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비통, 디오르, 펜디… 이제는 에르메스에 눈독
프랑스 최고의 부자, 베르나르 아노는 세계 명품의 그랜드 매스터로 불린다. 크리스찬 디오르, 셀린, 펜디, 루이비통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손에 넣고 있는 명품 왕국,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을 지휘하는 인물이 바로 아노 회장이다. 눈에 띄는 명품 브랜드는 가차 없이 사들이는 그가 지금 눈독을 들이는 보배가 있다. 에르메스 인터네셔널이다.
수작업으로 꼼꼼하게 만들어지는 에르메스 핸드백(왼쪽). 오른쪽 루이비통 핸드백의 LVMH가 에르메스 인수 기회를 호시 탐탐 노리고 있다.
영리 위해 명품의 ‘장인정신 훼손’ 비판 많아
에르메스 일가 ‘기업 전통 지킨다’ 강경 대응
LVMH의 베르나르 아노 회장.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에르메스 지분 17%를 매입한 후 아노 회장은 공개적으로 에르메스 주변을 맴돌고 있다. 에르메스는 실크 스카프와 켈리 백, 버킨 백으로 유명한 174년 전통의 가족 기업. 그는 에르메스의 경영이나 전통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평화적인 투자가”라고 강조한다.
에르메스 측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LVMH, 특히 아노 회장은 에르메스와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지난 30년간 명품 브랜드를 하나씩 하나씩 사들여 사업을 폭발적으로 키워온 그의 방식은 에르메스와 맞지 않는다고 에르메스의 패트릭 토마스 사장은 말한다. 돈을 흥청망청 쓰고 번쩍번쩍 거리는 것을 쫓는 문화에 반해 에르메스는 장인정신과 품격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LVMH와 헤네시 사이에 놓인 것은 재정적 싸움이 아니라 문화적 싸움이라고 에르메스 가의 외부 사람으로서 첫 사장이 된 그는 말한다.
62세의 아노 회장은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미국적인 뻔뻔함을 가지고 있다고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세계적 명품 왕국을 건설한 그는 세계 많은 곳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너무 요란스럽고 돈 냄새 나며 능수능란하게 거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있다.
그의 이런 전력 때문에 에르메스 일가 70여명은 그를 경계한다. 에르메스 6대· 7대 후손인 이들 가족이 결국은 시장의 힘에 굴복할 것이라고 아노 회장은 말하고 에르메스 일가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맞선다.
아노 회장은 LVMH가 에르메스를 사들이면 브랜드 가치를 오히려 높일 것이라며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영리 목적으로 타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공항 면세점의 에르메스 매장들을 없애고 할인판매를 없애 가치를 높이고 젊은 직원들을 고용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루이 비통 가방이나 액세서리에 대해서도 할인 판매를 없앰으로써 최고 명품의 가치를 유지했고, 전 세계 신흥 부자들 사이에서 꼭 가져야 하는 물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LVMH가 매스마켓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비난에 대해 아노 회장은 “비통과 디오르는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절대로 영리 목적으로 상업화하며 값싼 물건을 만들어 내려는 게 아니니 에르메스는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반면 에르메스 일가는 아노 회장의 손에서 회사를 지키기 위해 일치단결했다. 에르메스 6대손인 악셀 뒤마(40)는 아노 회장의 접근으로 가문 내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가 모두 함께 단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베르나르 아노가 처음 프랑스 패션업계를 파고 들기 시작한 것은 35년 전이었다. 미국에서 가업인 부동산업을 확장하려다 고배를 마신 그는 1984년 프랑스로 돌아왔다. 프랑솨 미테랑 대통령이 국유기업들을 사기업으로 바꾸려던 시점이었다.
그때 아노의 눈을 끈 것이 부삭이었다. 방직업체인데 그 안에 보물이 숨어 있었다. 바로 크리스찬 디오르였다. 부삭을 매입한 그는 방직사업을 문 닫고 수천개 일자리를 없앤 후 디오르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어 몇 년 후 LVMH 모에 헤네시 루이 비통을 손에 넣으면서 그는 프랑스 식 사업 관행을 저버린 미국식 기업 사냥꾼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럽의 명품 가문들은 하나하나 LVMH 수중으로 떨어졌다. 셀린, 게랭, 펜디 등 현재 LVMH가 보유한 브랜드는 60개가 넘는다.
아노는 이들 명품 브랜드를 사들인 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브랜드의 장인정신의 에센스를 타협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 그는 대단한 사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LVMH의 매출은 지난해 19%가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200억 유로를 넘어섰다. 이윤은 73%가 치솟아 30억 유로에 달했다. 루이 비통 등 패션과 가죽제품을 통한 소득은 20%가 상승했다.
에르메스의 분위기는 다르다. 파리 교외 팡텡의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은 고급 피혁을 섬세하게 자르고 붙여서 꼼꼼하게 수작업을 한다. 많은 직원들은 이곳에서 수십년씩 일한 사람들이다. 여배우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버킨 백 하나를 만드는 데 15~23시간이 들고 가격은 3,500유로에서 4만 유로가 넘기도 한다.
이런 장인정신의 전통은 18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티에리 에르메스가 파리의 르 마들렌 인근 작업장에서 가죽 마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그리고 1세기 후 에르메스는 자동차 여행용 고급 가죽 제품들을 만들었고 1937년 에르메스 스카프가 처음 나왔다. 1950년대에는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켈리 백이 선보였다. 지난해 에르메스는 24억 유로 매출을 통해 4억2,170만 유로의 이윤을 거두었다.
에르메스 장인들이 작업을 하면서 절대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비용이다. 절대로 가격을 거론하는 법이 없고, 가격을 얼마로 낮추면 몇 개의 가방을 팔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법이 없다.
에르메스 일가의 가장 큰 걱정중 하나는 아노 회장이 돈 문제를 편안하게 거론하는 점이다. 에르메스 일가에게는 거의 타부에 가까운 이슈이다. 한 LVMH 임원이 가격대가 낮은 핸드백 라인을 만들면 매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제안을 한데 대해 에르메스 일가는 움찔했었다. 싼 에르메스 핸드백을 만들면 3년 정도는 불티나게 팔리겠지만 그리고 나면 사람들이 ‘에르메스가 전 같지 않다’는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LVMH는 지난해 10월 에르메스 지분 17%를 사들여 에르메스 일가를 긴장시켰는데 이후 지분은 20%로 늘어났다. 아노 회장의 접근을 대단히 적대적인 행동으로 보고 있다.
한편 LVMH는 느긋하다. 에르메스가 스스로 매각하고 싶어질 때까지 1세기건 2세기건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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