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실업자일수록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영구 실업자 집단이 존재하는 유럽은 이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제 미국도 이 교훈을 배우고 있다.
지금 미국 내 무직 상태가 6개월이 넘는 장기 실업자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 창출은 실망스럽게도 느린 편이어서 실업자는 한동안 그 상태로 남아 있게 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직원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는 발표가 나와도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주눅 들고 능력도 뒤져 인터뷰서 고배
재교육 지원으로 일자리 찾기 도와야
장기 실업자는 과거 불황 때보다 오래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경기가 회복되어도 취직하기가 어려워진다.
니콜로디온과 푸드 네트웍에서 일하는 등 20년 경력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뉴욕 TV 프로듀서인 팀 스미스(51)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이미 쓸모가 없어졌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건 사실이 아닌데도 만약 내가 나처럼 오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을 인터뷰할 때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5주 미만 실업자는 1년 이상 실업자보다 취업할 확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재취업 확률은 30%대 8%였다. 유럽 연구를 봐도 장기 실업자는 기술 저하, 이미지, 자포자기 등으로 취업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고심하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의 하나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의회가 취업을 늘릴 방안을 놓고 입씨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도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 문제를 풀려면 워싱턴이 보다 과감하고 신속히 실업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실업 수당을 늘리는 문제조차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장기 실업 문제 해결이 어려운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장기 실업자 중 일부는 처음부터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로 불황이 오자 제일 먼저 해고됐다. 이들은 원래 취업 가능성이 낮은 인력 풀인 것이다. 또 이들 중 일부는 능력은 있지만 제조업 같이 사양길에 들어선 업종에 종사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 조사에 따르면 이런 경우를 제외해도 오랜 실업 상태에 있던 사람들은 재취업이 어려움을 보여준다. 실업자가 세일즈 분야에 있었다면 고객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로 간 경우가 많다.
접촉 리스트도 오래된 경우가 보통이다. 스미스의 경우 동료 직원들이 너무 많이 교체돼 일자리가 있는지 물어보기도 힘든 형편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같이 수시로 바뀌는 분야는 새 발전에 따른 기술을 제 때 익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620만에 달하는 미국 내 장기 실업자 가운데 소수에 불과하다. 리버럴 성향의 경제 정책 연구소의 경제학자인 하이디 시어홀즈는 “9개월만 지나면 지식이 쓸모없어지는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은 많지 않다”며 “기술보다는 시장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많은 실업자들은 경력의 빈칸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고민한다. 일부는 스스로를 ‘컨설턴트’나 ‘기업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스미스는 다큐멘터리를 스스로 제작하고 있으며 친구와 새 TV 쇼 아이디어를 짜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돈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는 풀타임 잡을 찾고 있다.
고용주들은 장기 실업자에 대한 편견을 인정하지 않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카고에서 5개의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제이 골츠는 “경기가 좋을 때 1년 넘게 실업자인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된다”며 “그러나 요즘 같은 때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실업자에 대한 편견 같은 오랜 습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며 요즘 같이 실업자들이 특정 집단에 몰려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샌프란시스코 인력 관리국의 부소장인 제임스 웰리는 “고용주들은 이력서에 빈 기간이 길면 수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머리 속으로는 지금이 특별한 때임을 알지만 취업자를 고르는 인력 담당자들은 옛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희망자가 거듭 채용이 거부되면 이들은 적극적으로 일자리 찾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뷰 때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게 된다. 퓨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 실업자는 단기 실업자보다 자존심을 더 많이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프린스턴대 사회학 교수인 캐더린 뉴먼은 “사람들은 일자리 구하는 데 중요한 겉모양 꾸미기를 등한시하게 된다”며 “치과의사에게도 가지 못하고 새 옷도 못 사며 체중은 불게 된다. 이런 것들이 취업하려는 사람이 줄 서 있는 지금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장기 실업자를 빨리 취직시키는 것이 이들이 영구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지만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냐는 분명하지 않다.
대부분의 경기 부양책은 경제 성장을 통해 기업들이 채용하는 것을 부추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 일자리 증가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를 채용할 경우 작은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도 시행하고 있지만 이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불분명하다.
뉴딜이나 제2차 대전 때처럼 공공사업을 통해 이들을 직접 채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는 취업을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는 하나 다른 비즈니스에 타격을 줘 기존 취업자를 내모는 부작용이 있다. 또 사회주의 냄새가 나는 이 정책은 현재로서는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버드의 경제학자인 로렌스 캐츠는 재교육과 사내 훈련 등이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실업 수당을 줘 다시는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막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라며 “많은 사람은 결국 그렇게 되고 만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커뮤니티 칼리지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안을 들고 나왔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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