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째로 접어든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시위를 주도했던 구글 임원의 석방을 계기로 전기(轉機)를 맞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개헌 및 정치 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당근’을 내놓으면서 반정부 시위가 기로에 서는 듯했지만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는 등 새로운 돌발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 15일째인 8일(현지시각)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등 이집트 전역에는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집트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등에도 기록적인 인파가 등장, 시위를 이어갔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운집한 인파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추산했다.
이집트 시위대의 성지 타흐리르 광장은 이번 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한 구글 중동.북아프리카 마케팅 담당 임원 와엘 그호님(31)의 석방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불타오르고 있다.
시위 초기 경찰에 연행, 감금됐다 풀려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 참여를 촉구,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호님은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 나타나 시위대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그호님은 "나는 이번 사건을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면서 "하지만 지금 여러분을 보니 이집트 시민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장에 머무르고 있는 당신들이 바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시위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심볼을 펼쳐보이며 그를 환영했다. 흐느끼고 손뼉을 치면서 일부는 "이집트여 영원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광장에선 결혼식이 열리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한편 광장 인근에서는 300명의 ‘텔레콤 이집트’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항구 도시인 수에즈에서도 200여명의 통신 노동자와 1천300여명의 철강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2천여명의 실직 청년들은 정유사 앞에서 일자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수에즈 운하를 운영하는 기업 소속의 노동자 3천여명도 수에즈와 이스마일리야 등에서 급여 인상과 근무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시작했다.
수에즈 운하의 지중해 쪽 항구인 사이드 항의 노동자들도 9일부터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수에즈 운하 운영 당국은 파업에도 운하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운영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8%를 점유하는 수에즈 운하의 운영 차질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개헌과 정치 개혁 등을 추진할 위원회 설립하는 등 개혁 조치를 실행 중인 이집트 정부는 이집트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등을 포함한 대표단과 대화를 진행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날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과 통화를 하고 이집트 주민의 열망에 부응해 즉각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진전을 만들어 내라고 촉구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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