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출생, 평생 합법 미국인인 줄 알고 살아
국경통과 운전면허증 신청했다가 낭패
비슷한 사람들 많아 특수 이민 서식도
장장 95년을 실질적인 미국시민으로 살아온 캐나다 태생의 할아버지가 불법체류자로 추방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까지 몰렸다가 천신만고 끝에 시민권을 받아냈다.
센트랄리아에 거주하는 를랜드 데이빗슨 할아버지는 작년 여름 캐나다 BC주의 친척을 방문하려고 여권대용의 특수 국경통과 면허증을 신청했다가 “할아버지는 캐나다 시민이므로 자격이 없습니다”라는 담당자의 말을 듣고 기절초풍했다. 일반 운전면허증보다 신상정보가 더 상세하게 기재된 이 특수 면허증은 미국 시민권자에게만 발급된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데이빗슨은 5살 때 미국시민권자인 부모와 함께 워싱턴주로 이주해 살며 각급 공립학교에 다녔고, 투표에 참여했으며, 소셜시큐리티 번호도 받았고,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미 해군으로 복무까지 했다. 그동안 95년을 살며 신분이 문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입대한 1940년 당시에는 출신국가를 문제삼지 않았었다. 더구나, 데이빗슨은 평생동안 한번도 해외여행을 하지 않아 여권을 신청한 적이 없었다.
신청한 국경통과 특수 면허증을 야키마 태생인 부인 아이린(89)에게만 발급한 담당자는 낭패한 데이빗슨에게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임을 입증할 해외출생 증명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95년 전 서류가 있을 리 없었다. 다른 구비서류들도 이미 작고한 부모의 서명이 필요하거나 제출마감시한이 까마득한 옛날 지났기 때문에 쓸모가 없었다.
한 친지는 데이빗슨에게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특수면허증 신청을 취소하라고 충고했다. 소셜시큐리티 연금혜택이 중단되거나 심하면 추방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데이빗슨의 이 같은 고민이 작년 가을 센트랄리아 지역신문에 상세히 보도되자 연방이민국의 섀론 러머리 대변인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N-600’이라는 이민국의 특별서식을 기입해 제출하면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이 서식은 데이빗슨처럼 캐나다에서 태어난 미국시민권자 자녀들의 국적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지난 5일 턱윌라의 이민국 건물에서 열린 시민권자 선서식에는 총 52명이 참석했는데 대부분 시민권자 부모를 둔 해외태생 젊은이들이었다. 시민권 관계법은 18세 미만의 해외출생 자녀들에게는 부모가 시민권자일 경우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토록 하고 있다.
아직도 자동차를 운전할만큼 정정한 데이빗슨은 시민권증서를 받아들고 “가족들이 나의 추방을 염려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와 51년을 동고동락한 부인 아이린도 “그가 시민권자가 된 것이 별 의미는 없다. 나는 어쨌든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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