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갑.양인자와 작업..은퇴 전 사랑 노래 부를 것
"데뷔 40여년 만에 신곡으로 채운 음반은 처음이에요. 이 음반은 제 삶처럼 특이한 구석이 있죠."
1970년 ‘딜라일라’로 데뷔한 화가 겸 가수 조영남(65)이 신곡으로 채운 첫 음반 ‘남자 조영남 노래 그리고 인생’을 다음 달 1일 발표한다.
40여년 동안 100장의 음반을 냈지만 "내 히트곡은 ‘화개장터’ 달랑 한곡"이라고 말했던 그이기에 오랜만의 신보 소식은 반갑다. 더욱 이례적인 것은 작곡가 김희갑, 소설가 겸 작사가 양인자 부부의 곡으로만 음반을 채웠다는 점이다.
당초 이 음반은 가수 출신 음반제작자 이상열의 제안으로 2002년 녹음을 시작해 2006년 작업을 끝냈지만 당시 발매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던 이상열이 재차 발매를 제안해 빛을 보게 됐다.
30일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조영남은 "평소에 늘 난 참 운도 없는 가수라고 생각했다"며 "변변한 작곡가 한명 만나지 못해 대충 외국곡을 번안했으니 지금껏 100장의 음반을 내면서도 히트곡이 없었다. 음반을 내도 안 팔리니까 안 냈고, 작곡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게으름을 피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관성있는 음반을 만든 적도, 돈을 투자하는 제작자를 만난 적도 없다"며 "이 음반은 친구 이상열과 나의 우정의 결실"이라고 덧붙였다.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김국환의 ‘타타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등 숱한 가수들과 작업한 김희갑, 양인자 부부와 음반 작업을 한 것도 처음이다.
"’사랑의 미로’를 부른 최진희를 늘 부러워했어요. 전 김희갑, 양인자 씨와 작업한 적이 없어 저와는 인연이 없는 걸로 알고 부러워만 한거죠."
그러나 이 음반은 조영남과 김희갑의 음악적인 견해 차로 묻힐 뻔했다.
조영남은 이제야 음반을 낸데 대해 "당시에는 ‘왜 김희갑 씨는 이렇게 어렵게 곡을 쓸까’ 의아했다"며 "지금 들어보니 좋은 곡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라디오 DJ를 하며 많은 음악을 듣는데 이처럼 격식을 갖춘 반주와 노래 형태는 없다. 구닥다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음악은 이래야 한다는 게 지금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음반에 대한 남다른 마음가짐도 있다고 했다.
"1988년 낸 ‘화개장터’ 이후 22년 만에 신곡이 나왔으니 다음 신곡이 22년 만에 또 나온다면 제 나이가 80대예요. ‘이 음반이 마지막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했죠. 물론 지금 낸다고 잘 팔릴거라고는 생각 안해요. 요즘은 소녀시대, 동방신기 음반이 팔리는데 제가 그들과 맞서는게 가능이나 하겠어요. 하하."
음반에는 ‘나는 신의 뜻을 알고 싶다’ ‘참으로 꿈 같아라’ ‘사랑의 이중창’ 등 10곡의 신곡과 ‘눈동자’ ‘정 주고 내가 우네’ 등 2곡의 리메이크곡이 담겼다.
조영남은 이 음반을 내기까지 친구 이상열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제가 연예계에 데뷔했을 때 처음 만난 친구가 당시 가요계 ‘투톱’이던 이상열, 남진이었어요. 두 사람이 당시 여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죠. 미국으로 건너가 ‘번지 없는 주막’의 작곡가 이재호 씨의 딸과 결혼한 이상열은 독실한 크리스천이 돼 있었죠. 변한 모습이 감사해 ‘니가 하는 일이라면 몸으로 때우겠다’고 해서 녹음을 한 겁니다."
이처럼 그는 과거 활동했던 음악 동료들과 여전히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친구들이 송창식, 윤형주 등으로 이들은 최근 MBC TV ‘놀러와’에 함께 출연해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 도중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다는 두살 아래 가수 이장희에게 전화를 걸어 "새 음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조영남은 ‘놀러와’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데 대해 "40년 전 만난 노인네들이 오랜 세월 우정을 유지한 것, 또 지금 시대에는 화음이란 게 없는데 노인네들이 만들어낸 화음이 특이하게 들렸기 때문일 것"이라며 "내년에 함께 뭉쳐 다시 음악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부모가 좋은 유전자를 물려줘 오랜 시간 노래하고 있을 뿐, 가수로서의 뜨거운 열정도, 뚜렷한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사람들이 저를 가수로 보지만, 전 노래할 때 빼고는 가수라고 잘 느끼지 못해요. 언젠가 음악은 제 밥벌이라고 말했다가 모자라는 가수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죠. 전 일관성없이 이것저것 하고 그때마다 그곳에 몰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음악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연습에 매달리는 송창식에게 어울리죠."
그러나 그는 가수로서 은퇴 전 꼭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고 한다. 바로 사랑 노래다.
"제가 음반을 한장 더 낸다면 사랑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이 여자, 저 여자 다 봤는데 옆에 있는 네가 바로 내가 찾던 여자구나’라는 내용이 담긴 노래요. 지금은 사랑을 찾은 것도 같고, 찾고 싶기도 한 중간 상태네요. 하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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