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인 아버지들이 더 나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찾아가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티저에서 열린 교육 현장을 찾아 1995년 한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 각지로 퍼진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기 엔지니어인 에드먼드 임씨는 그의 아내 한나씨와 함께 아버지학교 수료식에 참석했다.
대부분 기독교인인 한국 교민 70명은 이날 정서적으로 더 성숙한 아버지가 되기 위한 선서를 했다.
이들은 이날 수료장도 받고 단체사진을 찍고 아버지학교를 상징하는 티셔츠도 받았다.
그는 웃으며 "아내가 매우 기뻐한다"고 말했고 아내 한나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남편은 아직도 보수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장에 와 있는 다른 아버지들처럼 임씨 역시 처음에는 아버지학교에 오기를 싫어했다. 스스로 그렇게 나쁜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와 10대 자녀 2명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안 그는 120달러(13만원)를 내고 아버지학교에 등록했다.
아버지학교는 임씨와 같은 한국인 아버지들에게 가정에서 진정한 아버지의 역할을 되찾고 더 훌륭한 아버지로 거듭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1995년 10월 두란노서원에서 처음 개설된 아버지학교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라는 슬로건 아래 현재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중남미 유럽 등 전 세계 40여개국으로 퍼져 나가 20만명에 가까운 수료생을 배출했다.
아버지학교는 2000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미국 내 57개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조준씨는 "전통적으로 한국 가정에서 아버지는 매우 권위적이었다"면서 "그들은 정서적으로 자녀, 아내와 교감하지 못하고, 일중독이거나 다른 사회생활,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가족은 뒷전이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수강생들은 먼저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먼저 자신들의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과 치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40대 초반의 한 참가자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부자간에 의사소통이 너무도 부족했다"면서 "나에 대한 기대가 컸던 아버지는 늘 일에만 몰두했고 가정생활에는 너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업에서 한 참가자가 약물과 게임중독에 빠진 16살짜리 아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했었는지를 고백하자 동료 참가자들이 무대로 나와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교육과제 중에는 참가자들에게 ‘사랑합니다’란 표현과 포옹을 생활화할 것과 아내에게 데이트를 신청해 부부가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과제도 있었다.
마지막 수료식은 아내들도 초대돼 준비된 음식을 먹고 한국 찬송가를 부르는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수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식이 바로 남편들이 직접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이다.
남편들은 수건과 물이 담긴 바가지를 준비해 거칠어진 아내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어줬고 일부 아내들은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곤 했다.
임씨의 아내 한나씨는 비록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남편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는 모습이었다고 IHT는 소개했다.
아버지학교는 처음에 교회에서 개설돼 주로 개신교인이 참석했지만 2004년부터는 종교 색채를 배제한 열린아버지학교도 개설돼 운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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