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매너가 도마 위에 올랐다.
25일 카타르 도하의 알가라파 스테디엄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 전반 23분 박지성이 얻은 페널티킥을 차 넣은 기성용(21·셀틱)은 기쁨에 겨운 골 세리머니를 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괴상한 표정으로 얼굴을 한 손으로 긁는 원숭이 흉내를 냈다.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뒤 세리머니에 대해 “별 의미는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골 세리머니에서 상의를 벗는 것만으로도 경고를 주는 것이 축구다. 인종 차별적인 세리머니나 상대팀 또는 관중을 자극하는 내용은 더 엄격히 금기시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기성용도 한때 원정 팬들의 인종 차별적인 응원 구호에 시달린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기성용이 직접 그런 골 세리머니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
일부에서는 “기성용이 ‘일본 사람들을 비하하려고 그런 세리머니를 했다’고 말한 적이 없지 않느냐”며 옹호하려 하지만 그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 자체로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일본과 준결승에서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조광래 감독이 이란과 8강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들도 “도가 지나쳤다”는 평이 많다. 신경전 차원에서 “이란은 반칙이 많은 거친 팀”이라는 정도의 ‘견제구’는 충분히 던질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 감독을 굳이 ‘고의적인 반칙을 전술로 쓰는 감독’ ‘그래서 월드컵에 나가도 성적이 안 좋은 나라’라고까지 비하할 필요는 없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에 한 몫을 보태며 2007년까지 한국에서 5년간 일한 압신 고트비 감독은 한국과 8강에서 연장 혈투 끝에 0-1로 패한 뒤 기자회견 자리에 앉자마자 첫 마디로 “오늘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과 팬들, 코칭스태프에게 축하를 보냅니다”라고 인사하며 대조를 이뤘다. 매너에서는 누가 이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왕의 귀환’을 목표로 내걸었던 한국축구는 4년 뒤에나 다시 ‘왕의 귀환’을 노릴 수 있게 됐는데 ‘매너 없는 왕’은 누구도 존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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