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로버트 패틴슨)이 자기가 돌보는 코끼리(타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2일 개봉되는 ‘코끼리를 위한 물’(Water for Elephants)에서 경제공황 시대 서커스단의 동물들을 돌보는 일꾼으로 고용돼 연상의 여인인 포악한 서커스 단장의 아내를 사랑하는 청년으로 나온 로버트 패틴슨(24)과의 인터뷰가 지난 2일 샌타모니카의 페어몬트 미라마 호텔에서 있었다.
백짓장처럼 하얀 피부에 짙은 눈썹과 심연과 같이 깊은 눈을 지닌 패틴슨은 질문에 조용한 음성으로 단순 명료하게 대답했다. 그는 매우 수줍어하는 스타일로 얼굴에 홍조를 띠면서 눈을 내리 깔거나 고개를 숙이고 인터뷰가 어색하다는 듯이 행동했다. 아주 특이한 얼굴과 눈을 가진 배우로 ‘트와일라이트’ 시리즈 때문인지 이 세상 사람 같지가 않고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이 느껴졌다.
인터뷰 후 패틴슨과의 기념사진은 영화에 나온 훈련이 잘된 코끼리 타이와 함께 찍었다. 코끼리는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다리를 들고 머리를 흔들면서 재롱을 피웠는데 긴 코를 들어 기자에게 코키스까지 했다.
“동물들과 함께 촬영 아주 평온했어요”
게리 쿠퍼의 30년대 영화 보며 연기 공부
멸종위기 호랑이 보호 같은 일 해보고 싶어
*영화에 나온 코끼리와 특별한 유대관계라도 맺었는가. 코끼리에 대해 무엇을 배웠는가.
-타이에게 박하와 젤리 빈을 잔뜩 먹였더니 그 뒤로 날 따라다녔다. 그것이 코끼리와 친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외에는 특별히 코끼리에 대해 배운 것은 없다. 그러나 타이는 못 믿을 정도로 똑똑하고 특이한 코끼리다. 타이는 다른 짐승의 흉내도 낼 줄 안다. 별종인 것 같은데 아주 굉장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당신은 운명이 당신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당신이 사랑의 상대방을 고르는가.
-둘 다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둘을 혼동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과 생각하는 과정을 과신해 그것을 운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런 편이다. 그런데 이와 달리 내 부모님은 우연히 만나 지금까지 40년 간을 함께 사신다.
*영화를 위해 다른 서커스 영화들을 봤는가.
-작중 인물인 제이콥이 서커스를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나도 새 눈으로 그 것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지난 30년대 게리 쿠퍼의 영화들을 많이 봤다. 그의 동작을 배우기 위해서였는데 쿠퍼는 체격이 나와 비슷하다. 그리고 경제공황 때의 사회상을 다룬 기록영화들을 봤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이 당시의 실상과 똑같아 세트에 들어서면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30년대의 러브 스토리나 요즘의 러브 스토리나 모두 그 안에서 우리가 찾는 것은 같다고 생각 하는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서커스 구경을 한 적이 있는가.
-딱 한번 어릴 때 봤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핫독을 비롯해 군것질을 실컷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서커스 구경은 영화 구경과는 다른데 그것은 완전히 타인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흥미 있다. 정말로 다시 한 번 구경하고 싶다.
*당신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자기 신원을 속여본 적이 있는가.
-있다. LA에 와 오디션에 나가기 전에는 영국에서(그는 런던 태생) 수년 간을 실직자로 보냈다. 그래서 오디션에서 캐스팅 감독이 내게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물으면 난 옥스포드와 연기학교에서 공부했다고 둘러댔다. 연기 수업을 하고 영국 액센트를 쓰는 사람은 잘 팔리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후 배우를 꿈꾸는 영국 사람들이 대거 LA로 몰려들면서 나는 내 수작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미국 사람으로 속였는데 ‘트와일라이트’가 나온 뒤에도 미국 사람처럼 굴려고 했더니 모두들 나보고 돌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뒤로 그만뒀다.
*명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사는가.
-그 것과 진실로 조화를 이룰 수는 없다고 본다. 억지로라도 그 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난 계속해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그 것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포용하는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그 것을 수용해야 한다고 깨닫질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것을 보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내 삶으로 말할 것 같으면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세트에서의 경험은 어땠는가.
