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소재 드라마 잇따라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지상파 드라마가 줄을 잇는다. 사극을 제외하면 연예인을 소재로 하지 않는 드라마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쉽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연예계는 매력적인 드라마 소재다.
그러나 자칫 환상을 채워주기에 급급해 편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가수 연기하는 배우..배우 연기하는 배우 = 주말극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연예인 천하다. KBS 사극 ‘근초고왕’을 제외한 지상파 3사의 모든 주말극 주요 배역에는 연예인이 포함돼 있다.
KBS ‘결혼해주세요’의 주인공 남정임(김지영)은 평범한 주부에서 가수로 변신한 경우다. 최근 가수로 데뷔한 정임이 인기가도를 달리는 모습이 그려지며 드라마의 시청률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MBC ‘글로리아’는 아예 제목을 극중 여주인공 나진진(배두나)의 가수 예명을 따왔다. 진진은 밤무대에 서다 기획사에 발탁돼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MBC ‘욕망의 불꽃’의 백인기(서우)도 인기 여배우로 재벌 3세 김민재(유승호)와 스캔들을 일으킨다.
SBS ‘웃어요 엄마’의 신달래(강민경)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엄마 덕분에 톱배우의 자리에 오른다.
13일 첫선을 보이는 SBS ‘시크릿가든’에는 아시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톱가수 오스카(윤상현)가 등장한다.
이밖에 SBS 월화극 ‘자이언트’에서는 이강모(이범수)의 여동생 미주(황정음)가 가수로 데뷔해 스타덤에 올랐다.
KBS 월화극 ‘매리는 외박 중’의 서준(김효진)은 인기 여배우다. 주인공 무결(장근석)도 인디밴드 보컬로 정식 가요계 데뷔 제안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드라마 PD와 방송작가를 중심으로 방송가의 이야기를 그린 MBC 아침극 ‘주홍글씨’에서는 배우 김연주가 극중 톱배우 차혜란으로 출연한다.
오는 27일 첫 방송되는 KBS의 4부작 드라마 ‘피아니스트’는 록밴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의 음악인생을 소재로 한 논픽션 드라마로 노민우가 극중 김태원을 연기한다.
◇배우들 "노래ㆍ연기도 배역의 일부" = 연기자들에게 가수나 배우를 연기한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부담스런 도전이다. 특히 가수처럼 영역이 다른 역할을 연기할 때 부담감은 배가 된다.
배두나는 지난 7월 ‘글로리아’ 제작발표회에서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가장 겁이 난 것은 노래였다"며 "노래를 잘해야 극이 성립하는데 아무리 역할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욕심을 내면 민폐를 끼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지영도 "캐스팅 전에 감독님께 노래를 잘 못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며 "노래하는 배역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러나 노래도 연기의 일부인 만큼 연기자들은 노래 실력보다는 캐릭터를 살리는 데 치중한다.
전작 ‘미남이시네요’에 이어 다시 가수 역할을 맡은 장근석은 "가수인지 배우인지 헷갈리지 않느냐고 묻는 분도 있는데 장근석이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노래를 하는 거라 생각하면 정리가 쉽다"며 "극중에서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감정들을 살려서 노래한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윤상현은 "드라마에서 노래 부르는 게 좋다"며 "드라마와 노래가 일치하는 장면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배우 연기는 자신의 현실을 투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기자들에게 색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김효진은 "캐릭터, 직업 모두 매력이 있어서 표현하는 게 어렵진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며 "여배우를 연기한다는 게 매력 있다. 여배우 캐릭터를 전형적이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볼거리 풍부하고 익숙한 분야라 매력적" = 연예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꾸준히 있어 왔다.
2008년 이후에만 ‘스타의 연인’ ‘그저 바라보다가’ ‘그들이 사는 세상’ ‘온에어’ ‘미남이시네요’ ‘나는 전설이다’ 등 한 손에 꼽기 벅찰 정도다.
연예계가 드라마 소재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볼거리가 풍부하고 대중에게 친숙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인 만큼 사전 조사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장점도 크게 작용한다.
KBS 이응진 드라마제작국장은 11일 "등장인물들의 오랜 꿈을 시각적으로 표출하는 데 연예계는 효과적인 분야다"며 "직업군을 묘사하기에도 아무래도 직접 관여하고 있는 분야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구라고는 하나 대중에게 고착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이민주 교수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은 대중이 연예계에 갖고 있는 환상을 채워준다는 면에서 심리적 만족을 선사한다"며 "그러나 연예계를 너무 환상적으로 묘사하거나 반대로 부정적으로 그리는 경우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드라마의 소재가 한 분야로 집중되는 건 드라마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최근 공교롭게도 연예인 소재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특정 분야로 등장인물들이 한정되다 보면 이야기가 전형적이고 대중과 밀착한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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