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벨상 수상 확신…조급해 하지 말아야"
4년 총장 재임동안 모금 등 위해 16만㎞ 손수운전
"한국에서 조만간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너무 연연해 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결과만을 추구하면 깊은 연구결과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4년제 대학 총장에 올랐던 미국 머시드 캘리포니아대(UC머시드) 강성모 (66)총장이 다음달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강 총장은 14일 오후 7시(현지시간) 자신이 주관하는 UC머시드대 마지막 졸업식 직전에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기부금 모금 등을 위해 손수 운전을 하며 무려 10만마일(16만㎞)을 달렸다"며 "1년간 휴식과 연구기간을 가질 예정이지만 다시 강의실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강 총장은 ‘카이스트 사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든 분들이 국가 장래 등을 위해 노력했는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해 안타깝지만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다만 원론적으로 말해 학생을 받은 만큼 학교도 일부 책임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총장과의 문답 내용이다.
-- 퇴임소감은.
▲ 아직 신설 대학이어서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떠나게 돼 아쉽지만 큰 과오없이 퇴임하게 돼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또 UC머시드 교수와 직원, 학생들에게도 감사한다.
-- 재임기간 UC머시드대의 변화나 발전된 내용을 소개해 달라.
▲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원래 캠퍼스는 900에이커로 돼 있었다. 하지만 99년부터 8년간 노력에도 주변 늪지 보호 등 환경문제로 인해 100에이커 정도 밖에 쓰지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기존 캠퍼스 계획을 버리고 환경문제가 없는 남쪽으로 캠퍼스를 확대키로 하고, 환경보호청(EPA)과 지역 환경보호단체 등을 설득해 관련 허가를 받아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총장이 된 후에도 2년이 넘어서야 이뤄진 일이다.
또 재임기간 학생 수가 4배로 불어나 올해 8월부터는 학생 수가 5천명이 넘는다.
--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 2009년5월 졸업식 때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를 졸업축하 연설자로 모시고 확장된 캠퍼스에서 첫 졸업생을 배출했을 때이다. 당시 무려 2천 곳이 넘는 언론이 졸업식을 보도했다. 그 때문에 학교 지명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번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모실 예정이었고, 총장님도 오시고 싶어하셨으나 해외출장과 겹치는 바람에 이뤄지지 않았다.
-- 재임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 재임초 학교재정이 늘 여유가 없었고 특히 강의실, 실험실, 연구실 등 공간이 부족해 안타까웠다. 다행히 그동안의 노력으로 많이 좋아졌다.
또 취임한 지 2주도 안돼 한 학생이 교내에서 사고로 사망한 뒤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새벽에 신입생이 술을 마시고 캠퍼스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학생들 사이에 갱단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학교에 갱단이 출몰해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것은 신생학교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것이다.
그래서 강당에 전 학생들을 모아놓고 근거없는 소문을 만들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피해학생 학부모에게는 매일 접촉해 학교에서 얻은 정보를 제공했고 학생들은 추모행사를 열었다. 처음에는 학교 측의 관리소홀로 학생이 사망한 것으로 생각해 소송까지 준비하던 피해학생의 부모가 감동해 나중에는 동생도 UC머시드에 보내겠다고 했다.
-- 최근 한국에서는 이른바 ‘카이스트 사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대학 개혁과 관련된 문제인데, 느낀 점은.
▲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모든 분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의 장래 등을 위해 노력했는데 불행한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 여러분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좋은 개선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원론적으로 말해 학교도 학생을 받은 만큼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미국에서도 교수들이 강의평가를 의식해 실력이 약한 학생들을 받지 않으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첫 시험을 엄청나게 어렵게 출제해 학생들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학생을 받았으면 학교는 그 학생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학생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면 냉혹하게 대하기보다는 여러차례 기회를 줄 것이다.
-- 총장 재직시 한국대학들과 활발한 교류를 했는데 한국 대학의 경쟁력과 고쳐야할 점 등을 지적한다면.
▲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대학교 순위(ranking) 등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순위에 잘 나타나지 않는 교육성취도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육으로 학생들이 얼마나 실력이나 인성이 향상됐느냐 하는 것이다.
아이비리그라고 해서 무조건 교육성취도가 높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늘 배우는 자세로 특유의 장점을 살려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학생들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이 학교 총장으로 오기전에 있었던 UC샌타크루즈에 모대학 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온 적이 있는데 너무 공부를 잘해 현지 학생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미리 배운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때 학생들에게 느낀 점을 물었더니, 이 곳(미국)처럼 실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 한국의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너무 결과만을 추구하면 깊은 연구결과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 한국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한국 사회나 정부, 대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해야할 일이 있다면.
▲ 이는 한국과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모두 애쓰고 있는 문제이다. 미국에서도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교육을 위해 모든 기관이 나서고 있고, 대학들도 초.중.고교 학생들이 이 분야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대를 졸업한 후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의대에 가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이공계가 인류, 국가에 기여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등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만약 이공계 출신들이 50세때 기업에서 밀려난다면 아무도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크게 생각해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에 신경을 써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꼭 필요한 이공계 출신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자기 다리를 자르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작년 가을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퇴임하겠다고 했는데 퇴임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향후 계획은.
▲ 총장으로 오기 전에 학장으로 재직했던 UC샌타크루즈대 석좌교수로 돌아가지만 1년간 쉬면서 연구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미 연구과제를 잡아놓았다. 오랜만에 강의실로 돌아가 학생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사실 작년에 연임의사를 밝혀야할 시점이 돼 고민했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체력적으로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총장재임 동안 기부금 모금 등을 위해 자동차여행을 한 거리만 10만 마일(16만㎞)이 넘는다. 미국에서는 총장도 손수운전을 하고 다녀야한다.
-- 한때 카이스트대 총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등 한국 대학에서도 영입 제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활동할 계획은 없으신지.
▲ 기회가 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다만, 현재로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nadoo1@yna.co.kr
(머시드<美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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