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일 열려..한국 장.단편 7편 진출
봉준호ㆍ이창동, 심사위원장으로 활동
‘세계 영화의 향연’ 제64회 칸국제영화제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11일(이하 현지시간)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상영을 시작으로 22일까지 11일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는 2000년대 들어 베니스, 베를린영화제가 주춤하는 사이 영향력을 확대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에서 거장들의 각축전, 여성 감독의 수상 가능성,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한국영화의 약진 등 관전포인트가 여럿 있다.
◇경쟁부문..거장들의 각축전 = 모두 20편이 진출한 올해 경쟁부문은 거장들의 각축전이다. 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향배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1999년 ‘로제타’, 2005년 ‘더 차일드’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다르덴 형제의 신작 ‘더 키드 위드 어 바이크’(The Kid with a Bike)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사회계급과 이민, 미혼모 문제 등 유럽 사회가 겪는 진통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온 다르덴 형제는 ‘로제타’ 이후 만드는 작품마다 칸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가져갔다. 공식 상영은 15일.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더 스킨 아이 리브 인’(The Skin I live in)도 수상 가능성이 크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1999년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감독상을, ‘귀향’(2006)으로 각본상을 수상했지만 황금종려상을 받은 적은 없다.
‘귀향’ ‘브로큰 임브레이스’(2009) 등이 잇따라 경쟁부문에 진출한 만큼 이번 영화제에서도 어떤 상이든 받아갈 공산이 크다. 스크리닝 일정도 폐막을 앞둔 19일에 배치돼 수상 전망도 높은 편이다.
2000년 ‘어둠 속의 댄서’로 황금종려상과 1996년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Melancholia.18일), 2001년 ‘아들의 방’으로 황금종려상과 1994년 ‘나의 즐거운 일기’로 감독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난니 모레티 감독의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We have a pope’란 뜻의 라틴어.13일)도 또 다른 황금종려상 후보다.
블랙코미디의 대가인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코미디 ‘르아브르’(Le Havre.17일)도 주목할 만하다. 구두닦이와 이민자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세계적 거장 카우리스마키 감독도 2002년 ‘과거가 없는 남자’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게 칸에서 거둔 최고 성적으로, 이번에는 대상을 노려봄직하다.
아울러 2003년 ‘우작’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21일)를 통해 알마니 귀즈의 ‘욜’(1982) 이후 터키 영화감독으로는 29년 만에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너를 보내는 숲’으로 2007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도 ‘하네쥬 노 츠키’(朱花月.18일)로 황금종려상 도전에 나선다. 여성 감독인 그가 ‘우나기’(1997)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이후 14년만에 조국 일본에 황금종려상을 안길지 관심거리다.
이밖에 ‘일 디보’로 2008년 심사위원상을 받은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이 연출하고 숀펜이 로커로 출연하는 ‘디스 머스트 비 더 플레이스’(This must be the place),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말릭의 ‘더 트리 어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1962년작 ‘할복’을 리메이크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이치메이:한 사무라이의 죽음’도 주목된다.
◇여성 감독 18년만에 황금종려상 받을까 = 20명이 겨루는 경쟁부문에 여성 감독은 4명이 포진했다. 64회 영화제 역사상 경쟁부문 최다 진출이다.
지금까지 여성감독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는 호주 출신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유일하다. 그는 ‘피아노’로 1993년 ‘패왕별희’의 천카이거(陳凱歌) 감독과 황금종려상을 공동 수상했다.
제2의 제인 캠피온을 노리는 선두주자는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다. ‘하네쥬…’는 나오키(直木)상 수상작가인 반도 마사코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일본 고대문화 발상지 중 한곳인 아스카지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네쥬는 붉은 칠을 한 꽃무늬 가지를 의미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린 램지 감독은 리오넬 슈리버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위 니드 투 토크 어바웃 케빈’(We need to talk about Kevin.12일)으로 최고상에 도전한다. 글래스고의 신산한 풍경을 어린이의 시각에서 포착한 ‘쥐잡이’로 1999년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재능있는 감독이다. 영국의 명우 틸다 스윈턴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호주 출신의 줄리아 리 감독도 데뷔작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12일)로 최고상에 도전하며 프랑스의 마이웬 감독도 ‘폴리스’(Polisse.13일)로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한국 영화계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으로 진출한 이래로 2001년, 2003년, 2006년, 2008년을 제외하고 경쟁부문 진출작을 배출해 왔으나 올해는 초청받지 못했다.
◇한국영화 2년연속 주목할만한 시선 제패하나 = 경쟁부문과 함께 양대 공식부문이라 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는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13일),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19일), 나홍진 감독의 ‘황해’(20일) 등 한국영화 3편이 진출했다.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다 진출이며 18편이 겨루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한 국가에서 3편의 영화가 초청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홍상수 감독은 작년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아 2연패 여부가 관심거리다.
‘비몽’(2008) 이후 3년 만의 신작으로 칸을 두드리는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과 ‘황해’를 새로 편집한 나홍진 감독의 신 ‘황해’도 어느 정도 시선을 끌지 주목된다.
경쟁부문에 비해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위용도 상당하다.
‘휴머니티’(1999)와 ‘플랑드르’(2006)로 심사위원대상을 두 차례 수상한 브르노 뒤몽 감독의 신작을 비롯해 ‘볼케 나인’(Wolke 9)으로 2008년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은 독일 출신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 싱가포르의 기대주 에릭 쿠 감독의 신작도 포진해 있다.
◇한국 단편영화 ‘선전’ 기대 = 이정진 감독의 ‘고스트’가 모두 9편이 겨루는 공식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고스트’는 재개발 지역의 빈집에 숨어 사는 남자의 욕망과 점점 황폐해져 가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뒤섞어 보여주는 10분 분량의 단편이다.
한국영화는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춘향전’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래로 2004년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심사위원상) 등 장편 부문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왔지만 영화 산업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단편 부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1999년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단편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게 한국영화로는 유일한 성적으로, 24살의 여성 이정진 감독이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밖에 공식 학생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진출해 나머지 15편과 경쟁하는 ‘야간비행’의 손태겸 감독, 비공식 비평가주간 단편부문에 진출한 이태호 감독(집 앞에서), 문병곤 감독(불멸의 사나이)의 수상 여부도 관심사다.
◇한국 감독 심사위원으로..스타들 즐비 = 봉준호 감독과 이창동 감독이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해 눈길을 끈다.
봉준호 감독은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 부문에서, 이창동 감독은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국내 영화인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할리우드 출신 영화인으로는 역대 4번째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와 심사위원에 위촉된 배우 우마 서먼과 주드 로가 칸을 찾는다.
‘쿵푸팬더2’의 목소리를 연기한 앤젤리나 졸리와 잭 블랙을 비롯해 조니 뎁, 브래드 피트, 페넬로페 크루즈 등 스타들과 개막작 ‘미드나잇 인 파리’에 출연한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도 칸 해변에 모습을 비칠 예정이다.
프랑스 경찰당국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후 고조되는 테러 위험을 막기 위해 약 700여명의 경찰경력을 투입해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buff27@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