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로얼에 거주하는 윌리엄 맥케이브(83) 씨는 41년 전 당시 15살이던 아들 조니가 인근 공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다음날부터 아들에 관한 모든 것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노트엔 아들 조니가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나 잠들기 전 부모에게 인사하던 일, 아들과 함께 갔던 얼음낚시 여행, 잔디 깎는 기계를 고쳐보겠다던 아들의 노력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맥케이브씨는 이런 아들에 관한 기억뿐 아니라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아들의 살해와 관련된 것이면 모든 단서와 증언 등을 빠짐없이 기록해뒀다.
조니는 1969년 9월26일 인근 공터에서 손과 발이 묶였고 눈과 입에는 테이프가 붙은 채 목을 졸려 숨진 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후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고 테이프에 묻은 지문을 발견하면서 살해범을 잡는 듯했으나 지문의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더구나 10년간 살해범 추적에 집념을 보여왔던 게리 웨인 형사가 암으로 사망하면서 조니 살해 사건은 잊혀지는 듯 했지만, 거의 매일 경찰에 진전사항을 묻는 아버지 맥케이브씨의 집념 덕에 인근에 거주하는 월터 쉘리(60) 등 3명이 당시 아들을 살해했음이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3명은 당시 조니가 쉘리의 여자친구와 시시덕거리는 것을 보고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조니를 납치해 폭행하다가 사고로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후 맥케이브씨는 자신이 작성한 기록들을 모두 경찰에 넘겨주면서 거의 매일 경찰에 아침저녁으로 전화해 "맥케이브 사건과 관련해 진전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가 너무나 자주 전화를 했기 때문에 경찰서의 모든 직원이 그의 목소리를 알게 됐고 아버지의 이런 집념은 경찰이 아들의 살해범 추적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미들섹스 카운티의 제러드 레온 지검장은 맥케이브씨의 단호함과 끈기가 아들 살해범 수사를 계속 진행하게 했다고 말했고 조너선 웹 형사는 "맥케이브씨가 그처럼 헌신적으로 항상 사건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그 사건 기록은 지금쯤 뒷방의 상자 속에 처박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케이브씨는 자신이 작성한 노트에서 "살해범은 나중에 이 기록을 보고 자신이 평범한 비행소년 한 명을 죽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그는 우리에게 너무나 특별하기 때문에 이 기록을 작성했다"고 적었다.
hoonkim@yna.co.kr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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