회는 스스로의 역할과 가치를 재검토하고 이민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해야 한다. 커뮤니티 차원의 아메리칸 드림 성취를 위한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한인사회가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에 도전할 단계가 되었다. 중산층 지역에 집 사고 자녀 교육시키는 개별적이고 일차원적 ‘드림’의 단계를 뛰어넘어 미국이라는 다민족 사회에서 한국계가 힘 있는 소수계로 자리 잡는 커뮤니티 차원의 ‘드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커뮤니티가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 하는 것이다. 몸은 미국에 살면서도 관심과 시선은 온통 태평양 너머 한국에 가 있다면 문제이다.
주류사회와는 담을 쌓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관심이 온통 한인사회 내에만 갇혀 있는 것 또한 문제이다. 각 지역 한인회 등 단체들마다 분쟁이 끊이지 않고, 단체장 선거 때마다 법정소송이 줄을 잇는 것은 몸은 미국에 살면서도 정신은 미국에 살지 못한 데서 오는 병폐이다. 그런 에너지와 돈을 이제는 커뮤니티 차원의 아메리칸 드림 성취를 위해 모아야 한다. 역량 있는 2세들을 발굴하고 키워내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의 선봉으로 삼는 것이다.
본보 창간 42주년 기획으로 열린 제1회 미주한인 정치 컨퍼런스 및 차세대 리더십 포럼에는 전 현직 정치인 120여명을 포함, 500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의 장을 펼쳤다. 2세들의 공직과 선출직 진출을 후원함으로써 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인사회의 의견이 주류사회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중의가 모아졌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개인적 차원에서 추진되었던 선출직·공직 진출이 커뮤니티 주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대계의 강력한 시민 로비단체인 미국 이스라엘 공무위원회(AIPAC), 일본계 공직 진출의 산실이 되는 일본계 시민연맹(JACL)과 같은 전국단위의 상설기구 결성이 필수적이다. 이 기구를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한인 정치력 신장 운동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기구에 거는 기대가 중차대한 만큼 결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먼 장기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한인 이민이 3세, 4세, 5세로 이어지며 더욱 번창하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작업이다. 한인사회가 커뮤니티 차원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주 한국일보는 한인사회 정보교환과 네트웍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래서 한인이민이 미국사회에서 힘 있고 존경받는 소수계로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탤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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