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비인지, 대학 등록금인지..."
베이징 펑타이(豊臺)구에 사는 아이 엄마 양(陽)모 씨는 요즘 두 살짜리 딸을 유치원에 보낼 생각만 하면 골치가 아프다.
한참 발품을 팔아 알아봤지만 웬만한 유치원의 학비가 너무 비싸 도무지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사립 유치원 학비가 중국에서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베이징일보가 4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우수한 교육 환경과 커리큘럼을 앞세운 사립유치원들이 ‘고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이중 언어’ 유치원이라면 학비가 최소 매달 4천위안(66만1천원)에 달한다.
양씨는 "삼년 동안 유치원에 보낸다고 하면 최소한 10만위안(1천650만원)은 들어야 하는데 이건 대학이나 대학원 때 냈던 돈과 차이가 없다"며 "마음 같으면 직접 아이를 가르치고 싶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가장 비싼 유치원은 학비가 연간 10만위안(1천653만원)에 달한다. 한국인들도 많이 사는 왕징(望京)에 있는 한 유치원은 하루 수업료가 600위안(9만9천원)인 곳도 있다.
근본적 문제는 양질의 공립 유치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베이징에는 사립 유치원이 409곳에 이르는데 이는 시 전체 유치원의 32.6%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값이 비교적 싸면서도 교육환경이 우수한 유명 공립 유치원의 경우 입학철마다 학부모들이 찬 이슬을 맞아가면서 유치원 문 앞에서 줄을 서 밤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운 좋게’ 공립 유치원에 자녀를 들여보낸 학부모들이라고 부담이 적은 것도 아니다.
베이징의 한 우수 공립 유치원의 경우 매달 공식적 학비는 540위안(8만9천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의 옛 육성회비와 비슷한 의무 찬조금이 연간 1만8천위안(297만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학부모들의 부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립 유치원들도 영어, 미술, 무용 등의 특별학습비 명목으로 학기별로 각각 500∼600위안씩 학부모들에게 추가 수업료를 받는다.
이러다보면 공립 유치원에 보내더라도 3년간 학비가 적어도 8만위안(1만322만원)은 든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학비 부담에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커지자 중국 정부도 유치원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중국 교육부 등 관계 부처는 지난달 유치원들이 찬조금 등 각종 편법 수단을 동원해 고가의 수업료를 받는 행위를 엄단하는 한편 예산을 적극 투입해 공립 유치원을 증설하고 교육의 질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가의 사립 유치원들이 경제적 사정이 풍족해지는 중국인들의 수요에 따라 나타난 것이므로 유치원 교육부터 계급적 차이가 뚜렷해지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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