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왼쪽)은 운명을 거역하고 에밀리 블렌트를 사랑한다.
현재 상영 중인 공상과학 로맨스 스릴러 ‘어저스먼트 뷰로’(The Adjustment Bureau)에서 자신의 참사랑을 지키기 위해 절대적 운명에 항거하는 젊은 정치인으로 나오는 맷 데이먼(40)과의 인터뷰가 지난달 12일 뉴욕의 맨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있었다.
셔츠바람에 안경을 낀 데이먼은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을 때는 소년 같아 귀엽기까지 한데 하버드 출신답게 지적이면서도 매우 겸손하고 진지하며 가끔 유머를 섞어가면서 솔직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할리웃에서 몇 안 되는 소박한 빅 스타로 상대방을 편하게 해줘 정이 절로 가는 사람이다. 영화는 공상과학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토탈 리콜’ 및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을 쓴 필립 K. 딕의 짧은 글 ‘어저스먼트 팀’이 원전이다.
“나도 사랑에 의해 삶의 진로가 바뀐 셈”
*이 영화는 무엇보다 사랑의 영화인데 실제 당신은 사랑에 의해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가.
-우선 그것 때문에 나의 아내(그의 아내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루시아나 보잔)를 찾게 되었고 또 나의 아이들(4세부터 1세까지 세 딸이 있고 루시아나의 11세난 딸도 함께 산다)을 얻게 된 것이다. 사랑에 의해 나의 삶의 진로가 완전히 바뀌었다. 영화에서도 그 점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와 에밀리(데이먼의 상대역인 에밀리 블런트) 간의 화학작용이 영화의 성공의 관건이다.
*당신은 좋은 정치인이 될 자격을 구비했다고 생각하는가.
-난 시민의 자격으로선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정치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난 많은 정치인들을 만나 봤는데 그들이 가진 기술과 나의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일은 내게 어필하지를 않는다.
*딕의 글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그의 글은 8페이지 정도의 짧은 것이다. 영화의 러브스토리와 다른 많은 것들은 모두 각본을 쓰고 감독한 조지 놀피의 아이디어다. 그러나 놀피는 일단 쿡의 우리의 운명을 미리 정해주는 존재, 즉 운명의 손이라는 커다란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것을 확대한 뒤 거기에 러브스토리를 첨가했다.
*최근에 무슨 책을 읽었는가.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잡지 뉴요커로 옮긴 저명한 저널리스트 덱스터 필킨스가 쓴 ‘영원한 전쟁’을 읽었는데 정말 좋은 책으로 여러분에게 권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 글을 썼다.
*영화에서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을 KGB와 같은 비밀경찰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미국사람들은 그들을 인간보다 훨씬 강한 힘을 지닌 그 어떤 존재로 보는 반면 과거 공산독재에 시달린 사람들은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이 1954년에 쓰였으나 더욱이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겠다.
*영화의 개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유의지와 자유에 대한 축하다. 즉 미리 정해진 어떤 길로 따라가지 말고 당신 스스로가 운명을 거머쥐라는 것이다. 나는 연예계의 사람들은 다 이같이 운명을 스스로 다스리는 사람들로 생각한다. 이 직업은 변호사나 의사에 비하면 너무나 불안정하고 취약하다.
언제 일거리를 못 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이 직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사랑하고 또 하고 싶기 때문에 이 길로 들어섰다. 조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프린스턴과 옥스포드 출신으로 철학을 공부했다. 그런데도 매우 불안정한 직업인 각본가를 택했다. 앞이 확실하진 않지만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른 것인데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조지의 개인적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빅 스타가 된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해서 보통 사람들과 같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가 있는가.
-우선 난 다른 많은 배우들과 달리 광기를 갖고 있지를 않다. 그리고 내 아내가 연예인이 아니라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또 나는 뉴욕에 사는데 뉴요커들은 침착해 나를 보고도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
따라서 아이들도 시달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여러분들이 추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상적이며 또 밋밋한 삶을 살도록 해주는 요소가 된다. 우리는 뉴욕에 살면서 거리를 걷고 사회활동에도 참가하면서 남들처럼 사는데 파파라치와 팬들 등쌀에 도저히 밖엘 나갈 수가 없는 브래드(핏)나 앤지(앤젤리나 졸리)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부대끼질 않으니 난 운이 좋다.
