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 외곽의 한 농장. 농장주인 요시카추 모치다가 채소들이 탐스럽게 자란 밭을 따라 걸어가며 간간히 채소들을 살펴본다. 다 자라서 수확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66세의 이 늙은 농부는 밭의 채소를 거두지 않는다. 밭은 그의 땅이지만 농작물은 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농지를 텃밭으로 나누어 도시민들에게 세를 주는 주말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농사지으며 스트레스 해소
노인들만 남은 농촌도 주말농부들 환영
1년여 전부터 모치다는 자기 소유의 농토를 가로 8피트 세로 40피트의 구획으로 나누어 70개의 작은 텃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도시 사람들에게 임대해 주고 있다.
텃밭 당 연회비는 500달러 정도. 그는 은퇴한 노인부부나 젊은 가족들에게 1년에 두 번 어떻게 씨를 뿌리고 언제 물을 주며 어떻게 수확하는 지 농사법을 가르쳐준다. 그들 주말농장 가족은 직접 기른 채소를 집으로 가져가고, 모치다는 정부로부터 받는 영농 지원금으로 물, 씨앗, 농기구 비용을 충당한다.
“이제는 내 농사보다 이 일에 더 정력을 쏟고 있다”고 그는 농담을 한다.
일본에서 주말 농장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주중에는 복잡한 도시에서 뿌리박고 살다가 주말이면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도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소유한 농지가 없으니 농사법을 가르치는 인근 농장에 등록을 한다.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등 대도시 외곽에는 농사로 평생을 살아온 농부들이 자기 소유 농지를 잘게 쪼개서 공동 농장으로 만들어 텃밭을 세를 준다.
모치다의 농장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중에는 요수케 이토 가족이 있다. 이토 부부는 5살짜리 딸 푸미를 데리고 일주일에 한번 자연 속에서 생활한다. IBM 일본지사의 엔지니어인 43세의 이토는 “지난 4월부터 농장에 오기 전까지는 한번도 농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우리 딸이 특히 여기 오는 걸 좋아 한다”고 말한다.
주말 농부가 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한 믿을 만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많은 도시 젊은이들이 농사에 빠져 있다는 증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최근 도쿄 시정부는 주거지역에 가로 10피트 세로 15피트의 텃밭을 임대하기로 했는데 신청자가 정원보다 3배나 몰려 애를 먹었다. 대부분 젊은 가족들이었다.
농사 열기로 주말 농부가 늘어나는 한편으로는 건물 옥상, 베란다 등 한때 버려졌던 곳들이 모두 밭으로 바뀌고 있다.
주말농장 등 농사 붐의 바닥에 깔려있는 것은 일종의 신토불이 철학이다. 자신이 사는 바로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자는 운동이다.
주말 농사 붐에 가장 영향을 미친 책으로 나오키 시오미가 쓴 ‘반 농 반 X’라는 책이 있다. 절반은 농부이고 절반은 뭔가 다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온라인 소매사업을 하다가 1990년대 농부 겸 환경보호운동가로 변신한 인물.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 지를 책에 자세히 담고 있다.
그는 식품안전의 측면에서 주말 농사를 본다. 일본, 미국, 영국에서 터진 광우병을 추적하고, 금지된 살충제가 들어간 중국산 만두를 다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 삶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식품 차원에서 농업에 관심을 갖는다”고 그는 말한다.
도시민들의 농사 붐은 농부들의 어려운 처지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에서 농업은 높은 수입관세와 낙후된 유통 시스템, 그리고 작은 규모로 오랜 세월 고전을 해왔다. 일본은 섬나라인 만큼 농토의 평균 크기가 4.7에이커에 불과하다. 미국의 농지는 보통 490에이커이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서 전국 260만 농부들의 평균 연령은 거의 66세이다. 많은 농부들은 너무 늙어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무성 자료에 의하면 지난 2월 기준 일본 농토의 10%, 즉 97만9,000에이커는 버려져 있었다. 농사를 짓지 않고 밭을 내버려 두는 것은 국토의 1/3만이 경작 가능한 나라에서 여간 큰 손실이 아니다. 수입 식품 의존도가 너무 높은 데 대해 초조한 정부 관리들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다. 그래서 농민 보호대책을 없애고 미국이 미는 태평양연안 자유무역지대 설립에 동참할까를 곰곰이 생각하는 중이다.
요코하마시 관리들에 의하면 지역 농민들은 도시민들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 모치다의 경우 2년 전에 주말농장으로 농지를 개방했다. 모치다와 그의 아들 마사유키는 총 7에이커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여러 군데로 흩어져 있어서 모두 활용하지를 못한다.
모치다의 농지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는 히데오 노카시라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파트타임으로 농사를 짓는다. 주말에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 감자와, 잎채소를 기른다.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보다 수십년 불경기와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고 그는 말한다.
“수퍼마켓에서 사먹는 게 더 싸고 편한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여기 도시에서는 행복하지가 않아요”
사람들이 자연환경과 연결되는 것이 물질적 소유를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어느 쌀쌀한 토요일 모치다의 농장에는 70명 정도의 파트타임 농부들이 고무장화를 신고 면장갑을 끼고 모여들었다. 잡초를 뽑고 수확한 채소들을 자동차로 실어 나르면서 이야기들을 나눈다.
이토 부부는 패스트푸드만 먹던 딸 푸미가 농사를 지으면서 야채를 먹게 된 것이 기쁘다. 신선한 채소를 얻는 것도 좋지만 농작물을 기르는 농사 자체가 그들에게는 기쁨이다. 살충제를 뿌리지 않다보니 벌레들이 밭에서 잔치를 한다. 모치다의 전문적 가르침을 받아도 그들이 기른 채소는 수퍼마켓에 나온 채소 같이 완벽한 모양이 아니다. 올해가 첫해이니 내년이면 진짜 농부가 될 것으로 이토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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