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를 미국으로 데려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C 목사가 마영애씨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 든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는 아파트를 팔아주겠다고도 했다. 때는 2004년. 미국에 ‘평양예술단’을 데리고 와 활동하던 어머니 마영애씨가 망명을 신청을 해 한국에 돌아가는 일이 어렵던 상황이었다.
2002년 어머니와 상봉한 후 겨우 2년 만에 효성이는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했다. 2005년 2월 C 목사와 캐나다를 통한 미국 입국을 시도했다. 통역을 대동해 미국 방문 목적과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C 목사는 제대로 답을 못했다. 18세 이하의 청소년을 유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세관의 의심 때문에 결과는 입국 불가. 형식적이기는 했어도 효성이는 하루 동안 수갑을 차야 했고 다음 날 한국으로 쫓겨났다.
“몇 달후 다시 비행기를 탔지요.” 이번에는 멕시코 행이었다. 멕시코 시티 공항에는 C 목사가 고용한 브로커가 나와 있었다. 큰 집으로 옮겨가보니 그곳에는 중국사람, 연변 조선족, 한국인 등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밀입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브로커는 보름 있다가 입국을 시도할 예정인데 미국 가서 줄테니 전자 장비는 다 회수한다고 말했다. 국경 감시 장치에 포착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H라는 지역으로 다시 날아가 3일간 모텔에 머물렀다. 그동안 식사는 하루 한 끼였다. 마침내 국경으로 접근해 창고 같은 건물에 들어갔다. 멀리 사막이 보였다.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순찰차가 의외로 많았다.
3일 째 다시 감행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두 명의 멕시코 주민이 동행했다. 출발 시간은 밤 12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멕시코계 가이드와 효성이, 그리고 두 명의 멕시코인이 걷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좌우사방이 분간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용케 가야할 루트를 알고 있었다.
4월 중순이었지만 공기는 몹시 찼다. 가시덤불이 있는 사막지대였다. 가슴까지 차는 냇물도 건너야 했다. 7시간 정도 지났을까? 마침내 미국 영토로 들어온 것 같았다. 집이 보였다. 들어가 보니 가구가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미국 쪽에서 안내하기로 예정된 브로커는 보이지 않았다. 소파에 앉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잠시 눈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동이 터 있었다. 하지만 계획은 이미 한참 어긋나 있었다. 총을 들고 나타난 경찰이 눈에 띄었다. 신고를 받고 왔는지, 아니면 우연히 순찰하다 들렀는지 알 수 없었다. 사무실로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엄마가 뉴욕에 산다”고 했지만 밀입국자라는 낙인은 이미 찍힌 상태였다.
“엘파소로 기억합니다. 소년원에 갔더니 저와 비슷한 처지의 멕시코 아이들이 150명 정도 있었어요. 이틀이 모자라는 두 달간 꼬박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으면서 세 번 코트에 불려 갔다. 변호사를 구할 돈이 없어 국선 변호사가 통역을 통해 변론을 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어머니 마씨는 효성이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었다. 다행히 효성이의 딱한 처지가 한인 언론에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이 일어났고 몇 만영이 참여하는 성과가 있었다. 그 덕분에 효성이는 그해 6월에 일단 어머니 품으로 다시 돌아왔고 아직 불안정한 신분이지만 어머니를 도와 일하면서 대학도 다니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재상봉 이후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의 특권이랄 수도 있는 정신적 방황을 적지 않게 해야 했다. 조울증으로도 한동안 고생했다. 하지만 그 혼란스럽던 시기를 지나 신앙을 바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과 불을 지날 때 효성이 곁을 떠나지 않고 늘 함께 계셨던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게 된 얘기는 다음에 이어진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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