*하버드에 돌아가 못 마친 2학기를 마칠 생각은 없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다.
*당신은 지금 오리엔탈 호텔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할리웃의 외신기자들과 회견을 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운명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과연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가 있는가 하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건대 많은 결정들을 내 스스로가 내렸다. 그러나 또한 내게 일어난 많은 일들이 내 자신의 결정과 관계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히 운도 많이 작용했다. 내가 영화에 나오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그런 운명 대 자유의지의 관계 때문이었다.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을 위해 식수를 공급해 주는 일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인도와 케냐 그리고 방글라데시와 온두라스 등 현재 7개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집에서 식수를 공급 받도록 하는 작업을 파트너와 함께 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 바로 밑에 수원이 있는데도 수도시설이 제대로 안 돼 멀리까지 가서 물을 받아다 먹는 실정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 쉽게 물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시설을 해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해 내가 직접 인도의 은행에 가서 취지를 설명하고 보증을 선 뒤 융자를 받기도 한다. 많은 재정적 도움이 필요한 사업으로 앞으로 여러 나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제3세계에선 지금 깨끗한 물을 못 먹어 매 15초당 아이들이 한 명씩 죽어가고 있다.
*그런 일을 하기엔 난 시간이 없다 라고 말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이다. 그러나 난 자라온 배경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남을 돕는 것을 거의 의무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은 유명 인사들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듣는 세상이 돼서 그것이 도움이 된다. 이 물 사업이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세상에 뭔가 좋은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삶이 낭비된다는 생각이다.
*과거를 돌이켜보건대 당신이 원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오히려 당신에게 좋은 경우가 된 적이 있는가.
-그렇다. 우스운 일이지만 내가 원한 역을 위한 오디션에서 떨어져 다른 문이 열린 적이 더러 있다. 난 진실로 내 운명을 스스로 만들었지만 많은 운이 따라준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리베라치로 나오는 전기영화에서 당신은 리베라치의 동성애 애인으로 나올 것인가.
-내년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우린 그 영화를 놓고 서로 많은 농담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 때 더글러스가 내게 “헤이 스위티”라고 놀려대기도 했다.
*‘본 아이덴티티’ 4편을 만들 예정인가.
-아직 각본은 없지만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나는 그것을 분명히 만들 의사가 있다. 문제는 제이슨 본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본드 시리즈는 배우가 바뀌어도 상관이 없고 또 영화 각 편이 개별적 내용을 지니고 있지만 본 시리즈는 내가 안 나오면 안 되고 또 얘기도 이어지는 것이어서 본드 시리즈와 달리 계속해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스튜디오는 나는 안 나오나 제이슨 본이 언급되고 또 그가 영화 내용 속에서 살아 있는 새 시리즈를 구상 중이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그린그래스와 나는 제이슨 본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할리웃은 시기와 분노로 가득 찬 곳인데 당신은 어떻게 그 세계의 영향을 안 받고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을 수가 있는가.
-친구 벤 애플렉이 말했듯이 우리의 성공은 남의 실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할리웃은 참으로 거친 동네로 벤과 나는 과거 수없이 많이 오디션에서 낙방을 했다. 난 매우 운이 좋았다. 난 동료배우가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깎아내리기보다는 오히려 칭찬하려고 한다.
*당신은 많은 명화에서 좋은 연기를 했는데도 아직까지 오스카를 비롯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말론 브랜도는 오스카상을 받지 못했지만 그 영화는 60년이 지난 지금도 보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나는 영화가 나온 지 10년 후에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막 나왔을 때는 마치 그것이 사상 최고의 영화처럼 홍보하는 광고와 선전 등으로 인해 그것의 진가를 판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난 이번에 오스카상 10개 부문에 오른 ‘트루 그릿’에 나온 것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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