-동물들이 많은 세트에서 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불평 많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보다 훨씬 평온했다. 먹을 것만 있으면 만족해하는 코끼리를 보면서 불평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짐승들에게도 사람들과 똑같이 대했다.
*각본을 쓴다는 말이 있는데.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맞다. 과거 일자리를 얻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게 역을 주기 위해 글을 많이 썼었다. 엉터리 각본과 영화들을 볼 때마다 나도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나는 대로 나는 각본을 쓸 것이다. 물론 가명으로 쓸 것이다. 본명으로 썼다가는 모두들 악평을 할 테니까.
*수의사가 될 생각은 없었는가.
-병든 동물들을 대한다는 것은 매우 가혹하고 힘든 일이어서 해낼 자신이 없다.
*‘트와일라이트’ 시리즈가 끝난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휴가라도 갈 것인가.
-곧 뭔가를 해야겠다는 것밖엔 모르겠다. 그러나 난 휴가 때보다 일할 때가 더 건강하다.
*휴가 땐 무얼 하는가.
-난 신체단련 운동 같은 것은 안 한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LA에 있을 경우 매일 같이 인 앤 아웃 햄버거를 먹는다. 난 그 걸 매끼마다 먹을 수 있다.
*명성을 얻으면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와 달리 연기에 대한 사랑과 정열이 다소 식기라도 했는가.
-‘트와일라이트’ 전에는 사람들이 날 그저 영화의 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는 그 것을 완전히 나의 생산품으로 여긴다. 이젠 영화를 단순히 얘기를 위한 얘기로 생각하기보다는 영화 만든다는 것을 나의 배우로서의 생애에 비추어 그 결과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과거의 역은 언제나 미래의 역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역의 내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역은 스스로 고르는가 아니면 누구에게 자문을 구하는가.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나 결정은 내가 한다.
*동물이 된다면 어느 것이 되고 싶은가.
-개다. 앉아서 빈둥거리면서 TV나 보는 것이 내 생활스타일과 잘 맞는다.
*당신은 음악가이기도 한데 당신의 아이패드엔 어떤 음악이 있는가.
-페데레츠키(폴란드 작곡가)와 밴 모리슨과 옛 델타 블루스를 즐긴다.
*당신은 매우 사적인 사람인데 명성과 팬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개인은 자신의 신비감을 간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자 문제에 있어선 난 그 것을 숨기려고 하는 편이나 사실 그 것은 타인들의 문제가 아닌 나만의 것이다. 자신의 삶을 팔기 시작하면 결국 나중에는 더 팔 것이 없어져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데 난 변화를 싫어한다. 그리고 난 내가 즐겨하지 않는 곳에는 가질 않는다. 내 삶은 명성과 팬들에 의해 실제로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날 사실보다 더 사적인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당신은 로맨틱하며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어떤 특성을 요구하는가.
-나는 사람들과 사랑의 관계에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 난 꽤 민감하나 지나치진 않는다. 난 자신의 개성을 간직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서로 좋아한다고 하나로 섞어지는 것은 죽음의 키스나 마찬가지다. 개성과 함께 우습고 재능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하는가.
-동물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 특히 멸종되어 가는 호랑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책 읽는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일을 하고 싶다. 독서는 모든 것의 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얼마나 자주 가며 그 곳의 팬들은 여기와 어떻게 다른가.
-일 때문에 자주 못 간다. 하루에 16 ~17시간씩 일을 하다 보면 쉬는 시간엔 잠만 자고 싶어 가족에게 전화도 못한다. 영국 사람들은 내게 다가오는 것을 다소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런던에서도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미국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배우로서 상을 타고 싶은가.
-그 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것을 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갑자기 이 게 마지막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가 있다. 그리고 상을 탄 뒤로는 사람들은 계속해 같은 모습을 원하기 때문에 그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 적 있나.
-얼마 전에 친구들과 함께 미 대륙을 횡단여행하면서 전화도 없는 마을에 들렀는데 아무도 날 못 알아보더라.
*나는 완전히 살았노라 하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한 미래의 희망은 무엇인가.
-어떤 규범을 정해 놓고 살면 실망하게 마련이다. 난 그저 매일 새로운 일을 맞으면서 오래 살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꽤 완전한 삶을 살아온 편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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