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코 3’ 도전자 그룹 디바 출신 김진
"방송을 보고 많은 연예인 분들이 오랜만에 연락을 주셨어요. 제 도전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 말을 들으면서 다른 길을 생각하는 연예인들에게 용기를 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기그룹 디바 출신의 김진은 온스타일의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3’(이하 프런코)에서 디바의 지니가 아닌 디자이너 지망생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2개월간의 방송을 통해 그는 자신의 실력을 조금씩 입증하며 가수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디자이너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23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결과에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방송을 보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도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옛날부터 멋진 사람인 줄 알았지만 너무 멋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연예인들이 다른 길로 전환하기 힘든데 힘든 시기에 그런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나 봐요. 그런 면에서 뿌듯해요. 여러분들이 저한테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그는 ‘프런코’에 출연하면서 3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첫번째는 가수로 활동할 때 제 이미지가 안 좋았는데 한국에서 활동해야 하는 디자이너라면 이걸 순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두번째는 제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고 세번째는 대한민국 패션계의 스케일을 알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그는 "해볼 만한 도전이었다"며 "나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예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지만 지난 2년간 미국 유학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물론 지난 10년간의 연예인 생활을 접고 미국 유학을 떠날 때는 쉽지 않았다.
"당시 디바가 시그러들었다고 느꼈고 멤버들이 서로한테 많이 지쳐 있었어요. 실질적으로 생활고에 많이 시달리기도 했어요. 이러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더라고요. 제 자신이 느끼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어요. 다른 직업은 생각 안하고 천생 가수,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뭔가가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뉴욕으로 갔어요."
그때가 2007년 10월이었다. 그는 3개월간 포트폴리오와 토익을 준비해서 이듬해 4월 뉴욕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패션디자인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유학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연예인으로서 특권을 버리고 평범한 유학생이 돼야 했고 패션 전문용어가 넘치는 수업도 따라가기 힘들었다.
"저랑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가방 여러 번 쌌어요. 과정을 잘 마쳐서 한국으로 잘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 안 했는데 뉴욕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확 쏟아졌어요. (디바의) 비키언니한테 전화했더니 크게 생각하지 말고 즐기라고 하더라고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사소한 하나에도 마음이 아렸었나봐요. 마음속에 대한민국 가요계가 날 버렸다는 자격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처럼 뭔가에 집중하고 빠져 있던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진은 ‘프런코’에서 가장 힘들었던 도전으로 후배가수 투애니원의 씨엘을 위한 무대 의상을 만들었을 때를 꼽았다.
당시 씨엘은 깜짝 심사위원으로 평가 당일 세트장에 모습을 드러내 김진을 당황하게 했다. 그는 앞선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후배가수가 심사위원으로 나오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는 속내를 드러냈던 터였다.
"그때 도전을 후회했어요. 더 멋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고 1등을 하고 싶다는 부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안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 많이 앓고 다치면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요."
그는 연예 활동 경험이 도전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좋은 옷을 많이 입어봐야지 좋은 옷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연예 생활 10년 하면서 온갖 옷이란 옷은 다 입어봤어요. 그런 면에서 다른 도전자보다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가족들은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실은 아버님과 어머님이 양복점을 하셨어요. 어머니는 복장원을 가고 싶으셨는데 환경이 안 좋으셔서 디자인 공부를 못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디자이너를 하는 걸 정말 좋아하세요. 가수할 때는 집안에서 정말 많이 반대했었는데.(웃음)"
꾸미지 않은 듯한 패션을 좋아하는 그의 꿈은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를 갖는 것.
"처음에는 급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좀 더 경험을 많이 쌓아서 길면 4~5년, 짧으면 2~3년 안에 하고 싶어요. 스타일리스트를 하고 싶기도 해요. 다른 분들이 필요로 한다면요. 대신 의류 협찬은 받지 않고 순수 제작 의상으로 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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