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용우(41)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진지함’이다.
영화 ‘아이들’의 상대역 류승룡은 박용우에 대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진지한 배우여서 스태프들이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못했다"고 했고, 이규만 감독은 "시나리오를 한줄 물어뜯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의 촬영 현장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들은 주변 공기를 한 순간 몰입의 무아지경으로 만들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난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 일쑤다.
박용우가 1991년 3월 대구에서 발생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영화화한 ‘아이들’로 돌아왔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배우로서의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사건에 대한 진정성에 다가갔다는 그는 "우리 영화가 단순히 피해자들에 대한 진혼곡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이후 1년에 많게는 3편, 적게는 1편 이상의 주연작을 꾸준히 선보인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배우로서 내 힘인 것 같다. 올해는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 ‘아이들’에 출연한 계기는.
▲ 매우 단순하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라는 실화 자체가 갖는 매력이 어떤 가공적인 드라마보다 컸다. 매우 파급력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소재 아닌가. 시나리오를 읽으며 내가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들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갔다. 시나리오 구성 자체도 탄탄했고 매우 공 들였다는 걸 느꼈다.
- 강지승 PD역을 어떻게 만들어 갔나.
▲ 이규만 감독이 배우들에게 제안한 게 "항상 상의하며 하자. 아무 단서도 안 깔아놓겠다"는 거였다. 배우들이나 감독이나 많이 상의하며 갈려고 했다.
- 범인을 잡지 못한 미해결 사건이라는 점에서 연기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 같다.
▲ 이 영화가 꼭 피해자들에 대한 진혼곡의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억울한 감정만 처절하게 보여준다면 그건 관객에 대한 강요다. 미스터리와 스릴러적 긴장감도 있고, 웃음도 있다. 한 마디로 종합선물세트다.
-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미래에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과거에 이랬는데 어쩔 거냐가 아니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마냥 피하고 숨기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일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 것인가 생각하고 행동하게 할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뜨겁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면 좋겠다. 또 오락 영화가 주는 재미나 스릴러적인 긴장도 담았다.
- 강지승 PD만이 유일한 가상인물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 강 PD도 실재하는 분이 있었지만 별로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강지승은 처음부터 뜨거운 에너지를 지닌 인물이다. 관객들을 공감시켜서 영화를 이끌어 가야 하는 인물이기에 극 중 부모들 이상의 에너지를 느껴야 하는 인물이었다. 커피포트와 가마솥에 물을 끓인다고 했을 때 강지승의 온도는 군불을 오래 땐 가마솥의 물이 펄펄 끓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 뜨거운 에너지를 보여 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 현장 분위기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겠다.
▲ 극 초반에는 각자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영화 내내 그런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작품에 전혀 도움이 안됐다. 좋은 배우라면 연기에 힘을 빼고 편안해야 한다. 릴랙스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성동일 선배나 류승룡이 현장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많이 만들어줬다. 동일이 형이 사람들을 약 올리며 즐거워했다. 류승룡이 ‘평양성’에서 보인 근엄한 모습은 다 가식이다.(웃음)
-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코믹한 배역을 맡지 않는 이유는.
▲ 코미디 장르는 꾸준히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편이다. 그런데 ‘달콤 살벌한 연인’을 뛰어 넘는 작품이 없다. 코미디에 대한 나름의 욕심이 있다. 한 분야나 이미지에 종속되지 않는 무지개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조만간 꼭 한 번 코미디는 해보고 싶다.
- 외모가 점점 주드 로를 닮아간다.
▲ 기쁘다.(웃음) 주드 로에 버금가는 멜로 배우가 돼야 할 텐데.
- 한동안 공개 연애 때문에 화제에 올랐다.
▲ 이성과 만나고 헤어지는 건 모든 사람이 인생에서 겪는 일 아닌가.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나는 괜찮은데 자꾸 자극적인 타이틀과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 등이 나오니 괴로웠다. 나는 괜찮은데 자꾸 안 괜찮다고 기사가 나더라. ‘사람이 달라졌네’ 하는 말도 들었는데 나는 똑같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야만 하는 연예인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 촬영을 쉴 때는 어떻게 지내나.
▲ 평소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눈빛이 달라진다. 개인적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위축되거나 무너지면 안된다. 눈빛에 다 드러난다. 여행도 하고 사색도 하고 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늘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노력한다.
- MBC 공채 동기인 정준호, 이성재와 연락하며 지내나.
▲ (정)준호 형과는 연락이 끊어졌고, 성재형과는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어서 자주 만난다. 슬픈 일이 있거나 외로운 일이 있을 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게 감사하고 힘이 된다. 내가 슬퍼할 때 같이 느껴주고, 잘 됐을 때 같이 행복하게 바라봐 주는 존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을 주시는 것 같다.
-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하나.
▲ 다음 작품을 하기 전까지 여행을 가서 글을 쓰려고 한다. 현재 시나리오 한 편 정도를 완성하려고 생각 중이다.
- 17년 연기 인생이 가능했던 박용우의 힘은 무엇이라고 보나.
▲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내 힘이다.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를 흔들고 무언가 강요한다 해도 선택과 결정은 내 몫이다. 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생각과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왔다.
- 올해 목표가 있다면.
▲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연기를 시작한 이유이자 배우로서 지향해야 할 부분인데 한동안 다가오는 팬들을 멀리 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한 적이 있었다.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친숙해 지고 싶다.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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