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로 서구 전역에서 기업 투자가 위축되었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모여드는 곳이 유럽에 한 군데 있다. 스위스의 제네바이다. 제네바 호수 인근 지역으로 세계 각 나라 기업들이 계속 둥지를 트는 데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이 적어서 경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세율, 지리적 이점, 아름다운 자연이 매력
맥도널드 유럽 본부 등 569개 다국적 기업 진출
과도한 성장으로 ‘삶의 질 떨어진다’ 주민들 우려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최근에는 아시아의 기업들까지 제네바로 모여들고 있다. 세율이 낮고, 세금 공제를 쉽게 받을 수 있으며, 노동법 적용에 융통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의 중앙에 위치하는 지리적 이점, 그리고 신선한 공기도 해외 기업들을 불러들이는 요인이 된다.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이 평온한 도시에서는 소득이 늘고 일자리가 늘며 각종 혜택들이 생겼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에 대가가 없지 않다. 생활비가 비싸지고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은 지난 10월 제네바의 한 정치인의 입에서 제네바에서는 금기시 되어왔던 말이 나왔다. 제네바가 이제는 수용능력의 한계에 도달해서 더 이상은 외국 대기업들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이제 5,000명 이상 직원을 둔 기업을 환영하기는 좀 어렵다. 그 직원들과 가족들을 어디에 살게 할 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제네바 시정부의 경제 보건 장관인 피에르-프랑솨 웅거 씨는 한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한 국제기관의 간부는 과거 미국에서 비정부기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제네바에 오면서 봉급이 두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제네바의 물가가 너무 비싸서 훨씬 여유가 없다고 한다.
제네바 시 관리들은 이런 문제들과 관련, 인프라를 잘 마련하고 대기업 보다는 작은 투자가들에 초점을 맞추면 큰 어려움이 없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 여행사인 엑스피디아 같은 기업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엑시피디아는 호텔과 숙박업 담당 분과를 올 여름 워싱턴 주에서 제네바로 옮겼다. 그로 인해 제네바에는 40여개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직원 5,000명 규모의 기업을 환영한 적은 사실 없었다고 경제개발국장인 대니얼 로플러는 말한다. 기업 본부가 제네바로 이주해오거나 서비스 센터를 개설할 경우 보통 20-50명 직원으로 시작하고, 프로젝트가 커지면 100-200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작은 헤지펀드 회사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제네바에는 569개 다국적 기업이 상주하고 있다. 대기업으로 대표적인 기업은 프록터 & 갬블. 제네바에 유럽본부를 두고 있고 총 3,000명이 일하고 있다. 근년 제네바로 온 기업들로는 야후, 맥도널드 유럽지부, 니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외국 정부기구와 국제기구 산하 민간인 직원들 2만명 이상이 제네바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업 유치 경쟁에 있어서 제네바에 필적하는 라이벌로는 암스테르담, 브러셀, 더블린, 두바이가 꼽힌다. 세계적 금융위기의 기세가 약화하면서 기업들이 제네바에 다시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고 새로 도착하는 기업들 중에는 아시아 기업들이 있다고 로플러 국장은 말한다.
최근 그는 중국 대표단의 방문을 받았었다. 중국 기업으로는 지난 2007년 제네바에 매장을 연 인터넷 마켓, 알리바바가 최초였다. 그리고 1년 후 차이나 은행이 들어왔고, 석유회사인 브라이트 오일이 곧 들어올 예정이다.
이렇게 새로 들어오는 기업들은 입주할 공간이 없어서 해를 먹고 있다. 제네바 일대의 면적은 282평방km(109 평방마일)이고, 인구는 46만명이다. 2030년이면 이 지역 인구는 54만명으로 늘고, 거주민의 40%는 외국인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새로 개발할 땅은 없고, 특히 제네바 호 부근은 공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 교통체증도 심각하다. 인구과밀로 인해 새로 들어오는 기업들은 인근 도시들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네바의 거리에는 부동산 중개소가 없다는 것이다. 중개인들이 고객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그들을 찾아온다. 제네바에서 아파트를 임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서 유엔 직원들의 경우 뉴욕으로 발령을 받아도 살던 아파트를 내놓지 않고 전대하는 경우가 흔하다.
집 구하기가 힘드니 가격이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제네바 도심에서 정원 딸린 4 베드룸 단독주택의 월세는 9,500프랑 혹은 9,507달러에 달한다. 물론 수도세 등 요금과 다른 경비들은 별도다. 제네바 호 인근의 가구 딸린 스튜디오 아파트의 월세는 2,000프랑.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외국인들은 국경너머 프랑스 땅에 살면서 제네바 사무실로 통근을 하기도 한다.
외국인으로서 집은 사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는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물론 가격도 어마어마하다. 제네바 교외의 5 베드룸 단독주택의 가격은 330만 프랑이나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정부는 지역 개발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상업용 공간을 일반 주거시설로 전환하고, 주거지역 아파트 건물들에 한 층을 더 증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이다.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해서는 트램과 기차 노선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 다리, 터널 공사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시위로 공사가 지지부진하거나 중단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외국 기업들은 들어오고 있다. 세금이 싸기 때문이다. 제네바의 법인세율은 최고 24%로 올랐다. 하지만 이건 처음 적용되는 세율일 뿐이다. 지역 정부와 협상을 하면 기업들은 최고 10년까지 세금을 완전히 면제 받거나 일부 삭감 받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일자리 창출 등 특정 조건만 만족시키면 된다. 그렇게 되면 세율은 7.8%까지 내려갈 수가 있다.
기업들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지난해 홍콩 9.7%, 런던 27.7%, 리옹 34.1% 수준이었다.
한편 개인 소득세는 별로 낮지 않다. 연봉 30만 프랑의 미혼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36%, 소득이 100만 프랑이면 43%나 된다. 소셜 시큐리티 세금도 20% 수준이다. 대신 지역에 따라 세율이 낮아지고 학비나 아파트 비등을 공제해주는 지역도 있다. 또한 개인 양도소득세는 없다.
그외 다른 매력은 자연 경관. 경치 좋은 산이 바로 보이고 론 강이 유유히 흐른다. 35km만 가면 스키 휴양지가 있고, 여름이면 호수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비엔나와 취리히에 이어 제네바는 3위를 차지한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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